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낚였다.”

네이버 뉴스캐스트를 말하는 주위 사람들로부터 흔히 듣는 얘기다. 선정적인 제목과 연성기사가 범람하는 뉴스캐스트는 이제 뉴스가 아니라 클릭을 파는 백화점이 되었다. ‘낚시 기사’는, 선정적인 제목으로 독자들을 유도하고 정작 클릭해 들어가면 의미도 내용도 없는 기사를 보여주는 언론을 비꼬는 인터넷의 신조어다. 독자들은 물고기, 기자는 낚시꾼, 제목은 떡밥인 셈이다.

7월 26일, 네이버 홈페이지 뉴스캐스트 스포츠란의 캡쳐 화면이다. 동아일보의 “훈련하던 박태환, 미모의 선수에게 가더니…” 라는 기사가 눈에 띈다. 내용은 그냥 호주의 여성 수영선수들과 대화를 나누었다는 내용이다.
 

역시 같은 날, 뉴스캐스트의 IT/과학란 캡쳐 화면이다. 이데일리는 “눈만 무려 60개 달린 ‘괴생명체’ 발견”이란 기사를 송고했다. 이는 영국 데일리메일의 “신종 편형동물이 발견되었다”는 내용의 기사를 인용 보도한 것이다. 신종 편형동물은 어느새 괴생명체라는 이름을 얻었다.

파이낸셜 뉴스가 보도한 “아이폰 5 9월 21일 출시? 사진 보니 하단이…” 란 기사도 눈에 띈다. 기사는 “사진 보니 하단이…” 란 문구를 통해 마치 사진을 통해 아이폰 하단 디자인에 대한 새로운 정보가 공개된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정작 기사 본문에 그런 내용은 없다. 기사에 첨부된 아이폰의 사진은 지난 기사가 나오기 한 달 보름 전인 6월 7일 이미 공개되었던 것이다.

이번엔 문화/연예란이다. 스포츠동아의 기사 “최란, 아들 충동장애 고백 ‘잘생긴 외모 눈길’”이라는 기사가 보인다. 배우 최란 씨가 아들이 충동장애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고백했다는 내용으로, 제목에 ‘잘생긴 외모 눈길’이란 문구가 끼어들어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톱뉴스란이라고 딱히 사정이 나아지는 것도 아니다. 파이낸셜뉴스의 기사 “여수엑스포 1만2000원 돈가스 실체..분노”의 내용은 돈가스가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허무개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이 기사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한 무명의 누리꾼이 올린 글을 그대로 기사화한 것인데, 사실 조선닷컴을 비롯한 다른 언론사도 이미 거의 같은 내용의 기사를 거의 같은 제목으로 보도한 바 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파이낸셜뉴스의 기사가 이 사진이 ’25일 올라온 것’이라고 보도했다는 점인데, 사실 이 사진은 24일 ‘일간베스트저장소’라는 사이트에 실린 것이 최초 출처인 것으로 보인다. 원출처를 찾아보려 하지도 않은 것이다.

이상의 기사는 모두 7월 26일의 어느 시각, 네이버 첫 화면에 노출된 기사 중에서 고른 것이다. 특별한 대형 이슈 없는, 2012년 중순의 어느 평범한 순간이다. 물론 몇 가지를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을 뿐, 비단 저 기사들만이 문제가 된 것도 아니다. 일반화시킬만큼 과학적 통제를 거친 랜덤화는 아니지만, 비슷한 문제를 지닌 기사는 훨씬 많이 발견될 개연성이 높다.

한편, 국내외 뉴스를 영문으로 제공하는 ‘코리아 타임즈’는 무척 재미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역시 뉴스캐스트에 올라온 “대형마트에 살인 가습기 살균제가… 경악”이라는 제목의 기사의 경우, 영어 제목은 “4 retailers accused of labeling humidifier sterilizer as ‘safe’(가습기 살균제를 ‘안전’하다고 표시한 4개 업자가 고발되다)”였다. 같은 내용의 기사임에도 불구하고 한글 제목과 영어 제목이 전혀 다르게 붙은 것. 뉴스캐스트의 문제점 중 하나로 지적되는 선정적 단어 – ‘경악’ ‘미모’ 등 – 붙이기의 공식을 그대로 따른 셈이다.

