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爆發)을 왜 [폭팔]이라고 발음할까? 방송기자나 아나운서도 셋 중 하나는 폭팔이라고 한다. 경찰이나 소방관 또는 폭발물 전문가들은 셋 중 둘 정도가 폭팔이라고 한다.

고교생 셋에게 물었다. “폭탄이 터지는 것을 뭐라고 하니?” “폭팔이죠.” “어떻게 쓰지?” “폭팔이라고 써야죠.” “그럼 써봐.” 셋 다 ‘폭팔’이라 적었다. 폭팔이 아닌 폭발이라고 일러주니 대뜸 나오는 소리다. “왜 폭팔이 폭발이죠? 정말요? 와, 넘 어렵다!” 실화다.

신문 방송은 거의 폭발이라고 적는다. 언론인들은, 비록 일부가 폭팔이라고 발음하긴 하나, 폭발이라는 철자(綴字)로 적는다. ‘폭발’이라 쓰고 일부가 ‘폭팔’이라고 소리 내는 것이다.

관련 규정을 뒤져봐도 폭발이 폭팔이 될 이유가 없다. 사전에는 ‘폭발 爆發[발음:폭빨]’로 표시돼 있다. 정확한 발음은 [폭빨]인 것이다. 폭발을 상당수가 폭팔로 소리 내는 것의 이유에 관한 관련 기구의 공식적인 설명은 없다. 다만 “‘폭발’을 [폭팔]로 발음하기도 합니다만, ..... , [폭빨]로 발음하는 것이 맞습니다.” 정도의 간단한 언급(言及)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상당수 또는 대부분이 이를 폭팔로 소리내다보니 어린 세대들에게는 아예 철자도 ‘폭팔’이 되는 것이다. 그들에겐 이를 ‘폭발’이라 쓰는 이유도, ‘폭빨’이 옳은 발음이라는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자의 존재를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단어의 속뜻을 생각하는 방법을 모르는 것이다.

‘설마?’ 하는 의구심(疑懼心)을 가진 이들도 있을 법하다. 네이버나 다음 같은 포털사이트에서 ‘폭팔’을 검색해보라. 1초 만에 그 의구심은 바로 풀린다. 블로그나 카페 동네에선 폭발보다 폭팔이 더 일반적이다.

인터넷 뉴스에도 ‘폭팔’이 많다. 굿데이스포츠라는 매체(媒體)는 아예 폭발을 폭팔로 바꿔 쓰기로 한 것 같다. 아츠뉴스 뉴스엔 모모뉴스 오마이뉴스 시티신문 뉴스웨이브에도 꽤 보인다. 한국일보 스포츠서울 한국경제 매일경제 매일신문 경북일보에도 나온다.

‘한자는 생각조차 말아야 한다’ ‘한글로만 오로지 사물(事物)을 적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일부 한글전용론자들은 후배 세대들의 이 ‘암흑(暗黑)의 비극’을 모른다. 선배 세대인 그들은 한자를 잘 알고 한자의 개념으로 생각하는 것이 체질화(體質化)돼 있기 때문에 모두가 자기들처럼 다 알 것으로 지레 짐작하고 ‘문제없다’고 주장한다. 좀 잔인하다는 생각이 든다.

폭발은, 사전에 따르면 ‘급속히 진행되는 화학반응에서, 반응에 관여하는 물체가 급격히 그 용적을 증가하는 반응’이란 뜻이다. 순간적으로 팍 터지는 강력한 현상, [폭빨] 발음 보다는 좀 더 강력한 느낌인 [폭팔]을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공유하게 된 것일까?

필자는, 폭발이라는 철자와 [폭빨] 발음만으로도 충분히 강력하고 혼동 또한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이것이 공인(公認)된 바른 철자와 발음임도 다시 말하고 싶다. 즉, 이런 사정을 충분히 알고 ‘폭팔’ 발음을 피해달라는 부탁이다.

재미난 힌트, 폭발에는 두 가지가 있다. 위의 폭발(爆發)은 물리적 화학적 현상, 즉 폭탄이나 산소통 따위가 터지는 것이다. ‘쌓여 있던 감정 따위가 일시에 세찬 기세로 나옴’ ‘힘이나 불만 따위가 갑작스럽게 퍼지거나 일어남’ 등의 정서적(情緖的) 사회적 현상은 따로, ‘폭’자의 한자가 다른, 폭발(暴發)로 쓴다. 발음은 같다.

<토/막/새/김>
우리말 ‘폭발’에 해당하는 영어 낱말은 explosion(익스플로션 / 폭탄 핵 등의 폭발) eruption(이럽션 / 화산 폭발, 분화) outburst(아웃버스트 / 분노 등 감정의 폭발도 해당) 등이 있다. detonation(디토네이션) blast(블래스트) 등도 가까운 단어다. 얼핏 봐도 영어권이 우리보다 ‘폭발적인 상황’에 대한 말이 다양하다. 역사적 문화적 차이 등이 빚은 결과겠다. 우리에겐 겨울의 눈[설(雪)]이 한 가지지만, 알래스카처럼 극지(極地)에 가까운, 눈의 영향을 많이 받는 지역의 ‘눈’을 이르는 단어는 십여 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이런 사례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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