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공판에서 천안함 사고 당시 항해 당직사관이었던 작전관 박연수 대위가 경비해역의 수심이 20m 정도였다는 진술을 하자 가장 먼저 지적되었던 내용이 합조단에서 발표한 사고지점 수심 47m와 다르다는 점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천안함 사고가 단 한번 발생하였다면 사고시간과 사고지점 모두 '단 하나의 정황'만 존재하겠지요. 하지만, 천안함 사고는 제1의 사고(해저 지반 접촉)과 제2의 사고(충격에 의한 반파)가 일정 간격을 두고 발생하였기 때문에 시간과 장소가 다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시간과 지점에 대한 증언이 다르다는 것은 문제될 내용이 아니라 오히려 당연한 결과인 셈입니다.

한편으로 당직사관이었던 박연수 대위의 증언을 통해 알게된 것은, 그가 항해장교로서 향해코스를 설정하고 함의 운항을 지휘함에 있어 <위험지역을 최대한 회피 운항하여야할 주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였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가 말한 '20m 수심지역을 운항했다'는 증언은 '위험지역을 항해했다'는 고백과도 같은 말이기 때문입니다.

해도(海圖)를 분석하면 천안함 사고가 보인다

사람사는 곳에 차가 다니는 도로는 차선과 신호등 그리고 각종 표지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안전확보 장치들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모두 차량의 흐름을 원활히 하고 혼선으로 인한 충돌을 방지하며 보행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선의 수단이 강구된 결과입니다.

하늘을 나는 비행기들은 하늘에 항로가 그려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관제에 의하여 접근과 비행 경로를 설정하고 모든 항공기에게 엄격히 따르도록 강제하고 있습니다. 완벽한 시스템을 자랑하는 통제 시스템에도 불구하고 이착륙시 대형사고가 왕왕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지요.

바다를 항해하는 선박의 경우 시각 혹은 레이다를 통한 육지 지형물 관측이나 등대, 부표 등을 이용하여 위치를 내고, 육지가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에서는 전파 혹은 위성이나 천체(해와 별)를 이용한 항법을 활용하게 되는데, 그 모든 수단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우리 배의 위치'입니다. 그것을 해도(海圖) 상에 표기하면서 항해를 하는 것이지요.

선박 운항에 있어 해도(海圖)는 'Bible'과 같은 존재입니다. 따라서 지형지물의 변화, 화산의 폭발 혹은 지진으로 인한 해저지반의 변화, 침식에 의한 해안선의 변화, 사구발달로 인한 수심의 변화, 선박침몰로 인한 위험물의 존재 등 모든 변화와 잠재적 위험에 대하여 'Up to Date'한 기록과 갱신이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도구가 바로 해도입니다.

오늘 백령도 서안의 해도에 대하여 이야기 하려고 합니다. 이 해도에 기록된 내용이 실제 현실의 바닷속 모습(수심과 암초의 존재여부) 혹은 항해위험요소(어망설치지역)과 정확하게 일치하는지 여부에 대한 책임은 '대한민국 건교부 수로국'에 있으며, 그를 바탕으로 군함들이 안전운행해야 할 책임은 '대한민국 국방부 해군'에 있을 것입니다.

특별히 그 두 개의 조직을 콕 찍어서 언급하는 이유는 천안함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드러나고 난 이후, 그 두 개의 조직 모두 천안함 사고의 무거운 책임으로부터 절대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예를들어 이번 사고 이후 알파잠수 이종인 대표가 발견한 '높이 10 미터에 달하는 오랜 침몰선의 존재'라든지 백령도 주민이 말하는 '해도에도 없는 암초(홍합여)의 존재'가 해도에 기록되어 있지 않았다면 대한민국 수로국은 매우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 지점들은 해도표기는 물론 필요에 따라 부표가 설치되었어야 하는 것이지요.

