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 오는 8월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 교체 이후 김재철 MBC 사장의 거취를 사실상 결정하겠다는 것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김 사장의 MBC 경영능력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8월 새로 선임된 방문진 이사진이 구성되면 경영평가를 통해 김 사장의 경영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거취 문제 해결에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야가 29일 원구성 합의문에서 발표한 "여야는 8월 초 구성될 새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가 방송의 공적 책임과 노사관계에 대한 신속한 정상화를 위해 노사 양측 요구를 합리적 경영판단 및 법상식과 순리에 따라 조정처리하도록 협조"한다는 대목 역시 새 방문진이 김 사장에 대한 경영평가를 통해 거취 문제논의로 이어가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MBC 노조는 김 사장의 경영 능력을 집중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MBC 노조는 29일 발행된 특보를 통해 케이블 재송신 협상에서 보여준 김 사장의 섣부른 판단과 소통 없는 경영 스타일, 비밀주의 등을 지적했다. MBC 노조는 "김재철 재임 시기 MBC는 가장 창의적이고 일하기 좋은 직장에서 경직된 관료 조직으로 변했다"고 혹평했다.

특히 지난해 김재철 사장이 지상파 대표로 나서 케이블 SO와 재송신 협상에서 독자적인 판단으로 턱없이 낮은 사용료를 결정했다가 지상파 3사 방송사에 수십억 원 이상의 손해를 끼칠 뻔한 사례가 제시됐다. MBC 노조는 "지상파 진영이 3년간의 지리한 소송에서 완벽하게 승리하고 간접 강제금 이행을 통해 케이블을 압박하자 케이블 진영에서 KBS 1TV 송출 중단이라는 초강수로 대응하던 긴박한 상황이었다"면서 "이 때 김재철 사장은 '혼자만의 판단'으로 케이블 대표 HCN 사장과 지상파 재송신 대가를 CPS(가입자1인당 사용료) 100원, 2013년부터 50원에 구두 합의했다. 타 지상파는 물론 사내 실무자와의 사전 논의도 없이 단독으로 그 자리에서 결정했다"고 전했다.

김 사장의 단독 결정 이후 KBS와 SBS의 강력한 항의를 받고 우원길 SBS 사장이 협상 대표로 교체되면서 협상을 원점을 돌려놓았다는 것.

MBC 노조에 따르면 당시 지상파 3사는 IPTV, 스카이 라이프와 기 계약된 내용과 동일한 CPS 280원을 협상 마지노선으로 설정하고 다각도로 케이블 진영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김재철 사장 단독 결정 합의가 최종 타결될 경우 '기존 IPTV, 스카이라이프 계약시 합의한 쌍방 최혜 대우 조항에 의거, 지상파 3사가 상기 매체와의 합의 단가를 케이블 수준으로 환원하여야 함'은 물론 이미 수령한 재송신 대가까지 반환해야 했다는 것이다.

MBC 노조는 "김재철 사장의 즉흥 합의로 인한 방송 3사의 손해는 매년 수십억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면서 "김재철 사장의 즉흥적인 경영 행위가 MBC 뿐 아니라 지상파의 미래를 한 번에 말아먹을 뻔한 사례였다. 이런 위험한 자에게 MBC의 미래를 맡길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MBC 노조는 또한 김재철 사장이 소통없는 일방적인 경영이 '코드 인사'로 나타났다며 "이에 능력으로 인정받기보다 코드 맞추기를 통해 보직을 맡은 '사장 바라기'들은 실무자들에게 사장의 지시를 이행하기를 강요했고 합리적인 소통과 조직원들의 창의성은 사라져갔다"고 주장했다.

또한 김 사장이 회사 연수 프로그램의 일정과 이동수단까지 직접 지시하고 드라마 연출자로서 작품 선정까지 나서는 등 "중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구성원들의 창의성을 독려해야 할 사장이 본연의 역할을 방기하며 직접 실무자 역할을 하면서 모든 구성원들이 사장의 입만 바라보게 됐다"고 개탄했다.

또한 김재철 사장이 본사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MBC 사원의 수행비서를 지역 MBC 사장 시절 운전기사로 교체해 전문 계약직으로 채용한 점을 들어 MBC 노조는 "비밀주의 경영의 한 행태"라고 지적했다.

MBC 노조는 "그 결과 MBC 구성원들, 심지어는 사장을 직접 보좌하는 비서실마저 사장의 동선을 알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며 "도대체 공영방송 MBC 사장이 국정원장이나 3부 요인이라도 되나. 사원들에게 무엇을 숨길 수 있단 말인가. 그의 비밀주의와 말 바꾸기 등 신뢰하기 힘든 행동은 구성원들에게 리더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키고 2차레에 걸친 파업의 가장 큰 이유가 하나가 됐다"고 지적했다.

MBC 노조는 "1인의 판단이 보도의 논조를 바꿀 수 있는 시스템, 효율성과 객관적 판단이 결여된 묻지 마 의사 결정 시스템은 MBC의 공영성을 근본적으로 뒤흔든다"며 "조합원들이 긴 파업에도 이 싸움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이며 하루빨리 김재철 사장을 끌어내려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노조는 이날 특보의 분석글을 포함해 모두 3회에 걸쳐 '김재철의 3無 경영 대해부'라는 이름으로 김 사장 재임 2년간 경영행위를 재평가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MBC 경영진은 경영평가 등을 통해 방문진이 김 사장을 해임하려는 것은 적법 절차로 선임됐을 뿐 아니라 임기가 보장돼 있다는 점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 사장의 노조 측의 경영평가에도 동의할 수 없으며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김 사장은 지난 5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성과에 대해 "방송 콘텐츠 판매를 위한 해외 지사 7곳을 새로 설립했다. 글로벌사업본부가 해외 콘텐츠 판매 등을 통해 거둬들인 수익이 지난 한해 2000억 원이었다"며 "지방 엠비시 등 계열사와 모든 자회사도 하나하나 챙기고 있다. 내가 기자 출신이기는 하지만 문화방송 사장으로 온 뒤 사실상의 피디(PD) 역할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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