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조 OBS희망조합지부(지부장 김용주)가 25일 오전 10시 서울 광화문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앞에서 집회를 열고 OBS의 안정적 광고판매를 위한 공영 미디어렙(방송광고 대행사) 지정과 적정 광고액 보장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 2월 미디어렙법 통과 이후 오는 8월 고시 제정을 앞둔 상황에서 방통위가 OBS의 미디어렙 분할지정을 예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방통위가 지난 5일 행정 예고한 ‘방송광고결합판매지원고시안’을 보면 OBS는 공영렙과 SBS렙에 7대3 비율로 분할 지정된다. 이는 OBS 광고를 전담해 파는 대행업자가 없다는 뜻이다. 다른 지역·종교방송들은 모두 공영렙이나 민영렙에 단독으로 지정되어 있는 상황이라 OBS의 경우는 이례적이다. 

OBS노조는 ‘100% 자체편성과 50% 자체제작을 하는 유일의 독립지역방송’이란 OBS의 위상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현재의 결합판매비율은 문제라는 입장이다. 또한 OBS가 신생매체라는 점을 고려해 합리적인 광고금액 산정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또한 OBS만 미디어렙이 분할지정된 것은 미디어렙법 19조(방송사업자에게 미디어렙 선택권 부여) 위반이라 주장하고 있다.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은 이날 집회에서 “자본으로부터 공공성을 보장할 수 있었던 최소한의 보루인 미디어렙이 개악된 후 OBS가 위기에 놓였다. 지역방송 생존을 위한 고민이 어디에도 없는 방통위는 반성하고 이를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것”이라 밝혔다. OBS 조합원들은 “방통위는 경인지역 시청자들의 시청주권을 무시하는 방송정책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해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용주 OBS희망조합 지부장은 이날 집회에서 “지역방송을 보호하고 육성해야 할 방통위가 직무유기 중”이라며 “우리를 잠재적 경쟁상대로 견제하고 있는 SBS 민영미디어렙에 OBS를 맡길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김용주 지부장은 “우리의 요구는 밥그릇 싸움이 아니다”라며 “정치권에서도 여야 할 것 없이 우리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밝혔다.

노광준 경기인천언론노조협의회(경인언노협)의장은 “경기지역 언론인들의 아픔은 경인지역 시청자·독자의 높은 수준에 비해 제작비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경기도민들의 눈높이에 맞게 정론직필하는 언론을 위해서는 최소한의 생존권부터 보장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발언에 나선 김성수 OBS 기자협회장은 “예전부터 OBS를 두고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방송’이라는 얘기를 들어왔다. 하지만 OBS가 최소한의 생존에 나서겠다고 하는 것이 정말 가치 없는 일인지 묻고 싶다”고 말한 뒤 “(OBS사원) 모두가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언론인을 꿈꾸고 있다”고 밝혔다.

OBS노조는 이날 결의문을 통해 “OBS 광고판매를 전담할 판매대행사는 공영렙이어야 한다. 적대적 관계에 있는 SBS렙에 OBS의 운명을 맡길 수는 없다”고 못 박은 뒤 “중소방송 생존을 위해 미디어렙법 입법 취지에 맞는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경인언노협 역시 같은 날 성명을 내고 “OBS에 대한 방통위의 정책적 차별은 경인 민방의 퇴출을 가속화해 결국 경인지역민의 시청권을 훼손하는 것”이라 주장했다.

OBS는 iTV의 후신으로, 창사 이후 4년 만에 1150억원의 적자를 기록해 자본금 대부분을 소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자 공모 당시 약속됐던 역외재송신 허가까지는 3년 7개월이란 시간이 걸렸다. 2011년 광고판매액은 280억 원 수준이다. 방통위는 해당 판매액을 기준으로 76.7%의 결합판매비율에 가중치 17.3%를 적용해 최대 253억원의 광고판매를 보장하겠다고 지난 3일 미디어렙 고시 행정예고안에서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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