아무튼, 해도(海圖)에 관한 내용은 항해사들의 업무영역입니다만, 천안함 사건이 전 국민의 관심사가 된 이후 합리적 사고를 가진 많은 일반인들이 특정 영역에 상관없이 훌륭한 분석을 하고 계시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해도(海圖)에 대해 상세 설명을 드리는 것이 '합리적 집단 지성'의 힘을 이끌어 내는데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심층 분석을 하시는 분들께서는 큰 사이즈의 해도를 저장하시고 출력하셔서 분석하시면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 ☞ 해도(海圖) 큰 사이즈로 보기 )

육지에서는 지도(地圖)를 보고 길을 찾듯 바다에서는 해도(海圖)를 보고 항해를 합니다. 한 길 물 속 사정을 알 수 없는 선박으로서는 수심(水深)이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선박이 해저지반을 만나는 경우(좌초)는 없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해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잠시 '좌초(坐礁)'에 대한 말씀을 드리고 넘어가겠습니다.

좌초(坐礁)에 대한 간략한 이해
상륙선 등 의도적인 목적을 갖지 않은 선박이 운항과실이나 천재지변등으로 육지(해저지반)와 만나는 경우를 '좌초(坐礁)'라고 합니다. 사전에 '배가 암초에 얹힘'이라고 적혀있어서 일반적 인식이 '단단하고 날카로운 바위에 얹히는 경우'만을 연상하는 경향이 있는데 선박이 부드러운 진흙과 뻘을 만나도 그것은 '좌초(坐礁)'입니다.
좌초(坐礁)하면 반드시 선체가 손상되는가. 대부분의 경우는 그렇습니다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엔진고장으로 표류하던 선박이 바람에 떠밀리다 완만하고 평평한 해안의 곱디고운 모래 위에 주저앉은 경우라면 그것은 마치 수리를 위해 도크에 입거한 선박처럼 어떤 손상도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좌측의 사진은 알래스카 글레이셔 만(Glaicer Bay)에서 썰물 때 졸지에 갯벌에 좌초된 경우인데, 부드러운 뻘밭에 앉았으니 선체손상이 없는 것은 물론 페인트 수리조차 할 필요가 없는 '행복한 좌초'에 속합니다. 저 크루즈선의 이름이 'Spirit of Glaicer Bay 號'인 것으로 보아 그 동네 토박이 여객선인 것 같고 밀물과 썰물의 시간체크를 생명처럼 했을 터인데 홈그라운드 앞 마당에서 저런 어처구니 없는 사고를 당했으니 그것이 바로 '예측불가능한 해난사고'의 전형적인 모습을 대변해 주고 있는 셈입니다. (출처: 동아일보, '크루즈선의 굴욕')
한편, 좌초(坐礁)로 인해 선체가 형편없이 손상당하는 경우는 수도 없이 발견할 수 있습니다. 혹자들은 '암초에 좌초된다고 배가 반파될 수 있나?'라고 말하는 분들도 계십니다만, 간단한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무수히 많은 처참한 광경들을 접하실 수 있습니다. 

사진-좌초사례들 

저 선박들이 구 소련 KGB 소속 잠수함의 어뢰공격으로 저 꼴이 된 것은 아닐 터입니다. 하지만 좌초되어 반토막 난 형체가 어뢰를 맞은 듯 처참하기 짝이 없으니 '좌초로 인한 선체 손상의 정도는 오로지 하나님만 예측하실 수 있다'는 표현이 가장 적절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좌초인가 폭발인가>라는 논쟁은 그리 어렵지 않고 너무나 쉽고도 명쾌한 문제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에 대해 비교적 느긋한 편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좌초와 폭발은 전혀 유사성이 존재하지 않는 유형의 선박사고이고, 그로인한 손상의 형태와 판별해 내는 과정 모두에 있어 마치 '물과 기름'을 구분해 내는 것처럼 확연하게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천안함 사고 이후 지금까지 논쟁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군과 합조단에서 천안함 손상에 대한 '내용'이 아닌 '형태'를 집중적으로 부각시키고 그나마 '내용'조차도 거짓과 조작으로 포장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오래가지 못하고 속살을 드러낼 것입니다. 비록 소걸음으로 가고 있긴 하지만 하나씩 드러나는 진실들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합조단이 제시하는 '좌초가 아닌 근거' 로 가장 황당한 주장 가운데 하나가 '소나돔이 멀쩡하기 때문에 좌초가 아니다'라는 논리입니다. 해저지형의 형태, 지질의 종류와 좌초상황에 따라 선체 어느 부위가 접촉하여 손상이 발생하는지 누가 감히 재단을 할 수 있다고, 그러한 논거를 과학의 이름을 앞세워 주장하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지요. (오른쪽 사진 : 선미부분만 접촉이 발생한 좌초의 유형 사례) 

