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중앙·동아일보가 네이버 등 포털과 뉴스 제휴를 중단하는 방안에 대해 언론사들과 적극적인 논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포털 뉴스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을 개선해야 하지만, 대선을 앞두고 논의를 서두르는 것에 정치적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3일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신문협회는 지난달 15일 기조협의회를 열고 ‘온라인뉴스 유통 정상화’에 대한 비공개 논의를 시작했다. 실무를 담당한 조선·중앙·동아는 ‘네이버 등 포털에 뉴스를 제휴해 포털 안에서만 검색이 되는 인링크 방식에서 벗어나 제휴를 끊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 자리에는 참석한 10곳 이상의 신문사들은 제휴 중단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지만, 원칙적으로는 ‘탈 포털’ 방안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언론사들은 네이버 뉴스캐스트 등 포털 뉴스에 과도하게 이용자가 쏠리고 있고, 뉴스 콘텐츠가 ‘헐값’으로 제공되는 점 등이 문제라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조중동은 네이버 뉴스캐스트에서 언론사 규모와 관계없이 동등하게 대우받고 있는 상황에 불만이 커, 뉴스캐스트 탈퇴 논의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는 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가 조건부 참여 의사를, 중앙일보는 강경한 입장을 보여 과거보다는 논의가 진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는 신문협회 전 회원사가 이번 대책에 참여할 경우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포털 조인스MSN을 운영 중인 중앙일보는 오는 9월 말 이후부터 해당 포털에 중앙일보 및 자사 뉴스콘텐츠만을 운영하기로 했다. 언론사들이 포털과 제휴를 끊고 공동 포털을 만들 경우 이미 자체 포털이 있는 중앙일보만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언론사들은 ‘탈 포털로 인한 피해 대책부터 마련하라’, ‘전체 포털이 아니라 특정 포털을 정해 대응하자’는 의견을 제시했고, 조중동이 이달 회의에서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기로 했다. 향후 논의에는 5년 차 이상의 기자들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5일 조중동 주도로 신문협회 비공개 회의 열려 “특정 포털 정해 대응하자”

이 같이 조선·중앙·동아일보가 네이버 등 포털과 뉴스 제휴를 중단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논의하는 것은 다각적인 포석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신문협회에서 지난달 15일 기조협의회를 통해 논의를 시작한 ‘온라인뉴스 유통 정상화’ 대책은 기존 언론사들로서는 반대하기는 어려운 사안이다. 문제의 핵심은 뉴스 저작권 문제다. 상당수 언론사들은 그동안 포털이 자사의 콘텐츠를 값싸게 가져갔고, 뉴스 등 콘텐츠의 저작자를 홀대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동아는 지난달 16일자 사설에서 “네이버와 다음은 기사의 원작자를 보호해주는 시스템이 없다”며 “이 때문에 신문기사를 거의 그대로 옮겨 자극적인 제목을 달아 클릭수를 올리는 인터넷 매체들이 번성하고 있다”고 논평했다. 김준형 머니투데이 산업1부장은 지난달 30일 칼럼에서 “포털들이 콘텐츠를 싸게 구입해 최대한 돈을 버는데 활용하는 수단으로만 볼게 아니”라고 지적했다.

특히, 언론사들은 과거보다 네이버에 대한 뉴스 의존율이 과도하게 높은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미디어오늘이 트래픽 조사 업체 코리안클릭과 공동으로 네이버 뉴스캐스트 회원 언론사 45개 사이트의 2008년 1월부터 47개월의 트래픽 추이를 분석한 결과, 45개 언론사 방문자 가운데 네이버에서 유입되는 비율은 78.3%에 달했다. 지난 3월5일 악성코드에 감염된 언론사 홈페이지의 뉴스캐스트 기사 노출을 최장 48시간 제외하자 트래픽이 ‘반토막’이 나기도 했다.  (참조 1월4일자 기사<뉴스 사이트 열독률 정체, 네이버 의존도 78.3%>)

포털 쏠림 78.3% 해결해야 하지만, 대안은 부재, 과거 논의 ‘재탕’

