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파업 사태 해결 노력을 보이지 않고 오히려 징계 칼바람을 멈추지 않고 있다.

11일 MBC는 인사위원회를 열어 박성호 기자회장에 대한 1차 징계 결과를 확정해 박 기자회장을 끝내 해고했다. 최형문 기자회 대변인과 왕종명 기자도 1차 징계 결과인 정직 6개월과 정직 1개월의 조치를 내렸다.

MBC는 지난 1일 35명에 대해 대기발령 조치를 내린데 이어 이날 추가로 34명에 대해서도 2차 대기발령 조치를 단행했다. 이에 따라 대기발령자수는 69명으로 늘었다.

잇따른 대규모 대기발령 조치에 정영하 위원장은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조합은 극한 투쟁을 가져가지 않고 시민사회와 공감하고 국민의 공감을 얻기 위해 폭넓은 노력을 하면서 투쟁을 전개했는데 폭력을 쓰는 건 회사”라며 “회사가 쓸 수 있는 인사, 징계, 조직개편 등 합법 프레임을 가장해 쓸 수 있는 폭력을 모두 다 썼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MBC의 일방적인 징계 조치는 파업이 타결된 KBS와도 대비된다. MBC 노조에 따르면 KBS 김인규 사장은 김현석 노조 위원장이 단식에 돌입하자 대화에 걸림돌이 된다며 단식을 풀 것을 요청했다. 재심 신청을 하지 않아 징계가 결정된 사안에 대해서도 사규를 바꿔서라도 경감시켜주겠다는 전향적인 태도까지 보였다. 하지만 MBC의 경우 파업 돌입 일주일 전부터 김재철 사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파업이 채 한달이 되기도 전에 박성호 기자회장에 대해 해고 조치를 내렸다. 조직 개편까지 단행하는 것은 물론 대규모 대기발령 조치를 내리면서 대화 국면이 형성조차 되기 어려웠다는 것이 노조의 판단이다.

정 위원장은 “KBS식으로 타협 가능하지 않겠냐고 하는데 가능하지 않다”면서 “사측이 대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런데)철저하게 내부 구성원 흔들기로 징계 카드를 쓰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번 대기발령 명단에는 지난 1월 입사한 경력직 신입사원 11명 중 9명을 포함시키면서 이들에 대한 해고 협박 발언까지 한 것으로 드러나 사측이 인사권을 가지고 노골적으로 노조 활동을 방해하고 있다는 비난도 예상된다.

MBC 노조에 따르면 장근수 드라마본부장은 “노조에서는 대기 발령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회사에서는 파업 끝나면 다 해고시킬 계획”이라며 “경력직들은 특히 본보기로 반드시 해고시킬 것이다. 앞으로 경력직을 뽑아서 인원 보충하려고 하는데 지금 파업하고 있는 경력직을 본보기로 처벌해둬야 추가 경력직 채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MBC 노조는 “파업 이후 경력 사원을 무더기로 채용해놓고 이제 와서 파업 전 채용된 경력 사원은 해고하겠다고 엄포를 놓는 것은 사측이 경력 사원을 얼마나 우습게 생각하는지 스스로 입증한 셈”이라고 비난했다.

노조는 사측의 행태가 부당노동행위로 간주할 수 있는 만큼 법적 대응도 불사한다는 계획이다. 정영하 위원장은 12일 언론과의 간담회에서 “파업 구성원들을 흔들고 협박하고, 회유하는 것은 인사권과 징계권을 가지고 파업권을 간섭하는 것”이라며 부당노동행위로써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이번 2차 대기발령자 명단에는 최일구 부국장, 정형일, 한정우 부장 등 보직 사퇴를 이유로 해서 이미 징계를 받았던 3명을 포함해 기자 10명이 대기 발령을 받았고, 에서 용인드라미아로 발령을 받았던 이우환 PD와 한학수 PD 등 9명도 대기발령을 받았다. 김경화, 최현정, 최율미 아나운서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대기발령 명단에 오른 한학수 PD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회사에 온지 채 얼마 되지 않는 경력 사원이라는 가장 약한 고리를 공략하면서 파업을 흔들려고 하는 치졸함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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