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작가협회가 전면에 나서면서 MBC PD수첩 작가 전원 해고 사태가 전 장르를 망라한 방송작가 대 MBC 경영진 싸움으로 확산되고 있다.

2500여명을 회원으로 둔 한국방송작가협회는 지난 7월 31일 긴급 확대 집행부 회의를 열고 김재철 사장과 면담을 통한 담판을 명시한 대응책을 공식 의결했다. 집행부 회의에는 이금림 한국방송작가협회 이사장과 부이사장, 드라마, 예능, 라디오, 번역, 구성 다큐 등 5대 장르를 대표하는 분야별 이사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PD수첩 작가 해고 사태에 대해 한국방송작가협회 차원에서 전면 대응한다는 기조 아래 1일부터 전 장르 작가들을 대상으로 PD수첩 작가들의 해고 철회와 원상 복귀를 위한 서명운동에 돌입하기로 했다. 특히 이금림 이사장은 방송작가들을 대표해 김재철 사장에게 면담을 요청한 상황이다.

한국방송작가협회에 따르면 3일까지 작가해고 사태에 대한 MBC의 입장을 내달라고 요청했고 답변 결과를 검토한 뒤 상황 변화가 없을 경우 6일 김재철 사장 항의 방문 및 면담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PD수첩 해고 사태는 구성 다큐 작가들 서명이 900명을 넘어섰고, 유명 드라마 작가들도 김재철 사장 퇴진까지 주장하며 이번 사태에 대해 연대의 뜻을 밝혔다.

MBC <서울의 달> 김운경 작가는 "MBC 역사 이래, 김재철 사장 같은 저질 사장이 있었던가"라며 "박정희, 전두환 시절에도 이렇게 야비하진 않았다. 당신에게는 물러나라는 말도 아깝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즉각 구속되어야 한다"고 비난했다.

한국방송작가협회는 구성 다큐 작가들의 PD수첩 작가 대체 인력 거부 서명운동과 동시에 해고 철회 서명운동을 진행하는 등 향후 강도높은 투쟁을 예고했다.

박영주 한국방송작가협회 상임이사는 "경영진이 어떤 프로그램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PD를 자르거나 한 두명 작가를 내보내는 것은 왕왕 있었다"며 "하지만 전체 작가를 해고하고 이렇게 완전히 절차를 무시한 전례는 없었다"고 비판했다.

박 상임이사는 이어 "PD수첩 작가들은 1년을 계약한 상태다. 1년을 고용하겠다는 것을 확약했는데 그 약속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아무런 통보도 없이 막무가내로 해고를 해버린 것"이라며 "방송사 입장에서 프리랜서 작가들은 그만두라고 하면 그만둬야 하는 입장이지만 PD수첩 작가들은 1년 계약을 해준 것이고 동시에 그만큼 인정을 받았다는 증거이다. 그런 작가들을 자기네들이 계약을 했으면 지켜줘야 되는 것 아니겠느냐"고 질타했다.

PD수첩 작가 전원 해고 사태가 전체 방송작가들의 분노를 일으키고 있지만 MBC는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작가들의 참여를 배제시키는 PD집필제까지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MBC 노조는 "PD수첩 담당 팀장인 배연규 부국장은 작가들은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PD집필제까지 검토할 수 있다면서 PD수첩 작가들을 전원 해고한 폭거를 철회하지 않을 것임을 재확인했다"고 전했다.

MBC 노조에 따르면 PD집필제는 지난 2008년 이병순 사장 체제에서 도입하려고 했지만 '분화된 방송 협업 시스템상 비현실적이라는 판단 아래 백지화된 바 있다.

MBC 노조는 "PD수첩으로 상징되는 공영방송 고유의 권력 감시, 비판 기능을 말살하려는 시도를 계속함에 따라 방송 작가 연대 투쟁의 수위와 강도는 갈수록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며 "공정방송 회복을 위한 김재철 퇴진 투쟁은 이제 모든 방송 종사자들이 참여한 광범위하고 차원 높은 투쟁으로 고양돼 최후의 종결 지점을 치닫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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