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 ‘명박이’ ‘쥐박이’가 SBS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의 금지어로 설정되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언론단체는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규제하는 시대착오적인 행위라고 맹비난했다.

두 단어는 인터넷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희화화하는 표현으로 많이 사용돼 왔다. 하지만 이 단어들을 SBS 홈페이지에 올리면 ‘제목 또는 내용 또는 닉네임에 금지어가 포함되어 있다’는 팝업창이 뜨면서 작성했던 글이 모두 삭제된다.

글의 내용과 상관없이 이 대통령을 비꼬는 단어가 포함되어 있으면 무조건 차단 대상이 되는 것이다. 
 

두 단어는 광우병 촛불시위가 발생했던 2008년에 금지어로 등록된 것으로 보인다. 2008년 초반까지는 SBS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에 ‘명박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게시물이 존재한다. 하지만 촛불시위 이후부터는 두 단어가 들어간 게시물을 전혀 찾을 수가 없다. 
 
SBS 홈페이지를 총괄하는 관계자는 “두 단어는 누구나 특정 인물을 나타내는 것인지 알 수 있기 때문에 금지어로 등록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2008년 촛불시위 당시 게시판이 너무 도배됐었다”며 “그 때 (금지어로) 등록하고 지금까지 지속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SBS 게시판 관리 기준에는 △욕설이나 비방, 타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거나, 명예를 손상시키는 경우 △공공질서 및 미풍양속에 위반되는 경우 △사이버 시위 및 도배 목적의 내용의 경우에는 게시물을 삭제한다고 나와있다. 이 관계자는 “(두 단어가) 정확히 어떤 규정에 위배가 되어 금지어로 등록 되었는지는 아직 확인이 안 됐다”며 “내부적으로 논의를 해보겠다”고 말했다.
 
이같이 SBS는 홈페이지에서 이 대통령을 비판하는 단어를 금지했지만 실효성은 없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변칙적으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SBS 시청자 게시판에서 단어 ‘명박이’는 찾을 수 없지만 ‘명바기’가 들어간 게시물은 상당수 존재한다.
 
추혜선 언론개혁연대 사무총장은 “두 단어는 대통령에 대한 풍자인데 그걸 인위적으로 과도하게 규제하는 건 문제가 있다”며 “지상파 언론사의 게시판도 여론의 창구인데 비판의 수위를 제한하는 강압적인 방식은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추 사무총장은 “이전에도 쥐를 연상케 하는 게시물을 인터넷에 올린 네티즌이 수사선상에도 오르기도 했었다”며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막아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설령 (청와대 등) 위에서 권고사항이 왔더라도 언론사 홈페이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아주 기본적인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부적절한 행위”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2004년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직 당시 서울시는 홈페이지에 ‘명박이’ ‘명바기’ ‘명배기’ 등의 단어를 금지어로 설정했다가 ‘시대착오적인 행태’라는 반발이 일자 금지어에서 제외된 바 있다. 
  
또한 SBS 홈페이지에는 금지어 목록이 공개되어 있지 않아 시청자의 불만을 가중시키고 있다. 시청 소감에 의도하지 않은 금지어가 들어가 있어도 관련 내용이 모두 삭제되기 때문이다. 각 프로그램 시청자 게시판에는 금지어 목록을 공개하라는 요구가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인천YMCA는 한 SBS 프로그램 시청자 게시판에 “아무 제시도 없이 그냥 금지어가 포함되어 있다고 하니 수정조차 어렵다”며 “뭐가 걸려서 못 올라가는지 표시가 되던가, 금지어 리스트를 올려주던가 하면 좋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시청자 조경순씨도 “금지어 걸릴 만 한 게 하나도 없어 보이는데 계속 금지어가 포함되어 있다고 뜬다”며 “이럴 거면 금지어가 뭐가 있다고 공지를 해 놔야 한다”며 금지어 목록 공개를 촉구했다. 
 
하지만 SBS는 내부 규정상 금지어 목록을 공개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SBS 관계자는 “상업적인 광고도 많이 올라오는데 (금지어를) 다 노출하기는 어렵다”라며 “웹이라는 게 사람의 손이 아닌 기계적인 부분이 있어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KBS, MBC 시청자 게시판에는 ‘쥐박이’ ‘명박이’와 같이 이 대통령을 희화화하는 단어가 금지어로 등록되어 있지는 않다. 다만 성적인 표현이나 욕설 등은 금지어로 차단된다. 

SBS 관계자는 "2008년 6월 시청자 게시판에 해킹으로 추정되는 게시물이 올라와 '명박이'와 '쥐박이' 등을 금지어로 설정했으나 해킹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면서 "이후 운영상 실수로 금지어에서 해제되지 않고 있다가 현재는 해제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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