MBC 뉴스데스크의 리포트 뿐 아니라 화면에서도 공정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언론들의 성범죄에 관련한 선정적 보도 때문에 오보가 터져 나오면서 피의자의 신변 노출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MBC가 피의자 모자이크 처리에 소홀히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MBC 보도영상 기자회가 지난 7월과 8월 두달 동안 뉴스데스크 영상을 분석한 결과를 내놓았다.

영상 기자회에 따르면 지난 7월 23일 제주 올레길 관광객 살인사건 보도에서 MBC 뉴스데스크는 연행되는 용의자의 수갑과 호승줄을 모자이크 처리 하지 않았다. 반면 KBS와 SBS는 당일 뉴스에서 모두 모자이크 처리해 방송했다.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7월 24일 통영 초등생 성폭행 보도에서도 피의자가 경찰에 출두할 때 수갑과 호승줄을 모자이크 처리하지 않고 방송을 내보냈다.

지난 8월 21일 만취한 30대 남성의 무차별 흉기난동 사건 보도에서는 명예를 훼손당할 수 있는 일반인의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보도는 파출소에 설치된 CCTV가 흉기 난동 모습을 찍은 장면이 나오는데 피의자는 모자이크 처리를 했지만 주변에 있던 일반인들의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 없이 그대로 전파를 탔다.

지난 8월 7일 <못 믿을 산후조리원> 리포트에서는 문제가 된 산후조리원이 아닌 대형산부인과 전문 종합병원의 신생아실이 자료 화면으로 나오고 특정 병원의 이름이 노출되기도 했다.

정치 뉴스와 관련해 편파적인 영상을 썼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 7월 18일 주요 대선주자의 싱크를 소개하는 리포트에서 당시 박근혜 경선후보는 기자들에 둘러싸여 정상적인 인터뷰 화면이 나갔지만 문재인 민주통합당 경선 후보는 싱크는 인터뷰 형식으로 나간 대신 얼굴이 나오지 않고 풀샷으로 처리됐다. 영상기자회 관계자는 "매우 편파적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 편집"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지난 7월 27일 <통진당, 1천명 집단탈당 조짐…야권연대 포기?>라는 리포트에서 당시 민주통합당 김영환 경선 후보가 통합진보당 사태에 대해 "이석기, 김재연 부정선거로 국회의원이 된 사람을 제명하지 못하는 정당과 공동정권을 수립하고, 이런 잘못된 노선을 극복하지 않고는 민주당은 설 수 없다"고 열변을 토하는 영상도 "유력 경선주자도 아닌 후보를 연속적으로 부정적 이미지를 보도하는 것은 편향성 시비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도영상 기자회는 MBC 뉴스데스크 영상에서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영상 편집과 관련해 컨트롤 타워가 부재한 것과 무관치 않다고 지적했다. 피의자 모자이크 처리 문제에 대해서는 카메라 기자들과 편집 기자들 사이에서는 철저히 지켜야할 가이드 라인으로 통하고 있는데 모자이크 처리가 되지 않은 것은 컨트롤 타워가 이완돼 나타난 결과라는 지적이다.

특히 지난 4월 영상편집부가 편집3부로 바뀌는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영상편집 권한이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에 넘어가면서 나타난 영향이라는 것이 보도영상 기자회의 지적이다. 또한 영상 취재 1부와 2부가 폐지되면서 각 부서 현장으로 배치된 카메라 기자들이 찍어온 화면을 취재부장이 총괄하게 되면서 이 같은 방송 사고가 빈번히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차장급 한 카메라 기자는 "이번 카메라 조직 폐지로 영상 배치와 편집을 컨트롤 하는 역할 자체가 없어졌다고 보면 된다"면서 "취재 데스크에서는 기사를 잘 막고, 팩트를 체크하는 데 관심이 있지 영상에는 관심이 없다"고 전했다.

카메라 조직이 폐지되고 편집권한이 보도국 산하로 넘어가면서 화면상 공정성을 훼손하는 문제도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영상기자회 관계자는 "이번 대선을 앞두고 화면상 공정성 문제들이 분명 논란이 될 것"이라며 "굉장히 큰 문제다. 보여지는 것이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이번 MBC의 카메라 기자 조직 폐지를 겪고 느끼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파업 기간 중 채용된 계약직 '취재PD'의 역랑이 부족해 벌써부터 화면의 질이 떨어지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카메라 기자들에 따르면 취재PD들이 찍어온 화면이 '그림'이 되지 않아 카메라 기자들이 다시 나가서 찍어오는 일이 발생되고 있다. 한 카메라 기자는 "영상 문법적으로 최소 컷을 찍어 와서 편집을 하는 것이 보통인데 어느 취재PD는 2분 짜리 영상을 만드는데 30여개가 넘는 테입을 찍어와서 편집에 애를 먹었다는 얘기도 있다"며 "취재PD들이 영상의 기본적인 것조차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트레이닝을 거치면 된다고 하는데 MBC가 무슨 아카데미냐"라고 반발했다.

뉴스데스크의 해외 주재 특파원의 보도 영상 화면의 질이 현격히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 8월 14일 <'센카쿠 열도' 긴장 고조…중-일 분쟁 격화>라는 리포트에서 임영서 특파원이 스탠딩 리포팅을 하는 장면을 보면 역광에서 촬영해 임 특파원이 배경보다 검게 그을려 보이는 화면이 나온다. 한 카메라 기자는 "역광으로 찍은 화면은 라이팅을 비춰서 얼굴의 색을 맞춰야 하는 게 기본인데 해외에서 카메라 기자들을 빼고 프리랜서 카메라 기자들을 쓰면서 화면의 질이 타 방송사와 비교해 수준 이하로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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