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광고주협회가 ‘나쁜 언론’ 5곳을 선정해 발표한 적이 있었다. 이들 언론사들은 기사 내용을 미리 알려주고 보도하지 않는 조건으로 광고를 요구하거나 근거 없는 음해성 기사를 게재한 뒤 광고를 받는 조건으로 기사 삭제를 제안하는 등의 뒷거래를 일삼아 왔다. 그동안 기업들이 얼마나 시달렸을지 짐작하지 못할 바는 아니나 광고를 미끼로 언론을 길들이려 한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물론 나쁜 언론은 있다. 기사와 광고를 거래하는 건 공공연하면서도 오래된 음습한 관행이다. 광고주의 압력을 무시할 수 있는 언론은 우리나라에 많지 않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고 공짜 광고도 없다. 광고효과가 거의 없는 신문들에 광고를 주는 건 언젠가 언론을 구슬리거나 압박할 일이 있을 때를 대비한 보험 성격이기도 하고 언론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부정적인 기사를 자제하도록 하는 일상화된 거래이기도 하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대부분의 언론이 광고주와 거래를 한다. 광고주협회가 뽑은 ‘나쁜 언론’은 그 가운데서도 유독 정도가 심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영향력 있는 큰 언론사들은 건드리지 못하고 잔챙이만 솎아냈다는 평가가 많았다. 큰 언론사들은 좀 더 신사적으로 훨씬 더 큰 거래를 한다. 큰 언론사들과는 타협을 계속하면서 작은 언론사들에게는 몽둥이를 들었던 셈이다. 그 광고주협회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 2차 ‘나쁜 언론’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 가운데 보수 성향 신문들이 연일 ‘사이비 언론’을 공격하고 있다. “포털 사이트를 숙주로 삼아 사이비 언론이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다”는 섬뜩하고 직설적인 비판까지 서슴지 않는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허접쓰레기 같은 사이비 언론의 협박에 굴하지 말고 사이비 언론을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며 광고주들을 추동하기도 했다. 군소 인터넷 신문들의 목줄을 졸라 고사시키겠다는 의도다.

이참에 아예 포털 제휴 언론사를 대폭 정리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포털에 대한 직간접적인 압박도 가시화됐다. 항의 차원에서 네이버 뉴스캐스트에서 단체로 탈퇴할 거라는 소문도 나돈다. 한 마디로 근본 없는 인터넷 신문들과 N분의 1로 묶이기 싫다는 투정이다. 지저분한 인터넷 신문들을 싸그리 정리하고 나면 광고와 트래픽, 과거의 영향력과 헤게모니를 회복할 수 있다는 판단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종합편성채널을 낙점 받은 이 신문사들이 수천억원 규모의 주주들을 끌어 모으느라 기업들에게 어떤 직간접적인 협박을 했는지 아는 사람들은 다 안다. 두 개만 돼도 살아남기 어렵다던 종편을 네 개나 선정했으니 이들을 먹여 살리느라 기업들은 허리가 휘다 못해 비명을 지르는 상황이다. 종편 신문사들이 사이비 언론을 퇴출 시켜야 한다고 몰아붙이는 건 조직 폭력배가 동네에서 얼쩡거리는 생계형 양아치에게 주먹을 휘두르는 것과 같은 모양새다.

현실적으로 ‘나쁜 언론’ 퇴출은 쉽지 않거나 불가능하다. 정치권력이든 자본권력이든 언론의 정당한 비판을 억압하거나 부정하는 것은 ‘나쁜 언론’을 퇴출시키는 ‘좋은’방법이 아니다. 정당한 비판은 받아들이고 허위·왜곡 보도에는 반론과 정정으로 맞서면서 부당한 거래를 차단하는 게 근본적인 해법이다. 타협이 더 큰 부정을 부른다. ‘나쁜 언론’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영향력이 크든 작든 언론을 광고로 길들이는 추악한 관행을 뿌리 뽑는 게 우선이다.

진짜 ‘나쁜 언론’은 권력에 기생하면서 진실을 왜곡하고 여론을 호도하는 거대 언론이다. ‘사이비 언론’도 큰 문제지만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리는 진짜 ‘사이비 언론’, 진짜 ‘나쁜 언론’의 실체를 바로 봐야 한다. 건강한 콘텐츠 생태계 조성과 공론장 회복도 절박한 과제다.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으로부터의 독립 못지않게 포털의 공공성과 네트워크 중립성을 함께 논의해야 할 때다. 그게 ‘나쁜 언론’을 대체할 ‘바른 언론’을 키우는 근본적인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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