이에 따라 현 정부 출범 초기 논의됐던 ‘언론사 공동 포털’, ‘뉴스 저작권’ 논의가 다시금 정권 말기에 부활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주목되는 점은 언론사 내부에선 이번 논의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논의에 참여하기에도 부담스런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책에 새로운 것이 없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대책의 핵심은 트래픽과 수익 보전인데 여전히 해법이 ‘오리무중’이라는 점이다. 네이버에 언론사 트래픽 대다수가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휴를 끊는다면 광고 등 수익 손실이 만만치 않다. 조중동과 달리 상당수 중소 언론사들은 네이버와 제휴를 끊을 경우 수익에서 상당한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중소 언론사들은 지난 달 신문협회 회의에서 포털과 제휴를 끊을 경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책부터 마련해 줄 것을 협회쪽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익을 보전하는 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언론사들이 포털에서 제휴를 끊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연합뉴스의 경우에도 ‘전 신문협회 회원사가 대책에 참여하는 경우’를 전제로 적극 협조할 방침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이번 논의로 ‘찻잔 속 태풍’으로 그칠 수 있다. 극단적인 경우 ‘탈 포털’ 논의에 적극적인 조중동만 네이버 등 포털을 탈퇴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런 현실이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조중동이 최근 들어 ‘탈 포털’ 논의에 박차를 가하는 배경에 주목을 하고 있다. 현 정권 초기 ‘탈 포털’ 논의와 비교해 크게 진전된 대책이 없는데도 조중동이 실무팀을 자처하며 이 논의를 주도하는 배경이 무엇인지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사이비 인터넷 언론 퇴출”, 조중동 속내는 광고 없어 죽겠다?

오히려 일각에서는 조중동이 대선을 앞두고 ‘온라인뉴스 유통 정상화’를 주장하는 것이 오히려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선이 6개월도 채 안 남았은 상황에서 미디어 시장과 관련된 논의가 제대로 될지 불투명하다”며 “시장 논리보다는 정치적 논리로 흘러갈 것 같다”고 우려했다.

더군다나 이 논의가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는 점도 이 같은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신문협회 관계자는 ‘조선·동아·중앙일보가 뉴스캐스트에서 탈퇴하는지’ 묻자 “아직까지 결정된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 신문이 탈퇴하는 논의를 진행하는지’ 묻자 “그 부분은 노코멘트”라고 말했다.

신문협회로서는 내부 회원사의 사정 등을 고려했겠지만, 포털 뉴스에 대한 개편 문제가 비공개로 논의되는 것이 맞는지는 고민해볼 대목이 있다. 대다수 이용자들이 포털을 통해 뉴스를 소비하고 있는 입장에서 뉴스 소비자들의 편익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대선을 앞두고 정치 등 뉴스에 대한 소비가 많아질 텐데 언론사들이 단체로 뉴스 공급 방식을 바꾸는 것은 가벼운 사안이 아니다.

일각에서는 최근에 조중동이 ‘사이비 인터넷 언론’에 대해 잇따른 비판 기사를 쓰는 것도 포털 뉴스를 개편하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선이 해당 기사를 쓴 날은 신문협회 논의가 있었던 지난달 15일이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번 논란의 핵심은 과거와 달리 조중동의 영향력이 온라인에서 저평가 받고 있고, 최근에는 종편을 비롯해 광고 시장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조중동이 지면에서 사이비 인터넷 언론에 대해 퇴출하자고 열을 내고 있는데, 속내는 ‘광고가 안 들어와 죽겠다. 인터넷에선 죽을 맛’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분석이 사실이라면, 하반기에 조중동을 중심으로 언론들이 포털이나 인터넷 뉴스에 대한 여론화를 본격화 할 가능성이 크다. 신문협회의 경우 오는 10월이나 11월 회장단 총회까지 논의가 진행되는 반면, 포털의 여론 수렴은 당장 7월부터다. NHN은 오는 6일까지 제휴 언론사 96곳을 상대로 네이버 뉴스캐스트와 관련한 여론조사를 실시 중이며 오는 12일 관련 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이에 따라 조중동 등 언론사들이 신문협회를 중심으로 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기 보다는 여름철에 본격적으로 여론을 환기시켜 네이버 뉴스캐스트 개편에 ‘압박’을 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와 언론계에서 “조중동이 실효성 없이 포털을 압박하기 위해 ‘꼼짝마 포털’ 용도로 ‘온라인뉴스 유통 정상화’ 논의를 이끌어 갈 수 있다”고 전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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