또한 합조단과 천안함 함장이 둘러대며 얼버무리는, <선박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고를 '좌초'라 표현한다>는 주장은, '관성에 의한 프로펠러 손상', '흡찰물질 뒤집어 쓴 1번 어뢰' 등과 함께 세계 해난사고 역사박물관에 영구 안치되어 후손들에게 가르침을 줄 '국가단위의 희귀조작사례'로 꼽힐 수준입니다. 참으로 부끄러운 우리의 자화상이지요.
좌초(坐礁)는, 화재(火災)·폭발(爆發)·충돌(衝突) 등과 함께 선박사고 유형 가운데 하나의 독립된 '사고원인'일 뿐, 모든 해난 사고를 총칭하는 명칭은 더더욱 아닌 것입니다. 만약 화재, 폭발, 충돌 사고를 좌초로 표현했다면 그것은 가정에서 가스 폭발 사고가 났는데 '도둑이 들었다'고 신고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황당하기 짝이 없는 꼴인 것입니다.
그러한 행위는 국민들이 해난사고에 대해 잘 모른다고 합조단이 국민들을 우롱하는 처사에 다름아닌 것입니다. 선박사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좌초와 충돌'에 대해 추후 심층적으로 다루기로 하고, 이제부터 백령도 인근 해역에 대해 해도상의 수심분석을 중심으로 접근해 보겠습니다.

해도(海圖) 및 표기에 대한 이해
해도에는 등심선(等深線, 수심이 같은 지점을 이은 선)과 함께 일정 간격마다 수심이 숫자로 적혀 있으며 암초와 어망설치구역의 존재 및 특이지형의 지질 등 항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정보들이 명기되어 있습니다.
 

백령도 남서 해안의 해도에는 등심선 5m, 10m, 20m, 30m, 50m 의 간격으로 선이 이어져 있는데 육상지도에서 등고선을 이용하여 산의 높이와 단면을 그려낼 수 있듯이 등심선으로 해저의 지형을 유추하거나 그려낼 수 있습니다. 해안 가까이에는 어망들이 있고, 바위들도 있지만 천안함이 항행했던 수심 20~40m 구역에는 암초(R:Rock) 표기가 없습니다.
이것은 천안함 사고 원인을 밝히는데 있어 대단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사고 후 어느 백령도 주민이 인터뷰로 얘기했듯이 '해도에도 없는 수중여(수면 아래 잠겨있는 암초)'가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그것이 사고해역 내에 존재하는지 여부와 수심이 어느 정도인지 여부, 그리고 그 주위에 천안함 선체의 파편이 존재하는지 여부는 반드시 조사를 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만약 사고해역(포괄적으로 천안함이 운항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전 구역)내에 그러한 수중여 뿐만아니라 암초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천안함 사고 원인에서 <암초에 의한 좌초>는 완전히 배제되어야 하는 것이지요. 천안함 사고 초기부터 제가 좌초를 주장하면서도 <암초> 부분을 완전히 배제하였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해도 상에 그러한 표기가 없다는 근거 때문이었습니다.
위 해도의 표기 중 'S' 혹은 'Sh'로 적혀 있는 것은 지질의 특성을 의미합니다. S는 Sand의 약어로, 지질이 모래(고운 모래, 다져진 모래, 규조토 등등)라는 뜻이고 Sh는 Shell, 즉 조개무덤(조개패각이 많이 쌓여 있는 지형)지형이라는 의미입니다. 모래가 쌓이고 조개무덤이 형성된 정황으로부터 조류의 흐름과 유속 변화로 의해 운반된 토사와 해저 물질의 침전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백령도 인근 해역 수심의 분포

이제 백령도 수심분포에 대해 색상으로 구분하여 펼쳐 보겠습니다. 수심은 아라비아 숫자로 표기되며 큰 숫자는 미터단위이고 작은 숫자는 소숫점 이하를 뜻합니다. 178 은 17.8m를 의미합니다. 이 해도를 통해 천안함급의 함선이 항해하기에 적절한지, 좌초하였다면 어느 지점에서 좌초가 가능한지 여부를 가늠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 해도(海圖) 큰 사이즈로 보기 )

