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제미니호’ 선원 4명의 피랍기간이 486일 째(27일 기준)를 맞으며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시사주간지 시사인은 최신호(259호)에서 <소말리아 해적, 한국인 피랍 500일 우리 정부는 뭐하고 있나>라는 제목의 커버스토리 기사를 내고 최장기 납치사태로 기록될 ‘제미니호’ 사태를 상세히 보도했다. ‘아덴만의 영웅’으로 유명한 석해균 ‘삼호주얼리호’ 선장은 제미니호 사태를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싱가포르 선박 제미니호는 2011년 4월 30일 아프리카 케냐의 몸바사항으로 가던 중 소말리아 해적에 의해 납치됐다. 선박회사 ‘글로리 십’은 해적과 협상을 통해 그해 11월 30일 선원들을 돌려받았지만 한국인 선원 4명만 풀려나지 못했다. 9개월이 지난 현재도 선원들은 소말리아 내륙에 억류돼 있으며, 외교통상부의 ‘보도유예’ 요청에 따라 외교부 출입기자단은 관련 사실을 보도하지 않고 있다.

시사인은 259호 기사에서 “‘제미니호’ 피랍 선원 4명은 부산의 선원 인력공급 업체에 부정기적으로 전화를 걸어오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안부와 함께 해적들의 요구 사항을 대신 전달하고 있는데 수개월 전부터 선원 4명 중 1명의 연락이 끊겼다”고 보도했다. 시사인은 이어 “한국인 피랍사태가 역대 최장 기간을 넘겼지만 한국 정부는 여전히 불개입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는 싱가포르 주재 한국 대사관을 통해 싱가포르 선박회사와 해적의 협상과정을 주 1회 간격으로 보고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사인은 이날 보도에서 “사태가 500일 가까이 장기화된 만큼 선박회사의 협상 능력에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글로리 십 매니지먼트에 근무한 적 있는 선박업계 종사자는 시사인과 인터뷰에서 “21명이나 풀려났으면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고 (선박회사가) 생각하는 것 같다. 내가 알기로 사장이 중국 사람인데 한국 사람을 구하려고 얼마나 열심히 노력할까 싶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제미니호는 현재 한국선원을 제외하곤 모두 풀려난 상태다.

지난해 ‘아덴만 작전’ 이후 유명세를 탄 석해균 전 ‘삼호주얼리호’ 선장 역시 정부의 역할을 주문했다. 석해균 선장은 시사인과 통화에서 “(내 가족들은) 피랍 사실을 밖에서 이야기하고 다니지 말라는 요구에 울분을 삼키기도 했다더라. 가족끼리 꾹 참는 게 무척 힘들다던데 제미니호 가족 분들은 1년 넘게 그 상태다”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석 선장은 이어 “제미니호의 경우는 너무 장기간 됐으니까 정부에서 해결하는 방향으로 그 사람들을 빨리 구해야 되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석 선장은 제미니호 선원들에 대해서는 “살아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외교부는) 실제 통화를 했다고 하는데 우리가 알 수 없지 않나”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소말리아 현지 상황에 밝은 한 언론인은 “소말리아에 12곳의 해적 부족이 있는데 선원 네 명 중 한 명은 어느 곳에서도 소재 파악이 안 되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조태영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27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시사인의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7월 말에 선원 4명과 모두 연락이 닿았다”고 반박했다.

외교부는 전과 마찬가지로 유리한 협상을 이유로 기자들에게 보도유예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외교부는 지난 24일 미디어오늘과 시사인 보도가 나간 이후 외교부 출입 기자들에게 “보도유예(엠바고) 기조는 그대로다. 선원 4명 모두 건강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으며 “(구출에) 가장 절실한 분들이 가족이고 두 번째는 정부”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해적들이 현재 선박회사에 터무니없는 돈을 제시해오고 있다고도 전했다.

출입 기자단을 중심으로 엠바고 원칙은 계속 지켜질 것으로 보인다. 출입처 정보에 갇혀있는 기자들 입장에선 외교부 발언 외에는 취재도 확인도 어려운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제미니호 사태를 취재한 KBS <추적60분> 제작진에게 더욱 보도유예 압박이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추적60분>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보도본부로 이관되며 전보다 제작 자율성이 후퇴했다는 지적을 받아온 터라 이번 경우도 보도본부장과 같은 윗선에 의해 방송이 제지당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제미니호 피랍사건을 커버스토리로 다룬 시사인의 김은남 편집국장은 ‘편집국장의 편지’를 통해 “기사화를 놓고 고민이 많았지만 피랍 기간이 길어지며 상황이 안 좋은 쪽으로 흘러간다는 소식들이 들려왔다. 이런 식의 언론 통제가 정말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도 의심스러웠다”며 보도 배경을 설명했다. 김은남 국장은 “정작 외국 웹사이트에서는 선원들의 소식을 접할 수 있는데 한국 언론만 사건을 모른 척하고 있는 것도 코미디라면 코미디”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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