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방문과 박종우 축구선수의 세리머니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독도와 관련해 1985년 발매돼 큰 인기를 끌었던 노래 ‘독도는 우리땅(가수 정광태)’이라는 노래가 KBS와 MBC에서 모두 금지곡(방송부적격·방송불가)으로 분류돼 있었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두 방송사는 대신 다른 가수가 가사 내용과 제목을 바꾼 노래와 정광태씨가 제목과 가사를 바꾼 노래, 가사 중 지명을 바꾼 노래만 방송이 가능한 상태이다.

이와 달리 SBS만이 유일하게 1985년도의 ‘독도는 우리땅’ 원곡도 방송이 가능한 것으로 밝혀졌다.

14일 KBS에 따르면, 1985년 발매된 정광태씨의 ‘독도는 우리땅’에 대해 KBS는 지난 2001년 4월 심의에서 독도의 행정구역이 2000년부터 ‘남면도동’에서 ‘독도리’로 바뀌었다는 이유로 방송부적격 판정했다. KBS는 이후 김흥국·정광태씨가 함께 부른 ‘독도로 날아간 호랑나비’라는 곡도 부적격(심의보류) 판정을 했다. 그 이유는 가사에 ‘대마도도 우리땅’이라는 대목이 나오기 때문.

배재성 KBS 홍보실장은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노래가 다른 노래에 비해 구체적이고, 지리와 행정정보가 나오는데 당시 현 행정구역명과 틀리게 나와 교육적 성격이 있는 방송에서는 내보낼 수 없다고 심의결과가 나왔던 것”이라며 “‘…호랑나비’의 경우 외교적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 그랬을 것이다. KBS의 가요심의는 까다롭다”고 말했다.

   
 
 
배 실장은 “다만 ‘독도는 우리땅’의 작사가 박인호씨가 심의를 받아들여 행정구역명을 고친 노래(‘독도는 우리땅 30년’-독도듀엣)는 방송되고 있으며 이후 정광태씨도 개사한 '남면도동'을 '독도리' 등으로 개사한 '독도는 우리땅'과, (지난해 8월) 개사한 뒤 ‘독도는 한국땅’으로 제목을 바꾼 노래를 방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MBC의 경우도 지난 2005년 3월 ‘독도는 우리땅’ 원곡에 대한 심의에서 방송불가 판정했다. MBC 심의부 가요담당자는 14일 “가사내용의 행정구역상의 문제와 ‘대마도는 몰라도’라는 대목이 불가사유”라며 “‘대마도…’라는 가사내용은 우리 영유권으로 대마도를 끌고 들어가면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서 그렇다”고 밝혔다. MBC는 올해 심의에서 독도듀엣의 ‘독도는 우리땅 30년’과 정광태씨의 ‘독도는 한국땅’은 방송할 수 있다고 이 담당자는 전했다.

이에 반해 SBS는 ‘독도는 우리땅’ 원곡도 방송적합 판정을 내린 것으로 나타나 큰 대조를 보였다. SBS 심의팀 가요담당자는 14일 “정광태씨가 2005년과 지난해에 걸쳐 ‘독도는 우리땅’ 심의요청을 했는데 모두 방송적합 결정을 했다”며 “85년도 곡인 원곡도 (오래 전에) 방송적합 판정이 됐었다”고 밝혔다.

이 담당자는 “가요심의는 방송심의 규정처럼 하는 것이 아니라 방송사 내규에 따라 심의하다보니 사별로 다를 수 있다”며 “우리의 경우 (가사내용상의 행정구역 문제 등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라고 밝혔다.

대중음악평론가 김병오씨(필명 김土日)는 “‘민들레 홀씨되어’에 홀씨가 아니라 꽃씨가 맞다는 주장이나 ‘짜장면’이 아니라 ‘자장면’이라는 주장처럼 웃기는 일”이라며 “노랫말에 꼭 맞는 말만 쓰라는 법은 없다. 가수에게 과도한 사회적 책임을 들이대고 통제하는 습성이 여전히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씨는 “아직도 가수에게 바른 생활을 강요해 스스로의 기준에 맞춰 무책임하게 판단하려는 것”이라고 “어이없는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기사수정 8월 16일 오후 4시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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