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지지했다고 해고? “방송작가 전부 해고하라”
파업 지지했다고 해고? “방송작가 전부 해고하라”
MBC PD수첩 작가 해고 일파만파… “작가는 양심과 표현의 자유도 없나”

MBC가 PD수첩 작가 전원을 해고한 사유는 PD수첩 작가들이 파업을 지지한 것라고 밝혔다. 결국 PD수첩 작가들이 단지 MBC 노조의 뜻에 공감하고 파업을 지지한 것이 해고 사유였음을 실토한 것이다.

MBC는 2일자 특보에서 김현종 시사제작국장 명의로 'PD수첩 작가 교체 경위 및 관련 입장'을 실었다.

김 국장은 "최근에 교체된 정재홍 작가를 포함한 PD수첩 작가들은 불편부당성과 중립성을 무시하는 경향은 보여왔다"며 "MBC의 노사분규 사태에서 일방적으로 노조의 파업을 옹호하고 노조 측에 가담하여 회사 측을 상대로 싸움을 했다는 것이 하나의 사례"라고 말했다.

김 국장은 정재홍 작가가 지난 7월 31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시사교양작가 명의로 지지 성명서를 썼다는 내용과 MBC 노조의 파업을 지지하는 기고를 쓰고 작가협회 등의 성명서를 주도했다는 내용을 소개했다.

파업을 지지한 정치적 행위가 결정적으로 해고 사유가 됐다는 얘기인데, 김 국장은 "PD수첩 작가 교체는 정치적인 해고가 아니라 보다 공정하고 시청자를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한 쇄신책의 일환"이라고 말해 스스로 모순된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정재홍 작가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김 국장의 주장에 대해 "우리가 정치적 해고라고 의심해왔는데 김 국장 본인이 인정한 것과 다름없다"며 "김 국장이 문제를 삼은 것은 불편부당성과 중립성을 무시했다는 것인데 방송작가에게 불편부당과 공정성이 요구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대상은 프로그램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 불편부당성과 중립성을 무시했다면 편파적이고 불공정했다고 하는 건데 어떤 프로그램이 그랬는지 김 국장이 밝혀야 한다"고 반박했다.

PD수첩 작가들이 MBC노조의 파업을 지지한 문제에 대해서도 정 작가는 "파업을 지지하느냐, 반대하느냐의 문제는 양심의 문제"라고 일축하면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파업을 지지할 수도 있고 반대할 수도 있다. 양심과 표현의 자유이며 권리의 문제이다. MBC 파업은 공정방송의 회복을 내세웠는데 PD수첩 작가들은 그 누구보다도 직접 공정방송의 토대가 무너지는 것을 목도해왔기 때문에 다른 작가들과 연대해 성명을 낸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국장이 밝힌대로 파업을 지지한 것이 PD수첩 작가들을 해고한 사유라면 파업 지지 성명에 참여한 방송4사 구성작가들은 PD수첩팀에서 일을 할 수 없다. 김 국장은 하지만 PD수첩 PD들이 전원 해고 사태에 항의하는 자리에서 '기존 PD수첩 작가들 이외에 그 어떤 작가와 작업을 해도 관여하지 않겠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PD수첩 작가들이 단순히 지지성명에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해고한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정 작가는 "PD수첩 작가들이 성명서에 참여한 게 문제라면 방송4사 작가 구성원도 문제가 될 수 있는데 김 국장은 스스로 기존 PD수첩 작가만 아니면 상관없다고 했다"며 "이것은 PD수첩 작가들이 해온 정부 비판프로그램에 대한 보복이면서 MBC 경영진이 권력에 충성하기 위해 PD수첩 작가들을 희생시킨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한국방송작가협회 김옥영 전임 이사장도 김 국장의 주장에 대해 "정 작가가 참여한 지지 성명은 방송 구성다큐 작가들의 성명이었는데 그 이유라면 구성작가 전원을 해고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구성다큐 작가 출신인 김 이사장은 시사교양프로그램마다 고유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것은 오랜기간 한 프로에서 일을 해온 작가들의 영향이 크다고 지적하면서 PD수첩 작가 전원 해고는 "PD수첩다운 명맥을 끊어놓겠다는 MBC 경영진의 의도"라고 분석했다.

MBC는 PD수첩 작가 전원 해고 사태가 한국방송작가협회 차원의 전면 대응으로 확산되자 서둘러 입장을 밝히고 진화에 나섰지만 오히려 불에 기름을 끼얹는 꼴이 된 셈이다.

한국방송작가협회는 김재철 사장과 면담을 요청한 상태에서 이 같은 MBC 입장에 단단히 뿔이 난 모습이다. 오는 3일까지 공식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했지만 김현종 국장의 입장과 같이 MBC 역시 입장에 변화가 없을 경우 직접 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직접 행동은 방송 작가로서 방송국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는 최대치의 저항 수준으로 오는 6일 김재철 사장을 항의 방문하면서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이번 PD수첩 작가 전원 해고 사태에 대한 방송작가들의 반발은 지난 2009년 광우병 파도 보도로 인해 명예훼손 소송이 제기되고 급기야 PD수첩 PD뿐 아니라 김은희 PD수첩 작가까지 검찰에 체포된 당시에 구성작가들이 반발했던 것과도 비교된다.

지난 2009년 김은희 작가가 체포된 것은 외부의 압력에 의해 탄압받는 형국이었다면 PD수첩 해고 사태는 MBC 내부에서 작가의 신분을 철저히 깎아내리고 하루 아침에 생존권을 빼앗으면서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방송작가들이 '모독'을 당했다고 느끼면서 감정적인 골이 깊게 파헤쳐 있다는 분석이다.

김옥영 이사장은 "한국 방송사에서 방송작가들은 비정규직으로 대거 기용됐지만 현격한 공을 세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번 해고 사태는 방송국이 작가들의 존재를 잡부 취급한 것으로 판단해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분노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기사를 후원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