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몇몇 언론들이 북한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의 부인을 애인 혹은 여동생으로 보도하는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저지렀던 것으로 확인됐다. 16일 주요 일간지를 장식한 ‘김정은 부인’ 보도는 일종의 정정보도인 셈이다. 

중앙일보는 지난 9일자 12면 기사 <김정은 옆에 앉은 여인, 동생 여정 추정>에서 “지난 주말 북한 TV에 등장한 김정은(28) 노동당 제1비서 옆에 젊은 여성이 동행하는 모습이 잇따라 나타나 관심을 끌고 있다”며 여동생 여정(23)이라는 설, 부인이라는 설과 함께 보천보전자악단 출신 가수 현송월이라는 내연녀설을 소개했다. 중앙일보는 이에 덧붙여 “정보당국자는 ‘현송월은 김정은과 10대 시절부터 친분이 있고, 내연관계라는 얘기까지 북한 고위층 사이에 나돌 정도’라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같은 기사를 온라인에서는 <北김정은, 공식석상에 내연녀 ‘현송월’ 동행?>이라는 제목으로 전했다.

경향신문도 12일 영국 데일리메일 보도를 인용한 4면 기사 <”김정은 동반 여인은 북 가수 현송월 추정”>에서 “데일리메일은 김 제1비서의 미스터리 여성이 모습을 드러냈다면서 한국 정보당국은 김 제1비서가 스위스 유학에서 돌아온 뒤 현송월을 만났다며 두 사람은 10년 전 로맨틱한 사랑에 엮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다른 언론사들도 11일 온라인기사를 통해 이 소식을 전했다. 아시아투데이는 <김정은 옆 미모 여성, 누군가 했더니…내연녀?>, 조선일보 <英매체, 김정은 옆에 있던 여성은 가수출신 현송월>, 노컷뉴스 <北 김정은의 로맨스?…해외언론 ‘관심’ 폭발> 등이 전했다.

하지만 첫 보도가 나간 9일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16일, 주요 일간지에는 김 비서의 부인에 관한 보도가 일제히 실렸다. 동아일보 10면 기사 <’김정은 옆 여인’ 3번째 공개 금실 좋은 부부 이미지 연출>,조선일보 2면 기사 <북한 소식통등 “김정은 부인이 확실”>, 중앙일보 12면 사진 기사 <김정은 옆에 또 등장한 커트머리 여성…”부인 가능성 크다”>, 한겨레 8면 사진 기사 <’김정은 옆 여성’ 또 등장>, 한국일보 2면 기사 <’김정은 부인’ 추정 여성 또 TV등장> 등이 이에 대한 기사다. 경향신문은 관련 기사를 전하지 않았다.

확인한 결과, 각종 추측이 난무했던 의문의 여성은 김 비서의 여동생 혹은 애인이 아니라 16일자 보도된 대로 부인일 가능성이 유력하다. 단 일주일 만에 동행여성의 신상이 바뀐 이유는 북한 보도에서 두드러지는 ‘아니면 말고’ 식의 보도행태였다.

남문희 시사인 기자는 17일 “최고지도자가 공식석상에 애인을 데리고 왔다는 식의 보도가 나가자 북한 측에서 굉장히 불쾌해했다고 들었다”며 “남북관계가 좋지 않은데 이런 보도까지 나오자 정부당국에서 확인을 해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언론들의 무책임한 보도행태가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염려해 정부당국이 일종의 ‘정정보도’ 차원으로 사실을 확인해준 셈이다.

남 기자는 또 “북한에 대한 정보가 차단돼 있어 잘 몰라서 저지른 실수일 수도 있지만 북한 보도는 악의적인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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