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중립성이 2012년 현재 우리나라 통신 영역 최대 화두입니다. 하지만 망중립성 논의는 일단 용어 자체가 어렵기도 하고 각 이해당자사들 사이의 첨예한 의견 대립에 방송통신위원회의 비밀주의, 그리고 언론과 광고주의 결탁에 가로막혀 본질을 정확히 이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최근 논의는 단순히 특정 서비스를 차단하는 것을 넘어 경쟁 사업자들의 시장 진입을 원천 차단하고 이를 위해 이용자들의 통신을 감청한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습니다. 망중립성 논쟁과 관련 몇 가지 오해를 정리해봤습니다.(편집자 주)

첫번째 오해
내가 약정하고 받은 통화량이 무료통화?

일반 소비자들은 최신 스마트폰을 구입할 때 통신사의 약정요금제에 가입한다. 약정기간은 18개월에서 36개월까지 다양한데, 약정기간에 따라 단말기 할부금의 가격이 결정된다.

이 약정기간 동안 소비자들은 매달 최소 2만 8천 원 이상의 통신요금을 지불한다. 스마트폰 사용자들 대다수가 사용하는 모바일 앱인 카카오톡의 보이스톡 기능을 사용하려면 매달 최소 5만 원 이상 요금제에 가입해야 한다. 심지어 최근 통신사는 7만 원대 요금제에서만 사용 가능하도록 추진하고 있다.

소비자가 5만 원대 요금제를 사용하면 매월 음성통화 200~300분, 문자 200~300건 정도를 제공받는다. 이것들은 이번 달에 다 사용하지 않으면 다음 달로 이월되지 않고 그냥 사라져 버린다.

이렇게 소비자들이 매월 핸드폰 요금을 지불하고 제공받는 음성통화, 문자를 통신사와 신문사들은 무료통화라고 부른다. 내가 일정 기간 동안 약정하고 받은 통화시간이 어떻게 무료통화인가.

따라서 무료통화보다는 약정통화라는 용어가 적당하다.

두번째 오해,
완전한 LTE가 아닌데 나는 LTE 요금제를 낸다?

이통사들은 앞다퉈 LTE 요금제를 시장에 내놓고 가입자를 받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LTE 요금제는 완전한 LTE를 지원하지 않는다.

현재 국내 LTE 요금제에서 데이터 전송 속도는 기존의 3G보다 5배 정도 빠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음성통화는 여전히 기존망 (SK텔레콤은 3G, LG유플러스는 2G)을 사용하고 있다. 즉, 전국의 600만 LTE 요금제 사용자들은 반쪽짜리 LTE 서비스를 받고 있으면서 “LTE 요금제”에 돈을 내고 있다. 참고로 이 LTE의 요금제들은 혜택이나 가격을 비교해보면 대체로 기존 3G 요금제에 비해 비싸다.

음성에도 LTE 기술을 사용하는 것을 VoLTE (Voice over LTE)라고 한다. 참고로 이 기술이 적용되면 보이스톡 같은 mVoIP 서비스나 일반 음성통화나 같은 패킷교환망 방식으로 운영된다. VoLTE는 올 연말에야 도입될 예정이고, 최근 출시된 갤럭시S3를 제외하고는 현재 소비자들이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은 모두 해당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다.

따라서 현재는 LTE 요금제는 LTE 서비스를 완벽하게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

세번째 오해,
보이스톡과 같은 mVoIP 서비스 때문에 망부하?

이통사들은 2012년 5월 초 기준 전체 가입자 4,600만, 국내 3,600만 명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카카오톡이 보이스톡 서비스를 오픈했을 때 “보이스톡이 상용서비스가 되면 국내 통신사의 음성통화 매출은 전체가 없어진다고 보면 된다”며 “그러나 보이스톡의 공짜 음성전화가 유발하는 엄청난 데이터 트래픽(사용량)을 감당하기 위한 네트워크 확충과 유지·보수 등은 고스란히 통신사의 몫이 될 것”과 같은 말을 했다.

하지만 mVoIP 서비스가 유발하는 트래픽은 전체 모바일 트래픽의 0.3% 정도밖에 되지 않으며(시스코 2012년 보고서 전망치),  모든 스마트폰 요금제에서 활발하게 mVoIP 서비스를 사용해도 통신사의 매출은 2.36% 정도 감소할 것이라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영향연구 조사가 있었다.

시스코의 2012년 자료에 의하면 전 세계 모바일 트래픽에서 모바일 인터넷 전화(mVoIP)가 차지하는 비중은 0.3%이다.

오히려 유튜브 등과 같은 동영상 서비스가 트래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 마디로 mVoIP에 의해 트래픽이나 매출은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신뢰도 평가 6: 카톡 음성전화로 이통사 매출은 급감, 트래픽은 폭발? (믿을 수 없음)을 참고하면 된다.

네번째 오해,
이통사의 자산인 망을 위해 제3자가 투자비용을 분담?

