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네이버에서 티스토리 등 외부 블로그의 콘텐츠가 검색 결과 순서의 뒤로 밀려나는 현상이 발생했다. 블로거들은 ‘검색정책이 변경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고, 네이버는 ‘단순한 오류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티스토리를 기반으로 사진 관련 블로그를 운영하는 블로거 ‘썬도그’는 10일 저녁 자신의 블로그에 “며칠 전 부터 네이버가 티스토리 블로그를 검색 상위에서 뒤로 밀어내고 있다는 말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네이버 검색을 거쳐 블로그에 방문하는 이들의 숫자가 하루 만에 눈에 띄게 줄었다는 점을 그 근거로 들었다.

썬도그는 “이런 모습은 지금 여러 티스토리 유저들에게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며 네이버 검색정책이 변경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네이버가 자사 블로그를 검색 상단에 노출시키면서 트래픽을 몰아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네이버가 네이버블로그를 검색 상단에 올리는 일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며 강한 ‘불신’을 표출하기도 했다.

12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그는 “2008년에도 똑같은 문제가 있었다”며 “(외부 블로그에서 작성한) 원문보다 이를 ‘펌질’한 네이버 블로그가 상위에 노출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그가 이번 사건을 단순한 우연으로 보지 않는 이유다. 적지 않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 직접 콘텐츠를 생산해 낸 블로거들의 입장에선 ‘속 터지는’ 일이다.

   
 
 

네이버는 11일 오후 자사 공식 블로그 ‘네이버 다이어리’에 게재한 글에서 “지난주 서비스를 업데이트하는 과정에서 일부 오류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지난 5일부터 진행된 ‘블로그 검색 비정기 개선 작업’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해 “티스토리 블로그·다음 블로그 등 네이버 외 블로그가 검색 결과에 잘 나오지 않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이어 네이버는 “11일 오전 긴급 오류 수정 작업을 진행해 최근 10일까지의 문서들을 정상화 시켰고 이전 데이터들도 13일 오전까지는 정상화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네이버의 블로그 검색 정책은 바뀌지 않았으며, 외부 블로그에 대해서도 네이버 블로그와 마찬가지의 알고리즘을 적용하고 있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IT칼럼니스트 김인성씨는 “복제든 원본이든 상관없이 네이버 내부의 콘텐츠를 우선 노출시키는 정책에서 비롯된 현상”이라고 네이버의 해명을 반박했다. 또 그는 “설령 오류라고 하더라도 내부에 복제된 콘텐츠가 쌓이면 원본은 서서히 검색결과 밑으로 내려가는 현상은 (검색)시스템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문제는 창작 콘텐츠가 점점 포털을 떠나고 있다는 점이다. 김씨는 “이런 구조가 ‘펌블로그’를 양산하고 있다”며 “이런 구조에서 콘텐츠 생산자들은 (해외 서비스 등으로) ‘망명’을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SNS가 대세인데 국내 포털이 전혀 영향력을 못 가지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라며 “우리나라 인터넷 발전이 외국 기업의 손에 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대로 가다 보면 국내 포털은 말 그대로 ‘인트라넷 게시판’ 수준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콘텐츠의 원본을 우선 노출하고 △검색결과의 광고를 일정하게 제한하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썬도그’도 “이런 생태계에서 무슨 콘텐츠나 새로운 서비스가 나오겠느냐”며 “SSM이 골목상권 다 죽이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네이버 측은 "작년부터 외부 블로그 수집 결과를 검색 결과에 반영하는 등 나름대로 검색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이번 사건은 단순한 오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NHN쪽 공식 반응 추가합니다. 6월12일 오후 6시32분.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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