위 해도 가운데 그린색상 계열로 표시된 해역(F.G)은 수심 30m 이상 해역으로 천안함급 함선의 항해에 전혀 무리가 없는 해역입니다. 그러나 붉은색 계열 해역(A.B)은 수심이 10m 이하인 해역으로 천안함급 함선의 항해 자체가 불가능하거나 함 안전의 운명을 걸어야 하는 구역입니다.

옅은 브라운색상 해역(D)은 수심이 11~19m정도 확보되므로 천안함급 함선의 항해가 가능하지만, 인근의 저수심 지대(A,B)와 얕은 조개무덤 지역(C)이 있기 때문에 항해에 대단한 주의가 요구되는 해역이 되겠습니다. 특히 조개무덤 지역(C)은 그 지점을 중심으로 일정거리 이내에는 접근하지 못하도록 설정해야만 하는 구역입니다. (Critical Area라는 뜻으로 'C'지점이라는 명칭을 부여합니다.)

그 중간 해역인 노란색상 지역은 수심 21~29m로 항해에는 무리가 없으나 '상당한 주의가 요구되는' 해역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백령도 남쪽 해역은 비교적 수심 분포가 양호한 편이어서 항해에 문제가 없지만 백령도 서쪽 해역은 비록 20m 수심이 확보되는 지역이라 하더라도 인근의 저수심과 위험구역(C, 조개무덤)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해도상 좌초가능 지점은 'C' - 평균 수심 8.6m 해역의 존재

위 지도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한 가운데 낙동강 오리알처럼 똑 떨어져 샛빨갛게 색칠한 지점(C)이 되겠습니다. 그 지점의 평균수심은 8.6m이며 지질은 모래(S)와 조개무덤(Sh)입니다. 이 지점 'C'가 주목받아야 하는 이유는 :
첫째, 백령도 서쪽 연안에서 천안함급 함선이 백령도에 근접 항행을 하였던 구역 중 가장 수심이 낮은 지점이며,
둘째, 평균수심 8.6m이면 고조 때엔 11.1m수심이 되지만 저조 때엔 6.1m가 되어 천안함급 함선의 좌초가 가능하며,
셋째, 그 지점이 바로 희생자 가족인 이용기씨가 별표와 함께 '최초좌초'라는 문귀를 적은 지점이기 때문입니다. 

최근의 재판에서 이용기씨는 사고 다음날 평택2함대 브리핑에서 22전대장인 이원보 대령으로부터 '천안함이 좌초했다'는 설명을 듣고 난 후, 도대체 어느 지점에서 좌초를 했다는 것인지 작전관인 박연수 대위에게 물었더니 그 지점을 찍어주었다며 그 위치에 별표와 함께 '최초좌초'라고 기재했다는 증언을 법정에서 한 바 있습니다.

'C'지점(평균수심 8.6m)에서 천안함이 좌초 가능할까?


대한민국 수로국에서 발행한 해도상 'C' 지점의 수심은 8.6m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사고 당시 그 지점의 실제 수심은 정확하게 얼마였을지 (국방부는 알고 있겠지만) 지금 현재 우리로서는 알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일단 해도상 수심(8.6m)을 액면 그대로 믿기로 하고 '과연 수심 8.6m 지점에서 천안함이 좌초 가능한지' 여부를 따져본다면 그 해답은 '충분히 가능하고도 남는다'는 것이 항해사 출신인 저의 결론이며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해군작전상황도 상에 명기된 '평균수면 6.4m'가 만약 해군측에서 확인한 최초좌초 지점의 수심을 명기한 것이라면 좌초 여부는 더욱 확정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 천안함의 흘수는?
인터넷 검색의 의한 재원을 보면 천안함의 흘수는 2.9m로 되어 있습니다. 대략 3m로 잡더라도 이것은 Even Keel, 즉 선수와 선미의 기울기가 전혀없는(Trim=0) 상태의 흘수이고, 통상 선체의 앞부분이 들려있고 후미부가 가라앉기 때문에(운항시 더욱 커짐) 함수쪽 흘수는 '3-1=2m', 함미쪽 흘수는 '3+1=4m'로 더 깊어지게 됩니다.