통신사들은 늘어나는 데이터량 때문에 수익이 줄어둘고 투자 여력이 없어지고 있으니 컨텐츠 제공자와 서비스 제공자들에게 트래픽 증가에 따른 투자비를 분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한다.

이통3사가 벌어들이는 돈은 매년 순수익만 3조 원이 넘는다 (2011년 순이익 SK텔레콤 1조 5,826억 원, KT 1조 4,422억 원, LG유플러스 5,016억 원). 2011년 이통3사는 마케팅비로 6조 9,188억 원을 지출했고, 투자비로는 7조 6,728억 원을 지출했다. 그나마 작년에는 LTE 망 때문에 예년과 비교하면 투자비용이 증가한 것이지 기존의 투자비 규모는 2010년에는 2조 2천억 원, 2009년에는 2조 원, 2008년에는 2조 5천억 원이었다. 게다가 매년 이익에 대한 배당을 50% 정도씩 하면서 투자 여력이 없다는 건 이해하기가 어렵다.

또한, 망은 이통사 자산이다. 망을 추가로 구축하면 그 망은 국가 자산이 아니라 이통사 자산이 되는 것이다. 즉, 망 투자비를 분담하자는 이야기는 국가 재산도 아닌 이통사 자산 증가를 위해 컨텐츠 사업자나 소비자들이 돈을 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2012년 6월 18일 프랑스텔레콤과 도이치텔레콤은 차세대 망 투자를 위해 80억 유로(약 11조 원)의 자산을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스페인의 텔레포니카는 사실상 독점 통신사인데도 2012년 6월 11일 차이나텔레콤 지분을 14억 1천만 달러에 매각했다.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 자산을 매각해서라도 투자를 하거나 운영을 하는데, 우리나라 통신사는 자신의 자산인 망을 위한 투자비용을 제3자에게 내놓으라는 말을 흘렸을 뿐이다.

만약 개인이든 기업이든 망에 투자비용을 내면 그에 해당하는 이통사의 지분을 받을 수 있다면 어떨까? 주식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투자비용이라는 표현이 말이 된다. 원래 투자라는 것은 특정한 이득을 얻기 위하여 시간을 투입하거나, 자본을 제공하는 것을 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이통사는 진짜 투자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돈만 달라고 하면서 투자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국민들이여, 매년 순이익 3조로는 부족하니 돈을 더 내라’고 표현하는 게 더 정확한 이야기라 생각한다.

다섯번째 오해,
LG유플러스가 mVoIP를 전면개방했다고?

LG유플러스의 부회장 이상철은 지난 2012년 6월 7일 기자간담회에서 카카오톡 보이스톡을 포함한 모든 mVoIP 서비스를 전면 허용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LG유플러스는 약관 개정작업 등을 핑계 삼아 차일피일 미루다가 6월 29일에야 새 약관을 신고했다.

새로 밝힌 요금제에 따르면 3만 원대 요금제는 30MB, 4만 원대 요금제는 50MB, 5만 원대 요금제는 100~200MB의 데이터를 mVoIP 서비스에 사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LG유플러스는 경쟁사와 달리 3~4만 원대 가입자에게도 mVoIP 서비스를 허용했으니 전면개방이라고 주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가 일정 기간 약정을 통해 매달 돈을 내고 구입한 데이터를 자기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특정 서비스에 대해 이통사가 정해준 양만큼만 사용할 수 있는 걸 과연 전면개방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LG유플러스는 mVoIP에 대해 처음의 약속인 전면개방과는 달리 일부개방을 하며 말장난하고 있다고 표현해야 적당하다.

여섯번째 오해,
해외 주요국들은 mVoIP를 전면차단하거나 부분허용한다고?

SK텔레콤은 2012년 6월 4일 공식 입장자료를 통해 “해외 주요국 이통사의 경우 mVoIP를 전면 차단하거나, 이를 허용하더라도 충분한 요금수준에서 부분 허용한다”며 “(해외 사례에서는) mVoIP로 인한 폐해 방지 및 이용자 편익간 균형을 추구하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SK텔레콤이 이야기하는 해외 주요국 이통사는 어딜 말하는 것일까?

유럽 전자통신규제기구(BEREC)가 2012년 5월 29일 발표한 보고서 (A view of traffic management and other practices resulting in restrictions to the open Internet in Europe)에 따르면 유럽 내 115개 이통통신사 중에서 mVoIP 서비스를 전면제한하는 이동통신사는 전체 대비 3.5%인 4개사에 불과하며 전면허용하는 통신사는 전체의 76.5%에 해당하는 88개사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가입자 수에 가중치를 둬서 계산하면 전면 차단을 하는 규모는 전체의 1.5%, 기술적으로 제한하는 규모는 35%이다.

미국도 데이터 이용요금을 인상하거나 하는 방식으로 mVoIP를 일부제한할 뿐이고, 이미 2009년부터 at&t나 버라이즌 등의 주요 통신사들은 mVoIP를 허용을 선언했다.

(미디어오늘은 슬로우뉴스와 기사 제휴를 맺고 있습니다. 기사 원문은 http://slownews.kr/4475, 작성자는 블로거 써머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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