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진이 교체되는 8월초 이후 '경영적 판단과 법 상식, 그리고 순리'에 따라 김재철 MBC 사장을 퇴진시키기로 사실상 합의함에 따라 '누가' 다음 MBC 사장이 될 것인지가 중요한 문제가 됐다.

공영방송의 가치와 정치적 독립성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신념을 지닌 사장이 오는 것이 MBC 정상화의 첫 단추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내에서 '소장파'로 불리는 남경필 의원(5선)은 "전문성도 있고 방송 독립에 대한 소명의식도 있으며 특히 공영방송에 대한 사명감이 있는 분들이 가야 한다. 특정 정치인이나 권력에 너무 유착돼 있는 분들은 안 하는 것이 좋다"고 지적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표의 측근이나 영향을 받을 사람이 올 지도 모른다는 우려에 대해 "그럼 안 된다. '완전한 정치적 중립'은 없겠지만 누가 봐도 정치적으로 편향도 있지 않은 분들이 들어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신문광고와 사원에게 보내는 편지 등을 통해 '임기를 채우겠다'고 밝힌 김재철 사장에 대해서도 일침을 놓았다. 그는 "끝까지 가겠다고 하는 것은 김재철, 당신 생각 아닌가"라며 "국회가 열리면 팩트가 어떻게 되는지, 그동안은 노조의 주장과 사장의 주장이 공방처럼 돼 있었는지 이제는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2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난 남 의원과의 일문일답.

-내일(30일) MBC 파업콘서트 참여하다. 어떤 마음으로 가려고 하나.
"정치권이 정치인들이 인사에 개입하면 안 되지만 문제가 있을 때 근본적인 문제를 풀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구조의 문제를 푸는 것이 하나 있고 또한 생활인으로서 노조가 몇 달째 파업 하면서 월급도 못 받고 있는 기자들의 아픔도 충분히 이해한다. 세비 한 달 안 받았더니 나도 힘든데 젊은 기자들이 다섯 달이나 월급 안 받았으면 어떻게 살아가겠는가. 전셋집을 옮겼다고 한다. 어찌됐든 애들 학원비는 줄일 수 없으니깐. 저는 정치의 역할이 구조의 문제도 있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이 겪는 삶의 고통이나 어려움을 듣고 풀려는 노력이라고 보고 저는 그런 마음으로 가려고 한다."

-29일 이뤄진 여야 합의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이번 합의의 의미는 국회에서 논의를 시작한다는 것이다. 결국 목표는 어느 정부 어느 권력이 들어와도 공영방송에 대해서, 특히 사장 임명과 관련해서 권력이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해서 방송을 왜곡하는 행위를 근절하자는 제도를 마련하자는 데 방점이 찍혀야 될 것 같다. 그 외에 김재철 사장의 신변 문제는 부차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국회에서의 활동이나 검찰 수사 과정을 통해서 개인적인 일들은 개인적으로 처리하면 될 것 같고 중요한 것은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선을) 하자는 여야의 합의이다." 

-여야 합의가 나왔는데 청와대도 정무적 판단을 했다고 보나.
"청와대는 이 문제에 대해 무슨 크게 중요한 역할을 했겠나. 수동적인 것 아닌가 한다."

-궁극적인 목표인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단계마다 어떤 방안이 필요한가. 
"검찰은 (김 사장의 배임 회령 의혹을) 엄정하게 수사하라는 이야기가 맞을 것이고 방문진은 이사 교체 후 합리적인 판단을 하고 정치권이 그런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김 사장의)개인적인 문제나 팩트의 문제는 따져봐야 하기 때문에 이야기하기 어렵고 진행되는 과정은 봐야 한다. 문방위 차원에서 진상조사하면 검찰 수사에도 상당히 압박이 될 것이다. 방문진 역시 여야 간 합의 내용이 방문진의 합리적인 판단에 도움 될 것이라고 본다."

-이번 해결안이 박 전 대표의 대선가도 혹은 전체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나.
"이 문제를 풀어나가는데 정치권의 개입으로 볼 것이냐 정치권의 문제해결로 볼 것이냐 한다면 저는 문제해결로 봐야 한다고 본다. (김사장) 개인의 문제일 수 있지만 구조의 문제에서 생겨난 갈등들은 바로 잡아주어야 하는 것이 정치 지도자의 역할이다. 대통령이 될 분들은 다양한 국가의 갈등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이런 문제들을 합리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다면 리더십을 인정받을 것이다."

