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새누리당 전 비대위원이 MBC 파업과 관련해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의 대선 가도에도 상당히 문제가 있다"면서 사실상 여권이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비대위원은 특히 오는 8월 방송문화진흥회의 이사 교체를 언급하면서 "새누리당 이사진이 변화를 주지 않을까 한다"고 말해 방문진 이사 교체에 따라 김재철 사장 퇴진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8월말 방문진 이사 교체가 김 사장의 거취 문제에 도화선이 될 것이라는 분석은 많았지만 여권 내 인사가 이같이 구체적인 전망을 내놓기는 처음이다. 또한 MBC 파업 사태에 대해 '불법 정치 파업'이며 노사 간 문제라고 방치해왔던 새누리당을 향해 여권의 책임론을 제기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번 발언은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이 MBC 파업과 관련한 첫 언급 뒤에 나온 것이어서 박 전 비대위원장의 발언을 전향적으로 해석할 여지도 남겨놨다.

이 전 비대위원은 25일 아침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 출연해 MBC 파업에 관해 이같은 견해를 밝혔다.

이 전 비대위원은 "현 정권 들어서 문제의 시발이 된 PD 수첩의 프로는 이와 관련한 민형사상 사건에서 MBC 기자와 PD들이 100% 승소했다. 이런 것도 고려해야만 한다"고 운을 뗀 뒤 'MBC 징계 사태가 안타깝다'는 박근혜 전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어떻게 보면 김재철 사장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나타낸 것으로 본다. 거기에 방점이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MBC 파업 사태는 유례가 없는 것이다. 시사 프로를 몽땅 폐지했고, 국민 프로인 무한도전을 없앴다. 사측을 감독하는 방송문화진흥회는 파업 해결을 위해서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다"며 "전례없이 대량 해고했다. 지난 주에는 시사프로 대표급 PD인 최승호 PD를 위시해서 두 명을 해고했다. 저는 MBC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이렇게 가도 되는 것인가 정말 걱정이 많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현 방문진 이사에 대해 "(MBC 파업 사태 해결에)손을 놓고 있었다"면서 "(8월 교체될)새로운 방문진 이사진은 지금과는 다르다고 예상한다. 정부, 여당, 야당이 각 3명씩 지명하게 된다. 관건은 새누리당 추천 이사들이다. 현재 이사는 과거 한나라당이 청와대와 같이 추천한 이사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새로운 새누리당 이사 3명은 독자적인 길을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청와대 의중과도 다르고 야당의 의중과도 다른 캐스팅 보트를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본다"며 "방문진 이사들이 바뀌게 되면 관례에 따라 정형 평가를 한다. 중도 하차한 경우가 벌써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새누리당이 지명하게 될 이사 3명이 김 사장을 어떻게 보는냐는 것이다. 이런 저런 불법 의혹을 받고 있고, 무엇보다 여론이 굉장히 나쁘다"며 "이런 상태를 방치했을 때 박근혜 대선 가도에도 상당히 문제가 있다. 새로운 이사진이 변화를 주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이 추천한 방문진 이사의 결정에 따라 김재철 사장의 퇴진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전 비대위원은 끝으로 "새누리당이 MBC 문제를 현실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과거는 과거로 돌리고 공정방송을 담보하는 여건을 마련해놓고 노조의 주장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MBC 노조도 "이번 파업이 징계사태까지 간 건 참 안타까운 일"이라고 언급한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긍정적인 사태 진전으로 평가한다며 여권 내 변화 기류가 있음을 지적했다.

MBC 노조는 이날 특보를 통해 친박 진영의 핵심 의원이 "박 전 대표의 이번 언급은 명백하게 김재철 사장을 겨냥한 것"이라고 밝히면서 "파업 사태 와중에 별다른 사태 해결 노력을 하지 않다가 해고 등 무더기 대량 징계를 남발하는 것은 도저히 사태를 풀려는 책임 있는 자세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한 MBC 노조는 "박 전 대표의 입장이 나온 만큼 친박 진영 다른 인사들의 후속 언급도 주목해야 할 것"이라는 또다른 핵심 인사의 발언도 소개했다.

MBC 노조는 "이번 박 전 대표의 언급은 파업 사태의 책임을 어느 일방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없다며 노조 집행부에 대한 구속영장을 두 차례나 기각한 사법부의 견해와 궤를 같이 하면서 파업 돌입 이후 150여일 가깝게 김재철 사장 측이 보여 온 무책임한 행태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성호 MBC 기자회 회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박 전 비대위원장의 발언 이후 이상돈 비대위원이 MBC 파업과 관련해 교체될 방문진 이사의 역할에 대해 발언한 것은 진척이 없는 MBC 파업 국면에서 전향적이고 의미있는 태도로 해석할 수 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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