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3월 26일 발생한 천안함 침몰이 북한 어뢰가 아닌 우리 해군이 설치했다가 버려둔 기뢰의 수중폭발로 일어났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진 전문가들의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이 결과는 앞서 홍태경 연세대 교수(지구시스템과학)가 지진파를 분석해 국방부 주장을 지지하는 연구결과를 냈던 것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천안함의 전면 재조사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에 힘을 얻고 있다.

김소구 한국지진연구소장과 이스라엘 지구물리연구소(GII)의 예핌 기터만 박사는 최근 국제 학술지 ‘순수·응용 지구물리학’에 발표한 논문에서, 사고 당시에 발생한 지진파와 공중음파, 수중음파를 분석한 결과 “수중폭발이 있었던 게 분명하다”며 “폭발로 인한 지진 규모(2.04)는 대략 TNT 136㎏ 폭약량에 해당하고 이는 1970년대 해군이 설치했다가 버려둔 육상조종기뢰의 폭약량과 일치한다”고 밝혔다고 한겨레가 27일 보도했다. 이는 TNT 250㎏의 북한 어뢰(CHT-02D)가 수심 6~9m에서 폭발해 1.5 규모의 지진이 생겼다는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합조단) 발표와 크게 다르다.

연구팀은 천안함을 침몰시켰다는 수중폭발과 관련해 폭발시 순간 팽창하는 가스버블(거품)의 주기가 관측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0.990초였다는 것을 산출해냈다고 한겨레는 전했다. 연구팀은 가스버블의 팽창주기와 이 때의 폭약량 규모에 대해 수중폭발 방정식과 모형, 시뮬레이션을 통해 분석했다고 한겨레는 설명했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여러 경우의 폭약량과 수심을 가정해 계산한 결과 TNT 136㎏의 폭약이 수심 8m에서 폭발했을 때 관측 데이터의 버블 주기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한겨레는 전했다. 연구팀은 “여러 방법으로 확인해보면 (합조단 주장처럼) TNT 250㎏으로는 관측 데이터의 버블 주기와는 너무 큰 불일치가 나타난다”고 밝혔다.

합조단 보고서 내용과 다른 지진규모, 폭발량, 폭발 수심이 나온 이유에 대해 김소구 박사는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2000년 러시아 핵잠수함 쿠르스크호가 심해에서 폭발했을 때 폭발 규모와 수심을 규명할 수 있었던 것은 수중음파에서 버블주기를 찾아냈기 때문”이라며 “버블 주기를 알면 폭발량과 수심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어 “우리는 관측 데이터에서 0.990초의 버블주기를 추출했다”며 “수중폭발 방정식과 분석모형(BEM), 시뮬레이션의 여러 방법을 써서 교차확인을 해보니 TNT 136kg이 수심 8m에서 폭발할 때 관측 데이터에서 얻은 버블 주기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진 규모가 1.5가 아닌 2.04로 나온 것과 관련해 김 교수는 “해저 지진도 땅 속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땅을 통해 지진파로 관측된다”며 “그런데 이번 폭발은 땅속이 아니라 물 속에서 일어난 것이라 해저지진 때에 쓰는 일반 공식으로 계산해 폭발 지진 규모를 산출하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중에서는 물의 물질 특성 때문에 폭발 에너지가 잘 흩어지지 않는 반면, 육상 폭발에선 에너지가 많이 흩어진다”며 “그래서 같은 양의 폭약이 폭발했을 때 수중에서 규모가 더 크게 나타난다”고 답했다.

김 교수는 “합조단의 결론은 수중폭발의 기초 분야와 버블 동역학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 다른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으므로 과학적 규명을 위해선 재조사가 마땅하다”고 말했다.

한편 국방부 관계자는 김소구 소장의 논문에 대해 “북한 어뢰에 의해 천안함이 피격됐다는 것은 여러나라 전문가들이 참가해서 수개월 동안 국제적으로 검증된 것”이라며 “결정적인 증거물인 어뢰 추진체가 현장에서 발견됐다”고 기뢰에 의한 폭발 가능성을 부정했다고 한겨레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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