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23일 전국대학총학생회 모임 소속 대학생들이 참여한 ‘대학교 반값등록금 정책 실현을 위해 열린 토론회’에 참석했지만 곤욕을 치렀다. 이날 박 후보는 청색 셔츠와 면바지를 입고 나타나 나름 대학생들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그런 박 후보를 대학생들은 싸늘해보였다. 이 자리에서 대학생들은 박 후보를 향해 “표를 위한 선심성 정책이라든지, 대학생의 지지 얻기 위한 일회성 행사로 남지 않길 바란다”고 쏘아붙였고, “정치적 활용으로 이러한 토론회를 갖는 게 아닌가 오해할 수밖에 없다”고 냉소했다.

박 후보는 이 자리에서 “믿어 달라”고 강조했다. 그는 “반값등록금은 새누리당의 당론”이라고 말했고, “대학등록금 부담을 분명하게 반드시 반으로 낮추겠다는 것을 확실하게 약속드린다”며 “세계적으로 비싼 등록금을 반으로 낮추는 노력의 완전한 결과가 나왔어야 하는데 아직 확실하게 못한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실 박근혜 후보가 반값등록금을 실현할 의지가 있다면 굳이 대선 이후가 아니어도 된다. 박 후보가 말한 것처럼 새누리당이 반값등록금을 당론으로 하고 있다면 국회에서 충분히 처리가능하기 때문이다. 민주통합당은 이미 반값등록금 법안을 제출했고, 통합진보당도 이를 거절할 이유가 없다.

대학생들이 이날 박 후보의 발언에 진정성을 의심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국회 압도적 다수가 반값등록금에 찬성한다고 하지만, 정작 국회에서는 처리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방식의 온도차는 있겠지만, ‘반값 등록금’이라는 목표에 합의된다면 충분히 조정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에서 이 문제가 논의되지 못하는 것은 반값 등록금에 반대하는 정치세력이 있거나,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중 하나가 사실 반값 등록금이 목표가 아니거나 둘 중 하나다.

일단 민주당이 이에 대해 먼저 치고 나왔다. 최재천 민주당 의원은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총선 때도 박근혜 후보는 반값등록금을 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국민들과 대학생들을 다시금 실망시킬까 우려스럽다”며 “이명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2007년 반값등록금을 공약하였으나 지금까지 이행하지 않았고 그에 대해 사과한마디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박근혜 후보의 반값등록금 내용은 이명박 정부의 등록금 대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국가장학금을 소득분위와 연계하고 학자금 대출의 이자부담은 더 낮추겠다는 것이나 이는 현행 정부의 국가장학금 제도와 별반 다를게 없는 무늬만 반값”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이 목표가 사실상 ‘반값 등록금’이 아니라는 것이다.

최 의원은 “박근혜 후보가 진정으로 반값등록금을 하겠다는 의지가 있으면 짝퉁 반값등록금이 아니라 민주당이 제출한 반값등록금 법안을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상임위에서 조속히 처리토록 해야 한다”며 “대학생들이 바라는 것은 무늬만 반값이 아닌 조건 없는 반값등록금”이라며 새누리당에서 통과되기를 촉구했다.

박근혜 후보는 이날 토론회 마무리발언에서 “내 의지는 이것이 반드시 해결되지 않으면 우리 미래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나는 약속을 잘 지킨다는 얘기를 듣는데, 왜냐하면 함부로 약속을 안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말하고서 지키지 못하면 말 안하기만 못하다”며 “여러분들이 희망을 가지셔도 되고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 진정성의 척도는 9월 정기국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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