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급격히 확산되고 있는 주요 식수원 강물의 녹조현상과 관련해 20년 넘게 부산에서 취재해온 송성준 SBS 사회부 기자가 ‘4대강 보 건설 사업과 무관하다’는 정부 주장에 대해 잘못된 결론이라고 정면 반박하고 나서 주목된다.

송성준 기자는 9일 오후 SBS 뉴스홈페이지 ‘취재파일’ 코너에 올린 ‘낙동강 녹조…'보 때문'이 아니라고?’라는 글에서 극심한 독성 조류 번식 원인을 두고 환경단체와 정부가 각각 ‘4대강 보 건설 때문’, ‘유례없는 폭염과 가뭄 때문’으로 맞서고 있는 것에 대해 20년 넘게 부산 현장을 뛰면서 해마다 태풍·가뭄에 따른 낙동강 취재를 했던 경험을 근거로 자신의 분석을 내놓았다.

송 기자는 최근 녹조현상 취재를 위해 낙동강 중류 달성보에서 하류 창원 본포 정수장과 낙동강 하구언까지 가서 들여다본 결과 “올해 녹조의 가장 의미심장한 변화는 낙동강 녹조가 하류에 국한된 것이 아닌 중·상류까지 심각하면서도 광범위하게 형성돼 있었다는 것”이라며 “낙동강 녹조는 거의 대부분 낙동강 하구언을 시작으로 하류 지역에서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송 기자는 대구 달성보 주변의 경우 아직 심하지 않았지만 조금만 내려와 유속이 느린 곳에서는 강 전체가 심한 녹조 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곳의 마을 주민들에게 물어 보니 정자 아래에서 쉬고 있던 마을 주민 일곱 분이 보가 만들어 지기 전에는 이런 녹조는 없었다고 말했다며 흐르는 강물이었기 때문에 수질이 깨끗했다고 증언했다고 전했다. 매우 더운 여름에는 조그만 지천이나 저수지 등지에 녹조가 발생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이곳 낙동강 본류에 이런 녹조는 처음 본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는 것.

낙동강 합천보의 경우 4대강 공사로 강폭이 현저하게 넓어지고 유량도 풍부했지만 보 바로 위쪽 강물은 온통 녹색을 띄었다고 송 기자는 놀라워했다. 그는 “저도 현장 취재하면서 종전에 이곳에서 이렇게 심한 녹조를 본 적도 이야기를 들은 적도 없다”며 “보가 있는 곳의 갇힌 물은 아예 녹조가 층을 이루고 있을 정도였다”고 전했다. 특히 송 기자는 조류가 끼지 않은 물도 탁했을 뿐 아니라 보 아래쪽 강물이 위쪽보다는 옅은 녹색을 띄고 있었다는 점을 들어 “이는 보에 갇힌 위쪽 물은 조류 번식에 훨씬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고 아래쪽은 하류로 흘러 가는 물이다 보니 조류의 영향을 덜 받았다고 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분석했다.

낙동강 함안보는 합천보 보다 심하지 않았지만, 죽은 조류 등의 각종 부유물질이 거품처럼 떠 있어 한 눈에도 상태가 좋지 않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고 그는 전했다.

송 기자는 창원 등지에 식수를 공급하는 본포 정수장도 양쪽 강가를 중심으로 짙은 녹색을 띄고 있었다며 녹조류가 심하게 번식해 정수장 유입구 쪽에서는 호스를 이용해 계속 물을 펌핑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송 기자는 정부 주장처럼 폭염과 유량의 변화도 조류 번식의 주요 인자라면서도 “그러나 ‘보와는 무관하다’는 주장은 아무리 생각해도 잘못된 결론”이라며 “현재 삼각한 조류 번식이 나타나고 있는 곳은 보 주변 강물이거나 유속이 느린 지점”이라고 지적했다.

송 기자는 “제 취재 경험으로 비춰봐도, 마을 주민들의 진술을 들어 봐도, 한경단체나 학계 등 전문가의 견해를 들어 봐도 의견은 일치한다”고 강조했다.

여름 가뭄 탓이라는 정부 주장에 대해 송 기자는 “현장을 가 보면 이 또한 정확한 근거가 아니다”라며 “대구 달성보와 경남 함안보를 가보면 강물이 보를 넘어 흐를 정도로 유량이 풍부하며 합천보도 거의 만수위를 보인다. 심한 여름 가뭄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송 기자는 유례없는 폭염이라는 정부 주장에 대해서도 “지난 해나 2년 전에도 몹시 더웠다”며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앞으로 더 더워질 수도 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지 않느냐. 솔직해야만 문제 해결의 해답이 나온다”고 비판했다.

송 기자는 “보 건설 이후 올해 첫 해에 이러한 극심한 조류가 발생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앞으로 강의 자정능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환경이 반복될 수 있기에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지만, 경남도는 낙동강 수질 분석 자료를 공개하기 꺼려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 1회 조사를 한다는 경남도에 대해 “상황이 심각해 지고 있는데도 주 1회는 너무 안이한 대처가 아닌지 묻고 싶다”고 강조했다.

수질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는 환경부에 대해서도 송 기자는 “그 측정 지점이 강 중심부의 수심 중간부에서 채수한다고 한다. 조류의 특성상 햇빛을 받기 위해 낮에는 강 표면부로 떠오른다”며 “환경단체는 이를 환경부의 의도적 수치 줄이기 꼼수라고 비판한다. 지자체나 정부 모두 정직한 접근과 문제 해결 의지가 아쉽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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