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SK 와이번스 감독이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의 악수를 거절한 사건이 간밤에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20일 저녁 서울 잠실 야구장에서 열린 한일 레전드 매치 2012 식전 행사에서 김 감독이 시타를 마친 뒤 주전 포수를 맡았던 이 감독에게 악수를 청했으나 이 감독이 이를 무시하고 덕 아웃으로 걸어갔다는 게 동아닷컴의 보도였다. 기사가 나온 직후 이만수 감독에게 비난이 쏟아졌다.

동아닷컴은 “이 감독이 시타를 마친 후 악수를 청하는 듯한 김 감독을 무시한 채 덕 아웃으로 발걸음을 옮겼다”면서 “이에 김 감독은 머쓱한 표정을 지었고 굳은 얼굴을 한 채 그라운드에서 퇴장했다”고 보도했다. 동아닷컴은 “이 감독이 자신이 세운 기록에 비해 프로답지 못한 행동으로 야구팬의 빈축을 샀다”고 지적했다. 동아닷컴은 ‘프로답지 못한 행동’, ‘악수 한 번 하는 게 뭐 어렵다고 저러는지 모르겠다’는 등의 누리꾼들 반응을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누리꾼들이 동아닷컴의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고 동아닷컴은 결국 21일 정정보도를 냈다.

이 기사가 논란이 됐던 건 김성근 감독과 이만수 감독의 오래된 악연 때문이다. 김성근 감독이 지난해 8월 구단과 재계약 문제로 갈등을 빚고 전격 경질된 뒤 이만수 코치가 그 자리를 넘겨받았다. SK와이번스는 지난해 3위로 한국 시리즈에 진출하는 등 비교적 좋은 성과를 거뒀으나 두 사람의 사이는 완전히 갈라졌다. 김 감독이 공개적으로 “예의가 없는 놈”이라고 비난했고 이 감독도 여러 차례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문제는 이날 동아닷컴 기사가 기자의 추측으로 쓴 오보였다는 사실이다. 동아닷컴 캡춰 사진을 보면 이 감독이 김 감독의 악수를 무시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누리꾼들이 이 순간을 다른 각도에서 찍은 동영상과 사진을 보면 김 감독은 이 감독에게 악수를 청한 게 아니라 박수를 치고 있었고 이 감독은 김 감독을 보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애초에 두 사람이 서있는 위치가 악수를 할 정도의 거리가 아니었다는 사실도 확인된다.

김 감독과 이 감독이 평소 껄끄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동아닷컴의 기사는 단순히 사진 한 장과 인터넷에 떠도는 이야기를 묶어서 쓴 가십성 기사였고 몇 장의 사진만 교차 확인했어도 피할 수 있는 오보였다. 동아닷컴은 정정 기사에서 “정확히 알아보지 않고 기사를 게재한 점에 대해 야구 팬과 SK 와이번스 이만수 감독께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면서 “향후 기사 작성에 있어 보다 신중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실제로 동아닷컴 보도와 달리 경기 직후 두 감독이 사이좋게 악수를 하는 사진이 다른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한편 스포츠동아 이재국 기자는 트위터에서 “기사라고 할 가치 조차 없는 글 때문에 시끄러운데 동아닷컴의 인터넷 기자가 쓴 글이 스포츠동아 타이틀을 달고 나가 오해하는 분들이 있다”는 글을 남겨 빈축을 사기도 했다. 문제의 기사는 스포츠동아에도 동시에 게재됐으나 현재는 삭제되고 없고 동아닷컴에는 아직 남아있다.

'GoM'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한 누리꾼은 “이렇게 엄청난 논란이 될 기사를 내보낼 것이라면 최소한 현장에서 상황을 직접 목격하고 쓰거나 최소한 사실 확인은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부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이 감독이 시구자로 나선 일본 장훈 선수에게 깍듯이 인사를 했으면서 김 감독에게는 인사를 건네지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악수를 했든 안 했든 이 감독이 선배에게 예의를 갖추지 않은 건 맞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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