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들어 신문고시(신문업에 있어서의 불공정거래행위 및 시장 지배적 지위남용행위의 유형 및 기준)가 유명무실해지며 신문지국들의 불공정거래가 ‘제어불능’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신문고시의 주체인 공정거래위원회가 지국에 대한 규제·감시 기능과 신문사 본사에 대한 직권조사 등을 하지 않은 결과 과거보다 사태가 심각해졌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6월 현행 신문고시의 3년간 연장 존치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 정부 출범 이후 공정거래위원회는 신문고시 위반행위에 대해 사실상 손을 놓은 상태라 연장 존치가 무의미한 상황이다. 2010년 유원일 의원실(창조한국당)이 확보한 공정위 자료에 따르면 2005~2007년 사이 371건에 달하던 직권조사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단 한 차례도 실시되지 않았다.

신문고시를 위반한 신문지국에 대한 중징계도 2005~2007년에는 337건에 달했지만 2008~2010년에는 20건으로 대폭 축소되었다. 반면 ‘솜방망이’ 처벌에 해당하는 경고는 같은 기간 142건에서 525건으로 증가했으며, 포상금 평균지급액도 30%이상 하락했다. 이 같은 수치는 신문고시 위반사례가 줄거나 수위가 낮아진 탓이 아니라 현 정부 들어 공정위가 제 역할을 포기한 결과라는 비판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 독자감시단이 지난 14일 서울지역 조선·중앙·동아일보 60개 지국(각각 20개 지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신문고시 위반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이었던 신문지국의 신문고시 위반율은 100%에 달했다. 이들 지국 중 ‘무가지 4~12개월+경품’을 제공한 곳은 35곳에 달했으며, 은행 자동이체를 하면 월 2000원의 할인정책(중앙일보)을 내세우거나 다른 지국보다 경품을 더 많이 주겠다는 제안 등 기타 위반 지국도 14곳이나 되었다. 

조영수 민주언론시민연합 대외협력부장은 “2010년 8월 조사 당시에도 (조사대상 신문지국의) 신문고시 위반율은 100%였다”고 지적한 뒤 “신문고시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국의 위반사례 뿐만 아니라 본사에서 지국에 가하는 불공정거래 행위 역시 조사하고 규제할 권한이 있다”며 “공정위가 일선지국에 대한 조사와 함께 본사에 대한 직권조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문유통업계에서는 오래전부터 신문지국간의 과열 경쟁이 본사와 지국 간의 착취관계(높은 지대와 실적 요구 등)에서 비롯되었다는 지적이 많았다.

민언련을 비롯해 전국언론노조, 언론개혁시민연대, 신문통신노조협의회 등 언론사회단체들은 16일 공정거래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정위가 신문지국의 불법·불공정행위에 눈감고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한 결과 신문시장은 다시 무법천지가 된지 오래”라고 지적한 뒤 “공정위는 재벌신문의 위법행위의 공범이 되는 대신 신문 본사의 신문고시 위반을 철저히 조사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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