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째 계속되고 있는 YTN 기자 대량 해고 사태가 결국 노사 간 사내 합의에 실패했다. 해고사유가 된 공정방송투쟁의 정당성을 놓고 수년간 공방이 이어지다 최근 YTN노조가 ‘해직 사태 해소를 위한 노사 특별위원회’ 구성을 전격 제안했지만 경영진이 “해직자 사과가 전제돼야 한다”며 사실상 제안을 거부했다. 이로써 YTN 해고사태는 대법원의 최종적 판결만을 기다려야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YTN노조는 지난 1일 공개서한을 통해 “노사는 중립적이고 건설적인 논의에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위원 각 5인의 명단을 통보하고 노사 위원들은 위원회가 공식 출범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해직 사태 해소 방안 합의안을 도출하자”며 특별위를 제안했다. 노조는 “합의안이 도출될 경우 사원 찬반 총투표에 부치고 노사는 투표 결과를 수용해 합의안을 조건 없이 이행하자”고 요구했다.

노조는 “합의안이 도출되지 않을 경우 노측 위원들의 방안과 사측 위원들의 방안을 동시에 사원 총투표에 부치고, 노사는 투표에서 다수 찬성을 얻은 합의안을 조건 없이 즉각 이행하자”고 제안한 뒤 사측이 해당 제안에 대한 수용여부를 6일까지 답해달라고 밝혔다. YTN노조는 “특별 기구를 제안한 것은 불필요한 소모전을 줄이고 생산적이고 책임 있게 해직 문제 해법을 찾기 위한 것”이라 설명했다.

이에 경영진은 기간 연장을 요구했고, 노조는 기간을 8일까지 연장했지만 답은 실망스러웠다. 경영진은 8일 특별위 구성 조건으로 △이명박 정부에서 노조가 여권 실세를 YTN 사장으로 영입하려고 시도한 사실 인정 △회사의 업무를 방해하고 회사와 전체 사원들에게 손해와 염려를 끼친 데 대한 사과 △ 임원․간부 사원에게 욕설 반말 등을 통해 인격을 훼손한 행위에 대한 사과 △일련의 행위에 대한 재발 방지약속을 꺼내들었다.

이는 해직자들의 공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전제로 노조의 제안을 검토하겠다는 뜻이었다. 이에 노조는 9일 성명을 내고 “논의 기구 구성 단계에서 조건을 붙이면 또다시 기존의 지리한 논쟁만 되풀이되면서 실질적인 논의는 힘들어진다”고 지적한 뒤 “노조는 사측이 내용상으로 터무니없고 노조에게 치욕적인 요구조건들을 내걸었음에도 불구하고 17일까지 사측의 변화된 입장을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YTN 선임사원협의회가 성명을 내고 경영진 입장을 지지했다. 이들은 “초기에 노사 간 충분히 해결될 수 있었던 해직자 문제는 해직자들 스스로가 이를 법정으로 끌고 나가면서 우리 손을 떠나버렸다”고 주장한 뒤 “진정한 사과와 반성이 없는 대화는 또 다시 서로를 속이는 기만행위밖에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리고 지난 17일, 경영진은 최종 입장을 냈다. “해직이라는 무거운 난제를 해결하고 복직으로까지 이어지기 위해서는 사내외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객관적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는 것이 회사의 판단이며, 이러한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회사는 해직자들의 자세변화와 재발방지를 전제 조건으로 제시한 것이다.” 8일 발표한 입장과 달라지지 않은 내용이었다.

YTN 경영진은 “‘인정과 사과, 재발방지’가 있어야만 해직자 사태 해결을 위한 논의를 시작할 수 있으며 그 결과 또한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의 확고한 인식”이라고 밝힌 뒤 “상대적으로 중립적인 논의 기구 구성 또한 명분에 집착한 논리일 뿐 실제 가능한 것인지, 실행력은 담보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해직자들은 회사의 요구를 치욕적이라고 받아들여서는 안 될 것”이라 강조했다.

그러나 이 같은 사과 요구는 4년 째 이어오고 있는 공정방송투쟁의 정당성을 노조와 해직기자 스스로가 부정하라는 주장과 같아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종욱 YTN 노조위원장은 18일 통화에서 “사측은 본질적으로 기존의 입장을 반복하며 대화를 거부했다. 주말에 입장을 정리한 뒤 20일에 향후 투쟁방향을 알릴 것”이라 밝혔다. 노조는 지난 3월 공정보도와 임금협상을 위한 파업에 돌입해 지난 7월 1일까지 10단계 파업을 진행한 바 있다.

2008년 4월 YTN노조는 이명박 대선후보시절 언론특보를 지낸 구본홍 YTN 사장을 ‘낙하산 인사’로 규정하고 출근저지투쟁을 비롯한 ‘공정방송투쟁’에 나섰다. 이후 YTN에서 일어난 해고와 중징계는 이명박 정권의 첫 번째 언론장악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2008년 10월 6일 해고통보를 받은 노종면 등 6명의 기자는 징계무효소송을 진행했으며, 2009년 11월 13일 1심판결에서 전원 복직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사측은 법원의 결정을 따르기로 한 ‘4‧1 합의’를 무시하고 즉각 항소한 뒤 법무법인 ‘바른’을 변호인단으로 꾸렸다. 그리고 2011년 4월 15일 서울고등법원 민사15부(판사 김용빈 유석동 이순형)는 2심판결에서 해직자 노종면, 현덕수, 조승호 기자의 1심 복직판결에 대한 사측의 항소를 받아들여 해고가 정당하다고 밝혔다. 현재 해고 무효소송은 대법원의 판결만을 남겨두고 있으나 판결이 언제 이루어질지는 예측이 어렵다. 이런 가운데 노종면 등 기자 6인은 해직 1400일을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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