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군사독재정권에 맞서다 1975년 의문사한 장준하 선생의 두개골 부위가 지름 6×7㎝ 크기의 원형으로 함몰돼 있는 사진이 37년 만에 공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사진상으로 볼 때 뭔가 인공적인 물체(둔체·둔기)로 가격당해 타살됐을 가능성이 무게를 두게 하고 있다.

㈔장준하기념사업회(회장 유광언 전 정무차관)는 1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사무실에서 대책회의를 연 뒤, 지난 1일 장 선생의 유해를 이장할 당시 찍었던 장 선생의 유골 사진과 14일 유골 검사를 한 이윤성 서울대 법의학 교수의 소견서를 공개했다.

지난 14일 작성된 이윤성 서울대 의과대 법의학연구소 교수의 소견서에 따르면, 이 교수는 지난달 25일 장준하 선생의 장남 장호권씨로부터 이장 예정인 장 선생 유골 검사를 의뢰받아 1일 약식검사한 결과, 장 선생의 머리뼈에는 뒤통수 오른쪽에 후두골(後頭骨·뒤통수뼈)과 오른쪽 두정골(頭頂骨·마루뼈)에 걸쳐 동그란 복잡-함몰 골절이 있고, 이 부위로부터 뻗어나간 기다란 형태의 골절(선상 골절)이 나타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이 교수는 장 선생의 뒤통수 오른쪽 뼈에 생긴 골절의 경우 7×6cm의 원형이며 안쪽으로 함몰된 형태였을 뿐 아니라 여러 조각이었다고 분석했다. 이 부위에서 12시 방향으로 오른쪽 두정골을 거쳐 전두골(前頭骨·이마뼈)에 이르는 길이 18 cm의 긴 골절이 있었으며, 3시 방향으로도 오른쪽 두정골에 길이 12cm의 긴 골절이 나타나 있었다. 5시 방향과 6시 방향으로도 각각 길이 2cm와 1.5cm의 골절이 있었다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이밖에도 오른쪽 관골(髖骨·볼기뼈, 골반뼈)은 적어도 4조각 이상으로 분리됐으며, 함께 골반을 이루는 천추(遷推, 엉치뼈)와 왼쪽 관골은 형태를 갖췄으나, 유독 오른쪽 관골만 불규칙한 형태로 분리된 것으로 미뤄볼 때 살아있을 때 생긴 골절(생전 골절)이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장준하 선생의 사망원인에 대해 “머리 손상(머리뼈 골절과 그에 수반하였으리라 추정하는 두개내출혈이나 뇌 손상 등)로 본다”며 “머리뼈와 오른쪽 관골의 골절은 둔체(鈍體·둔기·blunt object)에 의한 손상”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 교수는 이 손상에 대해 “가격(加擊)에 의한 것인지 또는 넘어지거나 추락하면서 부딪쳐 생긴 것인지는 판단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사진을 보면 오른쪽 머리뼈에  7×6cm 원형의 함몰 자욱이 뚜렷이 나타나있다. 원형으로된 골절의 형태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망치 같은 둔기로 쳐서 생긴 현상으로 유족들은 보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이날 당 차원의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장 선생 타살 의혹 규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당 고위정책회의에서 당 차원의 ‘고 장준하 선생 의문사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키로 했다”며 “이제라도 박정희 유신정권의 중앙정보부 등 국가기관의 개입을 밝혀내고 책임자들의 분명한 사과와 국가 책임을 물어야 한다. 고인에 대한 정밀한 유골 감식 등을 통해 타살 등의 정확한 사인을 밝혀내고 당시 국가기관의 개입 여부에 대한 진실을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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