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MBC 사장이 "반드시 주어진 임기가 다할 때까지 MBC와 시청자를 위해 봉직할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밝혔다.

김 사장은 27일 파업 중인 조합원들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업무 복귀를 요청하면서 이같이 밝히고 “노조의 불법적이고 부당한 압력에는 어떠한 타협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MBC는 김 사장의 서한을 소개하는 동시에 8월 교체 시기 김재철 사장 거취에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도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의 발언을 빌려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절대 물러나지 않겠다'는 김 사장의 발언과 MBC의 입장은 새삼스러울 게 없지만 정치권이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교체에 따른 김 사장의 사장 거취 문제에 대한 의견 접근이 가시화되고 있는 시점에 나왔다는 점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우선, 이미 지난 11일 김 사장이 2014년까지 임기를 채우겠다고 밝힌 것을 다시 한번 입장을 표명한 그 자체부터 위기의식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이상돈 전 비대위원이 새누리당 추천 방문진 이사들의 역할을 강조하며 김 사장의 퇴진 문제를 직접 거론한 뒤 실제 정치권에서 김 사장의 거취 문제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오고가는 등 MBC 파업 국면에서 사측이 밀리는 양상인데 대량 징계를 통해 초강경 조치로 맞섰던 MBC가 현재 국면에서 밀리는 모습을 보이면 파업 국면에서 걷잡을 수 없이 패퇴할 수 있다. 또한 정치권에서 김 사장의 퇴진 문제에 대해 합의가 되더라도 자신은 제 발로 나간 것이 아니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도 될 수 있다.

"노조의 불법적이고 부당한 압력"이라고 표현한 대목 역시 사측이 피해 대상자라는 것을 강조하고 김재철 사장 거취 문제를 논의하는 정치권에 대해서도 에둘러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MBC가 전날 신문광고를 통해 MBC 파업의 정치 편향성을 부각시키려는 내용을 내 보낸 것도 정치적 해법을 모색하는 여권 내 MBC 파업 협상파를 겨냥한 비난의 메시지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MBC 노조는 이날 특보에 "MBC 파업에 강경대응 부추기는 세력 있다"는 정운찬 전 국무총리의 인터뷰를 실으면서 현 파업 국면에서 사태 해결에 가장 큰 걸림돌로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 등 여권과 청와대 내 MBC 파업 사태 해결을 반대하는 강경파를 지목했다.

MBC 노조는 정 전 총리가 '힘내라 MBC' 인터뷰에서 "청와대만이 아니라 김재철 사장 등 회사 측에서 한 번 물러나면 큰일 난다. 물러서면 모든 걸 포기해야 한다는 식으로 압력을 넣는 세력들이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한 정 전 총리는 "이명박 대통령 주변 인사들이 더 이상 대통령에게 누를 끼치지 말고 적극적으로 나서 문제를 해결하도록 노력하게 좋겠다"면서 우회적으로 MBC 파업 사태에 강경 대응하는 세력을 비난했다.

MBC 노조가 사측에 다시 한번 대화를 요청하면서 파업 사태 해결을 촉구한 것 역시 사측 내 강경파를 고립시키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MBC 노조는 이날 특보에서 지난 26일 사측에 대화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낸 사실을 언급하면서 "조합의 대화 요구에 성실히 나서라. 조합 또한 이번 대화에 최선을 다해 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MBC는 이번 파업은 줄곧 정치권 등 제3자의 개입에 의해서라 아니라 노사가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는데 이번 대화 요청에도 사측이 응하지 않고 또다시 중징계 조치를 내리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선다면 정치권의 사태 해결과 노조의 대화도 거부하는 셈이이어서 더욱 고립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MBC 노조는 "이번 대화 요구야말로 조합이 당신에게 베풀 수 있는 마지막 배려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며 "대화에서 당신의 거취에 대한 마지막 미련을 버리고 MBC를 살리기 위한 대승적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MBC 이용마 홍보국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대화 제의를 ‘마지막 배려’하고 한 것은 협상 테이블에 나와서 실제 대화를 하자는 의미도 담겨 있지만 대화를 거부했을 시 파업 국면에서 사측이 고립될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도 담겨 있다"면서 노사 대화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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