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를 운영하는 NHN과 중앙일보 간에 오보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NHN이 대규모로 구조조정을 통해 감원을 한 데 이어 향후에도 감원을 한다는 중앙일보 보도에 대해 NHN이 사실무근이라고 정면으로 부인하고 나섰다. 업계에서는 최근 NHN의 일부 사업이 부진한 것은 사실이나 중앙일보가 대량 감원이라고 확정해 ‘위기론’을 흘리는 것은 현실을 호도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NHN은 29일 보도자료를 통해 “금일 중앙일보 기사 관련해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어 알려드린다”며 “기사 내용 중 한게임의 구조조정 관련해 이는 사실 무근”이라고 밝혔다. NHN은 “조직개편에 따라 자연스럽게 조직간 일부 이동은 있을 수 있으나 구조조정 등 감원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NHN은 또 “지난 4월 구조조정 언급도 사실과 다르다”며 “조직개편을 통한 인력 이동은 있었으나 이 또한 상시적인 개편의 일환이었고, 구조조정을 통한 인력감축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 같은 NHN의 입장은 이날 중앙일보 보도를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다. 중앙은 이날 3면 기사 <모바일 출구 못 찾은 위기의 포털제국…NHN, 대량 감원>에서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이 다음 달초부터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선다. 4월에 이어 올 들어 벌써 두 번째”라고 보도했다.

중앙은 “4월 1차 구조조정 당시에는 200여 명이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포털업계에선 이번 2차 구조조정으로 최소 100명 이상의 개발 인력들이 NHN을 떠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썼다.

중앙이 이 기사에서 두 명의 취재원의 발언을 인용해 “대량 감원”이라고 단정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익명의 NHN 관계자는 기사에서 “4월엔 포털 부문에서 구조조정을 했다면 이번엔 스마트폰·게임 관련 본부 유휴 인력을 정리할 계획”이라고 말한 것으로 나와 있다.

중앙은 또 “NBP(네이버 비즈니스 플랫폼) 같은 NHN 계열사나 사내 다른 조직으로 갈 수 있을지 개별적으로 알아보라”고 사측이 직원들에게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고도 썼다. 익명의 한 개발자는 이 기사에서 “받아주겠다는 본부가 없으면 결국 퇴사는 불가피하다”며 “입사한지 얼마 안 된 이들은 갑작스런 조치에 분노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양측이 입장이 엇갈리고 있지만, 핵심은 인위적인 감원이 있었는지 향후에 인위적인 감원이 있을지다.

중앙은 이 기사에서 1차에서는 200여 명, 2차에서는 최소 100명 등 구체적인 감원 수치를 언급했지만 ‘알려졌다’, ‘떠날 것으로 보고 있다’라며 불확실한 표현을 썼다. 그러나 기사 제목은 ‘NHN 대량 감원’이라고 단정적으로 달았다.

NHN이 4월에 “조직개편”이 있었고, 향후 “S게임본부(스마트폰게임 사업본부)와 온라인게임 본부의 통합 조직개편이 곧 있을 예정”이라고 밝힌 것을, 중앙일보가 “구조조정”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중앙은 “대량 감원”이라는 표현을 제목으로 뽑았지만, 기사에는 그 근거가 명시적으로 나타나있지 않았다.

NHN 홍보팀 관계자는 “명예, 희망 퇴직처럼 인원을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구조조정이 4월에 없었는데 당시에 몇 퍼센트 감원한다는 소문이 있었다”며 “회사에서 공식적으로 직원들에게 개별 통지를 한 게 없었지만 향후 변화에 대해 받아들이지 못하는 (반발하는) 구성원이 있을 수는 있다”고 말했다. 

NHN이 ‘대량 감원’을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하면서, 중앙이 NHN의 현실을 제대로 지적한 것인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중앙은 ‘대량 감원’이라고 주장하는 배경으로 △모바일 시장에서의 어려움 △게임 매출 하락 △온라인 쇼핑몰 샵N 출시 반발 △성폭력 만화 게재 논란 △36억 원 횡령한 직원 고발 △사이비 인터넷 언론 관련 포털 책임론 등을 제시했다. NHN을 둘러싼 최근 뒤숭숭한 소식들이 분명 사실이지만, 이 사실을 비빔밥처럼 엮어 ‘대량감원’의 배경으로 연결 짓는 것이 과연 정당한 보도태도냐는 지적이다.

언론계에서는 이번 보도와 관련해 중앙일보쪽의 ‘오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언론사 관계자는 “업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일부 인원이 NHN을 나갔지만 대량의 구조조정이 아니고 통상적인 수준이었다”며 “NHN 게임 분야가 부진한 것은 맞지만 게임 업계가 전반적으로 불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NHN에 있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그다지 사내 분위기 나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중앙일보의 보도는 (구조조정) 숫자와 (NHN) 분위기에 대한 표현의 과잉이 있다”며 “중앙은 마치 최근에 NHN의 경영상에 큰 문제가 있는 양 포장을 하고 큰일이 난 것처럼 한 면을 털어 보도 했는데 뜬금없다”고 말했다. 중앙은 NHN과 관련해 이례적으로 3면 전면을 털어 보도했다. 이달 들어 조선과 동아는 ‘사이비 인터넷 언론’의 숙주가 네이버·다음이라는 취지로 집중 보도를 해왔지만, 중앙은 29일에 이와 관련된 집중 보도를 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청한 중앙일보 관계자는 “취재 기자와 얘기해보니, 기자는 팩트대로 취재한 대로 썼고 보도 이후에 NHN이 입장을 정리해 해명 자료를 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사를 잘 보면 NHN이 일방적으로 해고 통보를 한 게 아니라 다른 자회사 본부에 자리를 알아보라고 통보한 것”이라며 “그것을 가지고 해석의 다툼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중앙일보는 조선, 동아와 달리 네이버와 포털을 때리지 않는다”며 “영업이익이 수십 퍼센트가 나는 회사가 불황이어서 기사를 쓴 것이다. 뉴미디어 생태계 입장에서 뉴스가 되기 때문”이라고 보도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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