-박 전 대표에게 긍정적이라고 보는 것인가.
"아직 모른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어느 정도 방향은 잡혔지만 여야 간의 극명하게 싸움이 붙는다면 MBC도 혼란에 빠져들 것이다."

-이제가 시작이라고 했는데 무엇이 해결해야 한다고 보나.
"방문진 이사 선임이 있고 이들이 결정해야 할 사장의 유임이냐 교체냐의 문제 그리고 여야 정치권의 구조 개선을 위한 근본적인 법안을 만드는 문제다. 나는 검찰수사니 하는 것은 곁가지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건 개인적인 문제다. 상대방의 약점을 찾아내고 그것을 드러내는 형식이 되면 굉장히 많은 후유증을 남긴다. 정치적인 해법을 통해 되도록이면 갈등을 줄이는 방식으로 돼야 하나가 된다. 왜냐면 MBC는 공영방송 아닌가. 사장 것도 아니고 노조 것도 아니다. 그러나 방향은 어느 정도 잡혔다. 시기의 문제일 뿐이다. 이제는 서로 이 문제에 대한 슬기로운 해결과 출구를 고민할 때다. 그것을 돕는 것이 정치권의 역할이다."

-7월부터 방문진 이사 공고가 나가면 어떤 이들이 올 것인가가 중요해진다. 차기 사장 역시 그렇다.
"원론적인 이야기이지만 전문성도 있고 방송 독립에 대한 소명의식도 있어야 하고 특히 공영방송에 대한 사명감이 있는 분들이 가야 한다. 특정 정치인이나 권력에 너무 유착돼 있는 분들은 안 하는 것이 좋다."

-새로운 이사진이나 사장에 박 전 대표의 측근 혹은 그쪽으로 분류되는 사람이 올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면 안 된다. '완전한 정치적 중립'은 없겠지만 누가 봐도 정치적으로 편향도 있지 않은 분들이 들어와야 한다. 예를 들면 성향과 이념의 스펙트럼은 다양할 수 있다. 정당이 추천하는 형식을 띄면 이사가 정당 이념성과 정책적 지향성에 맞닿아 있을 수 있지만 권력자나 미래권력이나 현재권력, 야당도 마찬가지이고 개인과 가깝거나 그에 영향력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와서는 안 된다."

-여야가 이런 합의가 이른 것은 이번 주 초라고 한다. 하지만 김재철 사장은 그 뒤 신문광고와 사원에게 보내는 편지 등을 통해 임기를 채우겠다고 했다.
"끝까지 가겠다고 하는 것은 김재철 당신 생각 아닌가.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국회가 열리면 팩트가 어떻게 되는지, 그동안은 노조의 주장과 사장의 주장이 공방처럼 돼 있었는지 이제는 판단해야 한다. 그게 히어링(hearing), 청문회다."

-김 사장이 만약 안 나가겠다고 버티면 공영방송 사장의 임기가 있는데 정치권이 억지로 끌어내릴 수도 없다. 어떻게 해야 하나.
"방문진이 하면 된다. 방문진이 사장 선임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유임이든 교체가 됐든."

-160일 가까이 파업을 하고 있는 MBC 노조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힘들겠다는 생각이 한다. 그래도 대강 흐름이나 추는 기울었다고 생각한다. 어찌됐든 사장과 관련된 의사결정이 나면 정말 이제는 내부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 동안 양측의 골이 너무 깊다. ‘과연 하나로 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든다. 저는 완승완패는 없다고 본다. 이 과정에서 모두가 누구를 내쫓고 망신 주는 방식이 아니라 모두 조금씩 서로 체면을 살려가며 위안을 받을 수 있게 문제해법을 찾아내고 제도 개선에는 만전을 기하는 것, 이 두 가지가 잘 됐으면 좋겠다. 앞으로 남은 과정은 완승을 거두려고 하면 혼란으로 갈 가능성이 많다. 궁지에 몰리면 뒤로 돌아서 '다시 돌격 앞으로'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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