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조 MBC본부(MBC노조)의 업무복귀(18일)와 함께 진행된 대규모 인사발령을 두고 김재철 사장과 경영진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MBC경영진은 지난 17일 밤 파업에 적극 참여했던 조합원 중 해고·정직이나 대기발령을 받지 않았던 조합원 50여명을 본인의 동의나 업무능력과 상관없는 타 부서로 전출시켰다. 이에 따르면 보도국 기자들과 시사교양 PD들이 ‘부당인사발령’ 대상자의 상당수인 반면, 예능과 드라마본부 조합원은 한 명도 없다.

MBC노조에 따르면 보도국은 실무 취재인력 100여명 중 31명이 파업기간 중 해고 등 중징계와 대기발령을 받았다. 이번 인사발령으로는 무려 25명이 용인드라미아 개발단, 사회공헌실, 신사옥건설단, 경인지사 사업부 등 본연의 업무와 전혀 관계없는 직종에 배치됐다. 그 결과 기존 보도국의 취재인력 절반 이상이 업무에서 배제된 상황이다.

MBC 기자회 비상대책위원회도 18일 성명에서 “기자들은 기습인사 후 기본적인 출근 장소조차 통보받지 못해 사무실을 찾아 헤매고 있다”고 전한 뒤 “출근을 했다 해도 자기 자리조차 제대로 배정받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편성제작본부 시사교양PD들의 경우 19명의 PD들이 이미 중징계로 업무에서 제외된 상황에서 2명이 신사옥건설단과 사회공헌실로 전출을 당했다. 전체 시사교양 PD 55명 중 21명이 업무에서 배제된 것이다.

특히 이 같은 ‘배제’는 에 집중됐다. 을 담당하는 PD 10명 중 현재 1명이 정직, 5명이 대기발령을 받았으며 이번 인사에선 베테랑 탐사보도 PD인 김환균 PD를 교양제작국으로 전출시켰다. 김환균 PD는 지난해 3월 최승호 PD가 에서 사실상 강제 하차당할 때 시사교양국 평PD협의회의 강한 반발에 따라 사측이 타협점으로 최 PD를 대신해 투입한 상징적 인물이었다.

경영진은 대신 7명의 시사교양 PD를 에 새로 발령 냈다. 이들 중에는 제작 경험이 없는 시용 경력 PD도 3명이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무복귀 이전부터 MBC조합원들 사이에서는 김재철 사장이 “파업이 끝나고 내가 설령 물러나더라도 만큼은 대선 때 까지 꼭 무력화시켜놓으라고 지시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며 입을 모아왔다.

MBC노조의 업무복귀 이후 보도국 기자와 시사교양PD 절반 가량이 제작현장에서 쫓겨난 상황은 경영진의 의도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경영진은 170일간의 파업 기간 내내 ‘원칙론’을 고수하며 파업을 주도한 기자·PD 조합원에 대한 강경조치를 합리화해 결과적으로 권력비판적인 보도를 주도한 이들을 상당부분 업무에서 ‘솎아내는’ 결과물을 얻은 것이다.

이런 가운데 드라마와 예능본부의 경우 문책성 인사발령을 받은 이가 없는 것으로 파악돼 대조적이다. 드라마·예능 PD들은 보직간부를 제외한 평PD 전원이 파업에 동참하며 <해를 품은 달> 결방과 <무한도전> 24주 연속 결방이란 결과를 낳았다. 뿐만 아니라 다른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 역시 제작에 엄청난 차질을 빚게 해 광고수익 등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드라마·예능PD들 중 신정수 PD와 노조 집행부였던 김민식 PD를 제외하곤 징계를 받은 이가 눈에 띄지 않는다.

이에 대해 이용마 MBC노조 홍보국장은 “예능과 드라마본부에서 열심히 파업한 조합원들이 많지만 김재철 사장은 이들은 통제 대상으로 보지 않고 경영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배경을 설명한 뒤 “징계와 부당발령의 대부분이 시사교양PD와 기자들에게 집중된 것은 뉴스와 시사프로그램에서 기자와 PD들의 저항력을 떨어뜨리겠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조합원들 사이에선 “김재철 사장이 업무복귀를 바랐던 조합원은 김태호PD뿐”이라는 자조 섞인 농담도 나오고 있다.

MBC노조는 19일 총파업 특보에서 “김재철의 보복인사는 조합원들의 업무 복귀 후 예상되는 공정방송 투쟁을 말살하고 정권 편향적이고 사실 호도성 프로그램과 뉴스만 찍어내겠다는 의중을 만천하에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노조는 ‘부당전보 취소’ 가처분에 필요한 자료 수집을 위해 오늘(19일)부터 보복인사를 당한 조합원들이 전출당한 근무지를 직접 찾아 현장 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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