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할까? 무한도전 정말 진짜 보고 싶은데"

25일 저녁 7시 20분경 보신각 옆을 지나던 20대 여성이 연인으로 보이는 한 남성에게 속삭였다.

그리고 이어 한 무리의 시민들이 갑자기 원을 그리고 모여 유재석의 '더위 먹은 갈매기'라는 노래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신나는 댄스곡에 맞춰 집단 율동을 하는 모습은 지나가는 시민들의 길을 멈추기 충분했다. 율동을 보고 난 후 한쪽에 마련된 김재철 사장 퇴진 서명운동에 동참하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쫌 보자! 무한도전X2> 프로젝트가 21일 이후 닷새를 맞아 이날 32명의 시민들이 참여해 김재철 사장 퇴진 목소리를 이어갔다. 공정언론시민행동이 주최한 이번 프로젝트는 21일 2명부터 시작해 하루 두 배수씩 참여 인력을 늘려 오는 7월 4일까지 1만6384명이 모이면 완료되는 퍼포먼스다.

내용은 순수하게 무한도전을 보고 싶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걸림돌이 김재철 사장이다.

인터넷에서 <쫌 보자! 무한도전X2>라는 검색어를 보고 참여하게 됐다는 고등학교 2학년 박경운(18)군의 말에 이번 프로젝트의 의미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박 군은 "MBC 파업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권력이 마음대로 무한도전을 폐지해도 시민들의 힘이 세면 그것도 얼마 못 간다는 것을 직접 확인하고 싶어서 이 자리에 왔다"고 말했다.

'파업과 상관없이 무한도전 제작진이 복귀한다면 무한도전을 보겠느냐'라는 질문에도 박 군은 "국민들이 그런 경우를 원하지 않는다. 무한도전은 사회를 풍자하는 유익한 내용이 담겨 있는데, 무한도전 제작진이 파업 사태 해결 없이 들어간다면 시청자 거부 운동이 일어나지 않을까"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자신을 무한도전 '애청자'라고 소개한 이 아무개씨(23)는 "MBC 파업을 시작한 계기는 국민 알권리 차원이었다. 20주째 넘어 무도를 보지 못해 안타깝지만 이명박(대통령)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고, 김재철 사장도 물러날 것이다. 그러면 무한도전을 마음 놓고 볼 수 있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최민희 의원도 이날 32번째 시민으로 참여해 시청자로서 무한도전을 보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최 의원은 김재철 사장 퇴진 여론에 대해 "마음속에 시민들이 문제가 있다고 느꼈는데 해도해도 너무 한다면서 대중들이 무엇인가를 토로하고 싶었는데 그 계기가 무한도전이었다"면서 "시민들이 참여해야 공정방송을 지킬 수 있고, 무한도전을 보실 수 있다"고 말했다.

최의원은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이 MBC 파업에 대해 언급하기 시작했고, 남경필, 유승민 의원이 파업 사태를 빨리 해결하라고 하고 있고 이상돈 전 비대위원 등 여권 내에서도 MBC 파업의 심각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며 "이한구 원내대표 등 새누리당 지도부만 전향적으로 인식을 전환하면 사태 해결을 볼 수 있다"는 파업 사태 해결 전망을 내놨다.

한편, 이날 오전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 자택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다가 오후 곧바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당한 안경호 4·9 통일평화재단 실장도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안경호 실장에 따르면 그는 오전 7시 20분경 이 본부장 집 앞에서 'MBC 집단해고 책임자 이진숙 물러나라'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였다. 그런데 동작 경찰서 쪽에서 안 실장에게 1인 시위를 계속하면 고소를 당할 수 있다고 경고 했고, 실제 오후 경찰서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장이 접수돼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안 실장은 "종군기자 이진숙으로 명성을 얻었던 사람이 선배, 후배들을 해고하는데 분개하고 시청자의 힘으로 MBC를 정상화하자는 목소리를 전달하려고 방문했다"며 “언론인 이진숙이 시청자를 고소했는데 정말 시민들의 큰 힘을 잘 모른 것 같다.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계속해서 이 본부장 자택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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