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회장 태양식)가 MBC 보도영상 부문 조직 해체 사태를 비판하며 해결 촉구에 나섰다.

카메라 기자 조직을 폐지하는 MBC의 조직개편안을 전체 카메라 기자들에 대한 도발로 간주하고 전면 대응하기로 하면서 MBC 경영진 대 전체 카메라 기자 싸움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는 24일 여의도 MBC 사옥 남문 정문 앞에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MBC 조직개편안에 대해 "파업 기간에 강한 결속력을 보인 카메라 기자를 향한 분풀이이자 공정방송의 최종 감시자인 카메라기자 조직을 무력화 시키겠다는 말살 흉계"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번 조직 개편으로 공정방송 시스템과 제작 환경이 더욱 위협을 받게 된 것은 물론 "뉴스 영상의 질적 저하로 시청자들이 외면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총체적인 대외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태양식 회장은 "카메라 기자는 방송 50년 역사의 산증인"이라며 "테크니션이 아니라 기자정신을 가지고 현장을 취재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이번 조직개편은 카메라 기자들을 무시하고 위상을 떨어뜨렸다. 모든 카메라 기자들에 대한 도발"이라고 비난했다.

양동암 MBC 영상 기자회장도 "이번 조직개편은 공정방송을 외치며 제작거부를 선언하고 파업 선봉에 선 영상 부문 기자들에 대한 보복성 조직 개편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조직개편안은 취재기자들에게도 위협이 되고 있다. 방송 특성상 영상과 기사가 긴밀히 연결돼 있어 협업시스템을 유지해야지만 뉴스의 질을 높일 수 있는데, 이번 개편안은 오히려 뉴스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성호 MBC 기자회장은 "카메라 기자가 없다면 취재기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면서 "이번 개편안은 조직파괴안"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박 회장은 이번 개편안의 취지가 취재부서로 전진배치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영상 비전문가가 영상취재를 지휘하고 관리감독을 하고 책임을 져야 하는데 제가 17년을 취재기자로 있었지만 어떻게 찍고, 편집하고, 포착하는지 문외한"이라며 "무엇을 위한 효율성이고 신속성 이냐"고 성토했다.

조직개편 이후 실제 현장 곳곳에서 효율성이 저하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영상취재 2부 소속에 있다가 폐지돼 사회2부로 배속된 한 카메라 기자는 "이번 조직개편안은 취재 부장과 기자들이 업무 지시를 해야 하는 시스템인데, 영상에 대해 잘 알지 못해 일을 시키지 못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기존 조직에서는 각 카메라 기자 개인별로 잘할 수 있는 특성을 파악해 적재적소에 배치했지만 지금 취재부장들은 우리들을 대가리 수 하나로만 보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절차상 업무 신속성이 떨어지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일례로 대구에서 비행기 소음 문제가 커지고 있어 현장 취재를 갔지만 날씨가 나빠 좋은 ‘그림’을 찍지 못했다. 보통 이 같은 경우 서울 MBC 본사 영상취재부장이 대구MBC 영상 취재부와 접촉해 협조를 얻어 자료화면을 입수한다. 그런데 보도영상 조직이 폐지되면서 영상을 잘 알지 못하는 사회부장에게 설명을 해야 하고 편집국 차원에서 협조를 얻어 영상을 입수해야 한다. 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한 카메라 기자는 "영상 부장이 전화 한 통화로 끝나면 될 일인데 애매모호한 상황이 발생해서 한 단계 거쳐야 되는 일이 많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업무 비효율성은 결국 뉴스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결과로 나타날 가능성도 높다. 특히 김재철 사장 취임 이후 정규직 카메라 기자 채용은 2명에 그치고 파업 기간 '취재PD'라는 이름으로 계약직 카메라 기자 13명을 채용했는데 카메라 기자들 사이에서는 취재PD들이 찍은 화면의 질이 지상파 방송 화면으로는 도저히 쓸 수 없는 '그림'이 나오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또한 PD수첩 작가 전원 해고 사태에 대해 방송작가들이 들고 일어선 것처럼 이번 조직개편안은 전체 방송기자들이 MBC에 등을 돌리는 결과를 만들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서울 지역 방송카메라 기자 320여명 중 60여명이 모였다. 이번 MBC 조직 개편안에 대한 카메라 기자들의 반발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는 MBC 경영진이 보도영상 부문 조직개편을 철회하지 않을 시 MBC 카메라 기자의 출입처 기자실 출입 금지 조치를 취하고 모든 뉴스 풀단에서 제외시키는 등 강도 높은 방안을 계획 중이다.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마치고 조직 개편안을 철회해 줄 것을 요구하는 공식 서한을 MBC에 전달하고 김재철 사장과 공식 면담을 요구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