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와 새누리당이 검찰의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며 마치 검찰 대변인처럼 야당을 압박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동아일보는 2일자 5면 기사에서 “검찰이 지난 7월 31일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를 소환 조사하며 ‘인정신문’을 두 시간 한 것을 놓고 민주당과 검찰이 뜨거운 논전을 벌이고 있다”며 검찰의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보도했다.

동아는 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박 원내대표가 검찰에서 조사받고 있던 시간에 채동욱 대검 차장검사에게 전화를 걸어 제1 야당 원내대표를 상대로 두 시간이나 ‘인정신문’(인적사항 및 경력 확인 절차)을 벌이고 있는 것에 대해 항의했다는 검찰 쪽 주장을 실었다.

동아는 “검찰은 박 원내대표에게만 유독 인정신문을 길게 한 것이 아니라 새누리당 이상득 전 의원과 정두언 의원 때도 마찬가지였다고 강조했다”며 검찰 입장을 충실히 전했다. 이어 익명의 검찰 고위관계자 발언을 인용,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박 의원이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검사에게 항의한 것은 명백한 외압”이라 비판했다.

이 같은 보도가 사실에 부합하려면 박영선 의원이 실제 채동욱 차장검사와 통화를 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그러나 박영선 의원은 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대검차장에게 전화한 사실이 있는지를 묻자 “(당시) 검찰 측에 가 있는 송호창 의원 등 우리 측 변호사한테 전화했다”며 관련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당사자가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면 기사는 검찰 주장을 입증할 확실한 증거를 내놓아야 한다. 하지만 동아는 실명을 밝히지 않는 검찰 측 관계자의 주장에만 의존해 기사를 마무리 지었다. 동아는 또한 박 의원에게 ‘법사위원장이 전화하면 외압으로 비치지 않겠느냐’는 원론적인 질문을 던지며 특정한 답을 유도했으며, 이에 박 의원이 “소설을 써라. 어떻게 그런 관점으로 보느냐”고 반박하자 이를 여과 없이 보도하며 마치 박 의원이 실제 전화를 했으나 이를 부인하는 식의 뉘앙스를 주게끔 했다.

동아일보의 보도가 나가자 기다렸다는 듯 새누리당은 논평을 냈다. 새누리당은 2일 오전 논평에서 “만약 이것(동아일보 보도)이 사실이라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검찰에 대한 수사외압이다. 이것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박영선 의원은 즉각 법제사법위원장에서 물러나야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은 이어 “법제사법위원장인 박영선 의원과 법제사법위원인 박지원 원내대표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검찰수사에 외압을 가한다면 이것이야 말로 개혁의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민주당은 2일 논평을 내고 “새누리당의 김형우 대변인은 검찰의 대변인인가”라고 되물으며 해당 브리핑이 “공당 대변인이 정략적 브리핑을 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논평에서 “보도한 언론(동아일보)은 박영선 법사위원장이 검찰에 전화해 외압을 행사했다고 사실을 적시한 적이 없다. 취재기자의 질문이 있었고 이에 이름 없는 검찰관계자의 비판발언과 함께 사실무근임을 밝힌 박 위원장의 발언을 보도한 것이 전부”라며 보도만으로는 박 의원을 비판할 수 없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민주당은 이어 “새누리당이 ‘사실이라면’이란 전제를 걸어 놓고 일방적으로 특정 검찰관계자의 입장에서만 외압을 운운하며 언론보도 유인책을 썼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이 같은 일련의 상황을 두고 “박지원 원내대표 표적수사가 물거품으로 돌아가는 상황이 발생하자 새누리당이 검찰의 2중대 역할을 자임하는 꼴”이라 비판했다.

이와 관련 박영선 의원실의 한 보좌관은 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동아일보 보도와 새누리당 논평에 대응할 가치가 없다”며 “대응하면 할수록 오히려 말려드는 꼴”이라고 밝혔다. 이번처럼 검찰의 주장을 의심없이 전하는 언론과 이런 보도를 확대 재생산하는 정당의 모습은 여야를 막론하고 지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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