그 대안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지만, 뉴스캐스트의 연성화와 선정적인 헤드라인 달기는 이제 네이버나 언론사 스스로도 부인하지 못하는 문제다. 한 연구는 뉴스캐스트가 소수의 주제에 고도로 집중되어 있는 상태로, 전통적인 저널리즘에서 많이 다루는 정치, 경제, 문화 등의 기사보다 사회, 연예 등 트래픽을 얻기 위한 연성기사가 주를 이루고 있다(2011. 한정일. 뉴스캐스트, 인터넷, 종이신문의 기사 선정, 제목 선정에 대한 기술적 연구 : 네이버 뉴스캐스트 사례를 중심으로. 성균관대학교)고 지적한다. 한편 다른 연구는 헤드라인에서 메시지의 명료성과 문법적 완결성이 그다지 중요하게 취급되지 않고 있으며, 선정적인 제목을 다는 경우가 빈번하다(2010. 최영, 박창신, 고민경. 온라인 뉴스의 제목달기 분석 : 네이버 뉴스캐스트의 헤드라인 특성을 중심으로. 커뮤니케이션학연구)는 점을 지적한다.

위의 사례에서는 여섯 개의 기사를 읽었지만, 얻은 정보는 거의 없다. 박태환 씨가 미모의 여성 선수와 무엇을 했는지도 알 수 없으며, 최란 씨의 잘생긴 아들에게 눈길을 줄 방법도 없다. 괴생명체는 발견되지 않았으며, 아이폰이 9월 21일에 나올 지도 모른다는 신뢰할 수 없는 소문만 듣게 되었을 뿐이다. 다행히도, 여수엑스포에서 돈가스를 1만 2천원에 판다는 사실은 어쨌든 접하게 되었다.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고, 이미 다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열 번은 더 본 내용이지만.

뉴스 헤드라인의 선정성과 뉴스의 연성화. 눈을 잡아끌긴 하지만 결국 시간을 쏟아 기사를 읽어봤자 무명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얻는 것보다 더 나은 정보를 얻을 수가 없다. 과연 저널리즘의 위기를 말하지 않을 수 없는 순간이다.

그렇다면 이런 선정적 제목달기, 뉴스의 연성화가 이용자들로 하여금 뉴스캐스트를 외면하게 만들 것인가?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네이버의 점유율은 여전히 압도적이며, 모바일 점유율도 증가하고 있다뉴스캐스트의 영향력이 작아지고 있는 것도 결코 아니다.

실제로 한 연구에서도, 네이버 뉴스캐스트 이용자들의 만족도와 지속이용의도는 대체적으로 높은 편이었다. 반면 이용자들이 인지하고 있는 뉴스캐스트의 신뢰성은 낮은 것으로 검증되었고, 선정성에 대한 인식은 높게 나타났다(2011. 구관서. 포털 뉴스의 이용 만족도와 지속이용의도에 관한 연구 : 네이버 뉴스캐스트를 중심으로. 한국외국어대학교). 신뢰도도 낮고, 선정성도 높다고 인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용자들이 이에 만족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연구는 속보성, 상호작용성에서 서비스의 품질이 높고, 편리하고 효율적인 매체로 인지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또한 이용하는 주 연령층이 자극과 흥미 위주의 연성 뉴스를 오히려 선호한다는 점에 주목하기도 한다.

한 커뮤니티에서 파이낸셜뉴스의 “”여수엑스포 1만2000원 돈가스 실체..분노” 기사가 전파되는 과정을 추적해보면, 상당히 흥미로운 양상을 관찰할 수 있다. 가장 많은 글이 올라오는 인터넷 커뮤니티 중 한 곳인 SLR 클럽의 사례다. 25일 오전 10시 27분, 아마도 ‘일간베스트저장소’에서 가져온 것으로 보이는 1만 2천원 돈까스 사진이 올라온다. 이 사진은 같은 날 오후 2시 30분경, 3시 30분경 다시 올라온다. 그리고 4시 30분경, “기사가 떴다”는 제목과 함께 파이낸셜뉴스의 해당 기사를 링크한 글이 올라오고, 이어 “기자가 이 커뮤니티의 일원인 것 같다”는 추측성 글이 올라오고 “저런 식으로 기사를 써도 되냐”는 비난이 뒤따른다. 그러나 어쨌든, 이내 이야기의 틀은 기사를 중심으로 재편된다.

