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PD 수첩 작가 6명 전원을 해고했다. PD수첩 PD들을 징계 조치하고 시용PD들을 배치한데 이어 제작에 깊이 관여해온 작가들을 해고하면서 정권 비판적인 PD수첩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MBC 경영진은 최근 PD수첩 작가들에 대한 불만을 가지고 SBS쪽 작가들을 접촉해 PD수첩으로 영입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연규 PD수첩 팀장은 이 같은 사실이 전해지자 이에 항의하는 PD수첩 제작진에게 기존 작가들을 전원 교체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이번에 해고 조치 통보를 받은 PD수첩 작가들은 10분 분량의 생생이슈 코너를 맡은 임효주, 이김보라 작가와 40분 분량의 심층보도 코너를 맡은 정재홍, 장형운, 이화정, 이소영 작가 등 총 6명이다.

작가 해고 소식을 들은 PD수첩 PD들은 배연규 팀장에게 작가 교체 이유를 밝히라며 ‘김현종 시사제작교양국장의 재가를 받았느냐’라고 답변을 요구했고, 김 국장은 배 팀장을 통해 '할 얘기가 없다. 재론의 여지가 없다'는 답변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MBC 경영진은 PD수첩 작가진들의 아이템이 진부하고 시청률이 낮다는 이유로 해고 조치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지난 3월 윤길용 전 시사교양국장 체제가 들어서기 이전 검사 스폰서, 민간인 사찰, 기무사 민간인 사찰, 4대강 문제 등 국민들이 알아야할 프로들을 방송에 내보냈고, 시청률도 10%를 넘는 일이 많았다는 것이 PD수첩 제작진들의 해명이다.

사실상 한진중공업 사태, 한미 FTA 문제, 4대강 문제, 제주 해군기지 문제, 대북 경제제재 문제 등의 아이템을 통제해 시사프로그램으로써 해야할 말을 못하면서 시청자로부터 외면을 받았는데 그 책임을 작가에게 묻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PD수첩 작가 전원 교체는 PD수첩 PD 10명 중 1명을 정직 징계 조치하고 5명을 대기발령한 상황에서 이뤄진 조치로 정권 비판적인 PD 수첩의 싹을 자르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또한 MBC는 1년 후 정규직 채용 여부를 결정하는 '시용PD' 5명을 채용한 뒤 이중 3명을 PD 수첩에 배치하면서 PD수첩 싹 자르기라는 분석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12년 동안 PD수첩에서 일을 해왔던 정재홍 작가는 "이번 해고 조치는 피디수첩으로 상징되는 언론의 비판적 기능을 말살하기 위한 책동"이라며 "특히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가 터지고 있는데 한시적인 시용피디 3명을 넣는다는 것은 PD수첩을 완전히 망가뜨리는 의도이고, 연장선상으로 정권 비판적인 목소리를 유지했던 작가들을 완전 잘라버린 것이다. 배경 속에서 학살이 저질러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해고 조치를 받은 PD수첩 작가들이 맡았던 프로그램을 보면 광우병 파동, 검사 스폰서, 불방 사태 논란을 일으킨 4대강 수심 6미터의 비밀, 언론사 최초로 보도한 김종익 민간인 사찰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번 PD수첩 작가들에 대한 해고 조치는 정상적인 법적 절차도 밟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PD 수첩 작가들은 매년 1년을 갱신 계약 기간으로 정해서 MBC 경영진과 전속계약을 맺어왔다. 전속계약은 타 방송사 프로그램은 하지 못하도록 돼 있고 계약금을 받고 MBC 해당 프로그램만을 제작하도록 돼 있다. 특별한 사유가 발생되지 않는 이상 올해 1월부터 12월까지 계약이 유효한데도 전격적으로 해고 조치를 내린 셈이다.

정재홍 작가는 "타 방송사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3배의 위약금을 물도록 돼 있다"면서 "아무리 프리랜서라고 하더라도 해촉을 하면 사유를 밝히는 것이 당연한 건데 정식으로 통보도 받지 못했다. 정치적인 이유로 전원을 해촉하는 것은 군사독재시대에도 없었 던 일"이라고 말했다.

MBC PD들은 MBC 경영진이 말하는 진부한 아이템과 낮은 시청률의 책임은 작가들이 아니라며 작가들에 대한 해고 조치 철회 요구를 담은 성명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또한 MBC, KBS, MBC, EBS 등 방송 4사 구성 작가들도 MBC의 이번 조치 비난하는 내용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공동대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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