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7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완화하는 ‘보완 방안’을 확정했다. 지난달 21일 열린 ‘내수활성화를 위한 민관합동 토론회’ 논의 결과다. 주택담보대출 DTI를 산정할 때, 순자산과 장래예상 소득도 소득으로 인정하는 등의 내용이다. DTI 규제의 ‘불합리한 측면’을 해소하는 차원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관련기사 : 청와대 마라톤 끝장토론? 결과가 고작 DTI 완화 )
 
정부는 이날 서울 세종로 정부 중앙청사에서 제3차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열고 DTI ‘보완대책’을 논의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당초 8월 말에 논의하기로 했던 DTI 규제의 불합리한 점을 보완하는 방안을 앞당겨 논의하고자 한다”며 “가능한 8월말까지 (보완대책을) 마무리해 성과가 조기에 가시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논의 끝에 확정한 DTI 보완대책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정부는 DTI를 산정할 때, 40대 미만 무주택자에 대해서는 장래예상소득을 인정하기로 했다. 대출 시점의 소득만을 기준으로 했던 것과 달리, “연령대별 평균소득증가율을 기준으로 장래 예상소득을 추산하여, 소득지표로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것이다. 

 
순자산을 소득으로 인정하는 방안도 내놨다. 증빙 소득이 없는 경우, 대출자 본인이나 배우자 소유의 순자산을 근거로 소득규모를 추산해 DTI를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인정되는 소득만큼 대출받을 수 있는 금액이 늘어나게 된다. 다만 정부는 순자산의 소득환산을 통한 주택담보대출은 1건으로 제한하고, 인정 소득 금액도 5100만원으로 제한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의 ‘보완대책’은 사실상 DTI 규제를 허무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장은 “DTI 규제를 사실상 무력화시키는 대책”이라며 “실제로 DTI 비율이 70~80%까지 올라가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경우 50%, 인천·경기에 60%의 DTI 비율이 적용되고 있지만, 정부가 ‘뒷문’을 열어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예상소득 인정도 논란거리다. 정부는 매년 발표되는 국세통계연보 상의 연령대별 근로자 급여증가율을 근거로 은행들의 자율적 판단에 맡긴다는 방침이지만, 실직 등의 상황이 발생할 경우에 대해서는 언급되지 않았다. 실제 대출자의 소득이 그만큼 인상되지 않을 경우, 언제든 상환 압박이 이어질 수 있다. DTI 비율이 기준치를 초과하게 되는 건 물론이다.
 
순자산을 소득으로 인정하는 방안도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주요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이는 은퇴자들의 경우, 굳이 빚을 더 내서 시장에 뛰어들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선 소장은 “시장이 죽어있는 상황에서 빚을 더 내서 주택을 구입할 동기가 있겠냐”며 “투자 관점에서라도 (주택 구입을 촉진하는)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빚을 더 늘리는 식의 정책으론 해법을 찾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집값이 앞으로도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고, 가계가 더 이상 빚을 낼 여력이 없는 상태에서 이번 보완대책은 ‘쥐어짜기’나 다름없다는 이야기다. 그동안 ‘임기응변식’으로 이어진 정부 정책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 땅에 떨어져 있는 상황이다.
 
‘폭탄 돌리기’의 우려도 있다. 선대인 소장은 “구조적인 침체 상황에서 단계적으로 하향 안정화를 통해서 해소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의 대책은)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고, 오히려 더 키우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근본적인 ‘암’ 덩어리에 손을 대지 않고, 정부가 진통제만 투입하고 있는 셈이라는 이야기다. 
 
정부는 이 같은 ‘보완대책’을 9월 중 시행할 수 있도록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1년간 시행 후, 계속 시행 및 보완 여부를 재검토하기로 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