2. 프로펠러의 깊이는?
프로펠러는 추진력을 높이기 위하여 함선의 기선(Baseline)보다 1m가량 더 깊게 내려와 있습니다. 따라서 천안함의 수면하 최대 깊이는 '5m'로 늘어나게 됩니다.

3. 파고는?

파고는 '파도의 골에서 마루까지의 높이'를 말합니다. 천안함 사고 당일의 파고 2~3m를 기준으로 본다면 천안함이 물에 떠서 오르내리는 높이는 얼마나 될까요? 바람을 일으키는 자연(自然)의 힘이 바닷물의 높이를 2~3m 들어올렸다 놓았다 한다면, 그 물위에 떠있는 1,200톤의 거대한 물체는 몇 미터를 오르내릴까요?


아마 운동에너지 때문에 파고의 높이보다는 헐씬 더 오르내릴 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최소한으로 유추하기 위하여 파고의 높이(2~3m) 그대로 천안함이 오르내린다고 가정을 하더라도 선체의 깊이는 평균수면하 최대 7~8m까지 깊어진다는 뜻입니다.

4. 평균수심 8.6m 지역의 저조시간대 수심은?
해도상의 수심 8.6m는 평균수면을 뜻합니다. 고조때 수심과 저조때의 수심을 평균하면 8.6m 정도 된다는 뜻입니다. 백령도 지역의 평균고조차가 5m이므로 평균수면에서 +/- 2.5m하면 고조 때엔 수심이 8.6+2.5=11.1m가 되고, 저조 때에는 8.6-2.5=6.1m가 된다는 뜻입니다.

• 찬안함의 흘수는 : 7~8 m
• C 지점의 수심은 : 6.1 m

어떻습니까? 2010년 3월 26일, 당시 파고는 2~3m. 하루 중 가장 저조 시간대인 밤 21시 전후 천안함이 평균수면 8.6m/당시수심 6.1m 지점 위를 항해했다면? '천안함은 좌초할 수밖에 없었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이러한 계산은 항해관련 교과서에 나와 있는 기초적인 내용이며 항해사들에게는 밥먹는 것 만큼이나 상식적인 개념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흘수3m 선박이 수심 6.1m 지역을 항해하는데 무슨 문제야?'라고 간단하게 생각합니다. 천안함은 잔잔한 호수 위를 백조가 유영하듯 흘러다니는 물체가 아니라는 사실을 간과한 탓입니다.

선박은 선체의 사정에 따라, 바다의 상황에 따라 상하로 요동치며 다닙니다. 더욱이 조금 더 심층적인 개념인 천수효과(Shallow Water Effect)까지 감안한다면 천안함의 침하는 더 깊어지게 되지만, 그것까지 고려하지 않더라도 해당지역은 천안함이 좌초하기에 충분하다는 것이 입증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천수효과 (Shallow Water Effect)란 얕은 물(저수시)에서 나타나는 선체 침하 현상으로 선체하부의 수심이 좁아지면서 그곳을 흐르는 물의 속도가 빨라지면 베르눌리 원리에 의하여 압력이 낮아지고 결국 선체가 더욱 침하하는 현상을 뜻합니다. 


그와 관련하여 2010년 8월 12일 제가 올린 칼럼을 참조하시면 상세한 내용을 보실 수가 있습니다.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uid=191768&table=seoprise_12

'C'지점은 천안함이 좌초한 지점

저는 천안함이 좌초했다는 사실에 대해 그것을 '기정사실화' 하고 논지를 펼쳐왔습니다. 저에게 있어 '천안함이 좌초했다는 사실'은 하나의 설(說)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저의 분석에 의하여, 저의 모든 것을 걸고 내린 저의 판단이며 결론입니다. 저의 모든 것을 건다는 의미는 저의 학식, 지식, 경험, 인격, 미래 그 모든 것을 포괄합니다.

