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 게임사에서 1998년 출시한 스타크래프트(스타1)는 PC의 대중적 보급시기와 맞물려 수준 높은 전략시뮬레이션으로 등장했다. 스타1은 당시 남성들을 중심으로 집단적인 인기를 끌며 전국적인 PC방 창업 바람을 불러일으켰고, 2000년대 남성문화의 상징이 됐다. 스타1은 게임의 대중화를 이끌며 게임에 대한 기성세대의 고정관념도 일정정도 바꿨다.

케이블 채널 투니버스를 거쳐 온게임넷이 2000년부터 스타리그를 시작했고, 총 34번의 리그가 치루며 22명의 우승자를 배출했다. 이 중 테란이 14회, 저그 9회, 프로토스가 11회 우승을 차지하며 극강의 종족 밸런스를 보여줬다.

스타리그 인기의 시작은 임요환이었다. 그는 생방송이 도입된 한빛소프트배 스타리그에서 테란 최초의 우승을 차지했으며 드랍십과 벙커링 등을 사용하는 등 ‘전략’의 시대를 열었다. 이후 이윤열·최연성·박정석·이영호·이제동 등이 한 시대를 풍미하며 명 경기를 남겼다.

스타1으로 억대 연봉을 받는 ‘프로게이머’란 직업이 생겨났고, SKT와 KT등 통신사를 중심으로 프로게이머 구단이 창단됐다. 이들 통신사는 젊은 층을 대상으로 지상파 광고 이상의 홍보효과를 누렸다. 프로게임단은 하루 평균 13시간 이상의 혹독한 훈련으로 물량과 전술을 익히는 도제 시스템을 도입했고, 이후 리그가 상향평준화되며 홍진호 등 올드게이머들이 설 자리를 잃었다.

스타리그는 2010년 승부조작 사건이 터지며 내리막길을 걸었다. 역사상 최강의 저그유저로 평가받았던 마재윤을 중심으로 모두 11명의 선수가 승부조작을 주도한 사실이 드러났고, 한국e스포츠협회는 이들을 영구 제명했다.

2010년 말 스타2가 출시되며 스타1은 또 다시 위기를 겪었다. 블리자드는 그해 11월 MBC게임과 온게임넷을 상대로 스타크래프트의 저작권 침해 및 무단사용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고, 이들 방송사가 수년간 블리자드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e스포츠산업의 헤게모니 싸움으로 비춰진 당시 분쟁에서 양측은 2차 저작물의 권리를 두고 이견이 있었으나 지난해 5월 스타1 중계권에 관한 협약을 체결하며 일단락됐다.

올해 5월부터는 스타2가 e스포츠협회의 정식 경기종목이 됐다. 한국e스포츠협회는 침체기에 빠진 e스포츠산업 활성화를 명목으로 스타1 선수들을 스타2로 이동시켰다.

이런 가운데 MBC게임이 올해 2월 MBC뮤직으로 장르를 전환하며 방송을 종료했다. 원석중 온게임넷 PD는 이를 두고 “음악오디션 대세에 따른 시장논리의 결과였다”며 “게임 시장은 축소되고 좋은 경쟁상대는 사라졌다”고 밝혔다. 역동적인 한국 게임시장에서 15년 가까이 절대강자였던 스타1은 이제 e스포츠의 역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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