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노동조합 정영하 위원장이 파업이 타결된 KBS와 달리 MBC는 시종일관 폭력에 가까운 징계 조치를 내리면서 대화 국면을 가로 막고 있다고 사측을 강하게 비난했다.

정 위원장과 이용마 홍보국장은 12일 여의도 MBC 건물 지하 별실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KBS식으로 타협 가능하지 않겠냐고 하는데 가능하지 않다"면서 "사측이 대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런데)철저하게 내부 구성원 흔들기로 징계 카드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조합은 극한 투쟁을 가져가지 않고 시민사회와 공감하고 국민의 공감을 얻기 위해 폭넓은 노력을 하면서 투쟁을 전개했는데 폭력을 쓰는 건 회사"라며 "회사가 쓸 수 있는 인사, 징계, 조직개편 등 합법 프레임을 가장해 쓸 수 있는 폭력을 모두 다 썼다"고 비난했다.

정 위원장에 따르면 파업을 타결한 KBS의 경우 김현석 노조위원장이 단식 농성에 돌입하자 김인규 사장이 대화에 걸림돌이 된다며 단식을 풀 것을 요청했고, 재심 신청을 하지 않아 징계가 결정된 사안에 대해서도 사규를 바꿔서라도 경감시켜주겠다는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MBC의 경우 파업 돌입 일주일 전부터 김재철 사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파업이 채 한달이 되기도 전에 박성호 기자회장에 대해 해고 조치를 내렸고, 조직 개편까지 단행하는 것은 물론 대규모 대기발령 조치를 내리면서 대화 국면이 형성조차 되기 어려웠다는 것이 노조의 판단이다.

정 위원장은 "방법을 찾으려고 해도 상대하고 맞아야 한다. 노조의 일방대로 센 의지를 가져도 안 되는 부분이 있는 것이다. 상대가 대기발령을 때리고 이런 식으로 하면 대화가 되기 만무하다"며 KBS의 예를 들어 "이것에 반만 있어도 대화는 한다"고 말했다.

징계 철회 등의 최소한의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는 사측에 대한 비난인 동시에 노조는 조건만 형성되면 충분히 대화를 통해 파업 국면을 해결할 의사가 있다고 밝힌 셈이다. 

이용마 홍보국장은 '김재철 사장 퇴진 구호 철회 가능성'에 대해 "공영방송 정상화와 김재철 퇴진은 따로 가는 문제가 아니다. 김재철 퇴진이냐 아니냐는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공영방송 정상화이고 첫 번째 과제가 김재철 퇴진"이라고 말했다.

MBC 노조는 현재 정체된 파업 국면에서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은 이상 대국민 여론전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MBC 노조는 김재철 사장 구속 수사 촉구 범국민 서명운동도 15만명을 돌파했다고 전했다.

또한 이석연 전 법제처장에 이어 보수 인사들을 잇따라 접촉해 여권 뿐 아니라 여권 내에서도 김재철 사장 퇴진 목소리가 거세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계획이다.

MBC 노조는 전날 노보를 통해 "김재철 사장이 지금이라도 모든 문제에 대해 깨끗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고, 이런 사태까지 발전한데 대해 사과를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일"이라는 이석연 전 법제처장의 인터뷰 내용을 공개했다.

MBC 노조는 오는 13일 김장수 전 국방장관과의 인터뷰 내용도 공개할 예정이다. 김 전 국방장관은 인터뷰에서 사측의 ‘정치 파업’이 주장에 대해 노조가 공정방송 투쟁을 하고 있는 것이며 김재철 사장의 자격에 대해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영하 위원장은 사측의 무한도전 외주화 검토 논란과 관련해 "하는 행태로 보면 MBC에 애정이 없는 상태에서 게임에서 이겨야 된다는 생각뿐이어서 얼마든지 (외주화를)할 수 있다고 본다"며 "하지만 과연 도움이 될까? 자기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노조를 이기는 방법으로 도움이 되나?"고 반문했다.

정 위원장은 기자회견 도중 스마트폰을 이용해 무한도전 게시판을 접속해서 "무한도전 외주화 문제로 회사 게시판에 난리가 났다"면서 "'열 받아서 로그인 했네요'라는 시청자들도 있네요"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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