혹자는 제게 <천안함이 좌초했다는 것을 입증해봐라>라고 말합니다. 참으로 우둔한 사람입니다. 국방부가 '비밀'이라는 미명하에 항해정보, 교신기록, 조타기록, 엔진기록, KNTDS 정보등 모든 자료를 숨기고 있는 상황에서 저에게 확증적 증거를 제시하라고 요구하니 얼마나 바보같은 일인지요.

정부와 국방부가 있는 사실과 정보를 공개만하면 금방 드러날 일을 모두 감추고 있으니 그것을 밝히기 위해 분석 글로, 칼럼으로, 인터뷰로 논리를 펼치고 재판을 통한 증인신문을 2년여에 걸쳐 하고 있으니 이것이 얼마나 소모적이며 피 말리는 일인지, 최소한 지금까지 제가 펼친 내용들을 훑어나 보았다면 그런 말을 하기 힘들 것입니다.

천안함이 좌초했다는 것 - 지식, 경험, 과학에 근거한 총체적 판단

언젠가 천안함 강연 후 어느 분이 저에게 <천안함이 좌초했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가>라고 질문을 던져 저는 이렇게 답변을 하였습니다.

질문하시는 분 부부사이에 어린아이가 있습니까? 그렇다면 저는 단호하게 결론을 내리겠습니다. <두 분이 잤다>라고 말입니다. 그 증거는 두 분 사이에 어린아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두 분이 잤다는 사실을 저에게 입증하라고 한다면, 대단히 곤혹스러운 일이지요. 어린아이라는 존재 사실이 두 분이 잤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라는 저의 논리가 틀린 말인가요?

그리고 두 분이 잔 사실이 없는데 어린아이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제가 책임질 사안은 아닙니다. 결론은 <누군가와 잤다>는 사실은 변함없이 존재한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어린아이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아무하고도 잔 적이 없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과학의 영역을 벗어나는 일입니다. '동정녀마리아'는 종교의 영역이지 과학의 영역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천안함 선체 하부에 길게 그어진 스크랫치만으로도 천안함이 좌초했다는 사실을 100% 입증해 줍니다. 게다가 프로펠러의 손상은 천안함이 좌초후 이초하였다는 사실을 200% 입증해 줍니다. 그 두개의 증거만으로도 300% 이상의 확신을 갖기에 충분하고, 그 외의 정황들까지 합치면 500%가 족히 넘고도 남으니 큰소리 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낫이 눈 앞에 놓여 있어도 'ㄱ'자를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릅니다. 그 차이인 것이지요. 아는 사람은 큰소리를 칠 수 있습니다. 서재정 박사가, 이승헌 박사가, 양판석 박사가, 정기영 박사가, 이종인 대표가, 김광섭 박사가, 안수명 박사가 큰 소리를 치는 것은 자신이 확신하는 분야를 통한 분석 결과에 자신감이 있기 때문입니다.

'C' 지점의 해저 종·횡 단면에 대한 분석

백령도 서안 항해 최대위험구역인 'C'지점(최초좌초 표기지점)을 중심으로 위도와 평행한 횡단면의 해저 모습과 천안함이 당일 수차례 왕복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로를 따라 종단면의 해저 모습을 분석해 보겠습니다.


위의 'C'지점은 타원형으로 장축이 200m, 단축이 150m 정도 되는 꽤 넓은 해역입니다. 축구장 서너개는 족히 들어갈 면적이지요. 지질은 S(모래, 규조토)이고 조개무덤(Sh)이 산재해 있는 것으로 해도상에 표기되어 있으며 암초는 없습니다. 만약 암초가 있다면 R(Rock)이 표기되어 있었을 것입니다.

천안함 사고 현상(선저 스크랫치, 프로펠러 손상)놓고 유추해 볼 때, 단단한 규조토가 다져진 모래지형으로 완만한 구릉을 이루고 있으며 조개패각들이 돌과 자갈, 어구, 갈고리등과 함께 혼재해 있는 지대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1. '최초좌초지점' 횡단면

위의 'C'지점을 중심으로 횡단면을 두부자르듯이 잘라낸다면 아래와 같습니다.


