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인터넷 실명제'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내려졌다.

헌법재판소는 23일 인터넷 게시판 이용자 손아무개씨 등 3명과 미디어오늘이 "인터넷 실명제는 사생활의 자유와 언론·출판의 자유, 평등권 등을 침해해 위헌"이라며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8명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2007년 7월 악성댓글 등에 따른 사회적 폐해 방지를 위해 포털 게시판 등을 중심으로 도입된 인터넷 실명제가 5년여 만에 폐지되게 됐다.

제한적 본인 확인제는 하루 평균 이용자 수가 일정 수준 이상인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에 인적사항을 등록한 뒤에야 댓글 또는 게시글을 남길 수 있도록 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44조 1항에 규정된 제도로 2006년 7월 개정 정보통신망법에 포함됐다. 동법에 따르면, 국가기관, 일일 평균 이용자 수가 10만 명 이상 등을 요건으로 하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등이 게시판을 설치운영하려면 그 게시판 이용자의 본인 확인을 위한 방법 및 절차의 마련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필요한 조치를 해야 했다.

헌재는 "표현의 자유를 사전제한하려면 공익의 효과가 명확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인터넷 실명제) 시행 이후 불법 게시물이 의미있게 감소하지 않았고 오히려 이용자들이 해외사이트로 도피했다는 점, 국내외 사업자 간 역차별 문제가 발생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공익을 달성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이어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위축시키고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외국인의 인터넷 게시판 이용을 어렵게 한다는 점, 게시판 정보의 외부 유출 가능성이 증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불이익이 공익보다 작다고 할 수 없어 법익의 균형성 역시 인정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즈는 지난해 9월 한국의 인터넷 실명제를 소개하면서 "한국에서의 경험은 실명을 강요하는 정책이 멍청한(lousy) 아이디어라는 걸 입증했다"면서 "온라인에서의 익명 표현의 자유는 단순히 개인 정보 보호 차원이 아니라 아랍의 반정부 시위에서 보듯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반대 의견을 표명하거나 기업의 기밀을 폭로하려는 내부 고발자에게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미디어오늘과 진보네트워크센터는 지난해 4월 인터넷 실명제가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 소원을 제기했다. 미디어오늘은 "본인 확인제는 언론사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독자와의 소통을 막는 등 언론 자유를 위축시킬 우려가 크고, 언론사에 개인 정보 저장·유출 방지 등 기술적 조치에 대한 경제 부담까지 이중으로 지우고 있다"며 헌법 소원 이유를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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