10~20대 여성 인구가 많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베스티즈’에 올라온 한 글에서도 재미있는 양상을 볼 수 있다. 이 글은 한 기사를 인용하고 있는데, 이 기사는 당시 화제가 된 ‘닉쿤 음주운전 사고’에 대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퍼지고 있는 비난여론에 빗나간 부분이 있다며 이를 변호한 것이었다. “진술서에 ‘죄송합니다’ 한 줄만 쓰다니 성의없다”는 여론에 대해 “원래 양식이 한 줄만 쓸 수 있도록 되어 있다”거나, “혈중알코올농도를 낮추려고 편의점에 가서 음료수 두 캔을 샀다”는 여론에 대해 “음료수는 혈중알코올농도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반박하는 식이다. 이에 대해 인터넷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다시 기사를 들고 와서 수십 개의 댓글을 통해 “진술서가 한 줄을 쓰도록 되어 있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음료수 문제는 처음부터 그런 과학적인 사실에 대한 논쟁이 아니었으며, 혈중알코올농도를 낮추기 위한 목적이 있음이 의심되었기 때문에 문제가 된 것” 등의 논지로 다시 재반박을 벌였다.

뉴스캐스트가 뉴스의 선정성이나 신뢰도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키고, 정보에 대한 요구를 충분히 만족시키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래도 뉴스캐스트에 만족한다. 뉴스캐스트는 분명 어떤 효용을 주고 있다.

뉴스는 점점 연성화되고 검증은 그만큼 부실해지지만, 덕분에 빠르게 전파된다. 4대강 공사 부실, 해군기지 문제, 쌍용차 문제, 방탄국회 논란, 이런 것들은 어렵고 복잡하며, 관련 지식 없이는 쉽게 무엇이라 판단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인기가수의 음주운전 문제는 쉽게 접근하고 쉽게 촌평할 수 있다. 여수엑스포의 돈까스가 비싸다는 얘기에는 머리를 쓸 필요도 없이 훨씬 더 빠르게 공감하고 더 빠르게 반응할 수 있다. 연성화된 뉴스는 뉴스라기보다는 인터넷 커뮤니티의 넘쳐나는, 한 순간의 반응, 한 순간의 자극을 위해 읽는 수많은 글들 중 하나가 된다. 다만 독자가 아주 많고,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과 더 쉽게 공유할 수 있는 그런 글이다.

여수엑스포의 돈가스 값에 대한 글은 다른 사람들이 몇 번이고 반복해 올리고, 그때마다 새로운 사람이 읽고 새로운 반응을 내비친다. 파이낸셜뉴스 또한 그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그러면, “파이낸셜뉴스도 이 글을 올렸다”며 또 사람들이 반응한다. 인기가수의 음주운전에 대한 기사는, 아예 처음부터 여론을 겨냥해 만들어졌고, 사람들은 그 기사에 다시금 피드백하며 또 새로운 여론을 형성한다. 기사는 더 빠르게, 혹은 더 널리 이슈를 전파시키는 점화기 역할을 한다. 지금 뉴스캐스트로부터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그리고 얻고 있는 효용은, 바로 그것 뿐일지도 모른다.

   
 
 

글을 맺으려는 순간 네이버 첫화면에 실린 또 하나의 기사가 눈에 박힌다. “’92억’ 서태지 빌딩, 실상 알고보니 이럴수가.” 이 기사는 이렇게 끝난다. “원빌딩부동산중개는 강남 서초 송파구를 중심으로 서울및 수도권 지역의 수익용, 업무용, 투자용 빌딩을 중개 컨설팅하는 업체다. 2만5000건에 달하는 데이터데이스를 토대로 중소형 빌딩을 주로 중개하고 있다.”

기사 아래에는 ‘낚시’인 줄 알면서 클릭했다면서도 기사를 비난하는 댓글이 가득하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기사의 반응이 생각보다 신통찮았는지, 제목은 “‘빌딩 부자’ 서태지, ‘재테크 부자’ 박찬호에 무릎”으로 바뀌었다. 어쩌면 우리는 물고기 노릇을 하며 뉴스캐스트에 ‘낚이는’ 것을 즐기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미디어오늘은 슬로우뉴스와 기사제휴 관계입니다. 원문 주소는 http://slownews.kr/4879, 작성자는 블로거 예인입니다.)

(편집자 주. 파이낸셜뉴스의 기사 “여수엑스포 1만2000원 돈가스 실체..분노”에 대하여, 1) 기사가 누리꾼이 올린 글만으로 구성되어 있지 않으며, 2) 조선닷컴의 기사가 시기상 파이낸셜뉴스의 기사보다 늦게 작성되었다는 반론이 있었습니다. 이에 관련된 내용을 수정합니다. 8월1일 오후 6시5분 기사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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