단면으로 보고 알 수 있는 것은 수심 20m대 해역(E)은 매우 폭이 좁고 경사가 급격합니다. 그리고 수심 10~20m가 확보되는 D지역은 항행은 가능하지만 위험구역인 'C'가 존재하므로 회피항해를 했어야 할 해역입니다. 따라서 천안함은 최소한 E(20~30m) 구역보다는 수심이 깊은 쪽(F)을 택하여 항해를 했어야 안전이 확보될 수 있었습니다.

2. '최초좌초지점' 종단면

천안함이 'C'지점 위를 아래쪽에서 위로 지나갔다면 그 경로상의 수면하 모습은 어떠했을까요? 아래의 그림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천안함은 당일 파고 2~2m인 해상상황에서 수면하 7~8m까지 침하하는 선체를 이끌고 최저수심 6.1m 지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는 뜻이 됩니다. 그 결과는 '좌초'입니다.
앞에서 설명한 Trim, 파고, 저조, 천수효과까지 감안하여 상황을 연결해 보면 아래와 같은 모습이 됩니다.


'C' 지점이 좌초지점이라는 사실을 누가 입증해 줄 것인가?

그것은 가만히 놔 두어도 국방부와 해군이 입증해 줄 것이니 조용히 지켜보시기 바랍니다. 해당 지역 - 'C'지점을 중심으로 반경 몇km를 설정하고 그곳에는 천안함급 이상의 함선이 절대 항해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가 내려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국방부, 해군, 대한민국 수로국의 직무유기에 속하는 일이 되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천안함 사고 이후 예하 각 부대에는 고속정을 제외한 초계함급 이상의 함선은 그 지역을 항해하지 못하도록 지휘서신이 하달되었으리라 저는 판단합니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사고를 당하고도 개선하지 않는 중대한 과실을 범하는 것이며, 제2의 천안함 사고의 위험성을 내포한 채 묻어두는 행위가 되기 때문입니다.

만약 국방부와 해군이 계속 침묵하며 은폐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일반 집단지성의 힘이 그것을 밝혀 줄 것입니다. 해당 지역(평균수심 8.6m, 최저수심 6.1m) 해역에 천안함급 1,200톤 함선이 항행 가능한지 여부는 '취향'이 아닌 '과학'이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 수로국에 정식으로 이에 대한 판단을 요구할 것입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수로국의 전문 관료를 증인으로 신청하여 항행가능 여부, 최근 수심측정 여부, 현재의 수심을 측정하여 재판부에 알려줄 수 있는지 여부, 해당 지점에 등대 혹은 등화부표를 설치할 것을 요구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인 대응을 해 나갈 것입니다.

지금까지 수십년간 대한민국 해군은 백령도 서안에서 소위 '룰렛게임'을 한 셈입니다. 파고가 높은 날, 최저수심 시간대에, 그 지점 위를 정확하게 통과 항해하는 초계함급 이상의 함선으로 누가 걸려들 것인지, '룰렛'을 한 것입니다.

그 첫 희생자가 바로 '천안함'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조치를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앞으로도 그 지점 위를 항해하며 '룰렛게임'을 해야 할 23척의 초계함이 더 남아 있다는 현실에 맞닥뜨려야 한다는 현실 앞에 놓여있는 것이지요.

덧글 : 천안함은 C 지점('최초좌초' 명기지점)에서 후진으로 땅을 파며 빠져나오는 과정에서 프로펠러가 휘어지는 손상을 입고, 수심이 비교적 깊은 수역으로 나와 침수로 곤란을 겪던 중 인근에서 작전 중이던 수중함선이 정면으로 돌진하여 천안함 좌현하부를 들이받히는 제2의 사고를 당하게 됩니다.

사람들은 운전 중 담벼락을 받고 뒤로 빠져나오다 뒤에서 오는 차와 충돌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로 여기면서, 선박이 그러한 사고를 당했다고 하면 기이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날 천안함은 사고를 두 번 겪는 불운을 겪게 됩니다. 더욱 더 운명이 기구한 것은 존재하지도 않았던 '어뢰'가 느닷없이 등장하게 되는 일이지요.

2010년 3월 26일, 그날 밤 제1사고(좌초)와 제2사고(충돌)를 겪어야 했던 천안함 하부에서는 어뢰든 기뢰든 어떠한 형태의 '폭발'도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 저의 확고한 분석이며 판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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