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적 민주주의를 완성했다고 평가를 받는 1987년 6월 항쟁이 25주년을 맞이했다. 하지만 당시 정권의 나팔수로 비난을 받았던 언론들은 2012년 낙하산 사장을 통해 정권으로부터 공정방송이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정권의 낙하산 사장이라고 일컬어지는 김인규 KBS 사장, 김재철 MBC 사장, 배석규 YTN 사장은 87년에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MBC 김재철 사장,  남극과학기지 현지 보도

1979년 MBC 공채 14기 보도국 기자로 입사한 MBC 김재철 사장은 1980년 MBC 보도국 편집부를 거쳐 1996년 국제부 해외특파원 차장을 맡았고 지역사 사장으로 내려오기 전 수도권 부장, 보도국 사회2부 부장, 해설위원실 부장을 맡았다.

MBC 홈페이지에서 과거 뉴스 리포팅을 볼 수 있는 '20년 뉴스'를 살펴보면 87년 당시 사회부 기자였던 김 사장은 6월 항쟁 이후 7~9월 노동자 대투쟁이 한창일 당시 시·군 운수업체 파업이 확산되고 있다며 노동자들의 과격성을 부각시키는 리포팅을 했다.
(http://imnews.imbc.com/20dbnews/20newsview/index.html-MBC 20년 뉴스 바로가기)

김 사장은 87년 8월 19일 "노사분규-대전 춘천 등 10개 시,군 운수업체 파업 확산"이란 제목의 리포팅에서 "교통부에 따르면 오늘 오후 현재 운행을 중단하고 있는 운수업체는 151개 업체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며 전국의 운행 중단 상황과 시위 정보를 리포팅했다.

김 사장은 특히 "어제 오후 대전에서는 300여 명의 운전사들이 택시를 뒤엎고 노동부 지방사무소 건물의 유리를 부수는 등 과격시위를 벌인 데 이어 오늘도 70~80명씩 무리를 지어 도심 곳곳에서 산발적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며 "부산에서도 500여 명의 택시 운전사들이 어젯밤부터 100여 대의 택시를 앞세우고 과격한 시위를 벌여 출근길의 시민들이 많은 불편을 겪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김 사장은 이들이 왜 운행을 중단하고 파업 사태에 이르렀는지 대한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87년 직선제 쟁취와 노동자 대투쟁 등 전두환 정권에 저항하는 전 국민적 함성이 들끓고 있을 때 김 사장이 당시 자신의 경력으로 자랑하고 있는 뉴스는 87년 12월 남극 취재팀과 함께 방문한 남극탐험기지 보도다.

김 사장은 87년 12월 리포팅에서 "기자가 서 있는 바로 이곳이 제1차 탐험대가 임시 기지를 설치했던 지점으로 현재 건설 중인 과학기지에서 약 20km정도 떨어져 있다"며 "저희 취재팀과 한국해양연구소는 1차 탐험대의 성과와 이번 과학기지 건설을 기념하기 위해서 옛 동판 옆에 또 하나의 기념 동판을 설치해 국력신장의 상징이 되도록 했다"고 보도했다. 이밖에 김 사장은 남극과학기지 건설이 갖는 의미부터 남극대륙의 가혹한 자연환경, 현대 남극호 항해 일지 등을 현지에서 보도했다.

위키백과에서 김 사장은 "뉴스가 있는 현장이라면 전국 어디서나 마이크를 들었던 김재철은 1987년 12월에는 국내 처음으로 건설한 남극과학기지 현장에서도 볼 수 있었다"며 "척박한 남극의 상황을 생생하게 보도했을 뿐만 아니라, 당시 국내에서는 전혀 알 수 없었던 남극대륙의 가혹한 자연환경을 국내 시청자들에게 상세하게 전달해 눈길을 끌었다"고 소개돼 있기도 하다.

87년 6월 항쟁과 관련해 김 사장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뉴스는 지난 1989년 4월 22일 한겨레 신문에서 볼 수 있다. 당시 한겨레는 김재철 사장을 87년 박종철 고문사건 뒤 발생한 의문사 사건을 추적하는 다큐멘터리 제작팀 기자로 소개했다.

한겨레는 "MBC는 오는 26일 저녁 8시 5분 MBC 리포트 시간을 통해 '의문사, 자살인가 타살인가' 편을 방송한다"며 "이 프로그램은 87년 박종철씨 고문사건 뒤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의문사 사건을 유가족들의 증언과 현장 답사 등을 통해 추적한다"고 보도했다.

이어 담당 기자라고 소개한 김 사장은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피해자 이외의 관련자들이 인터뷰에 응해주지 않아 고충을 겪었다"며 "담당형사, 검사 등의 인터뷰도 최대한 반영하는 등 객관성 유지에 노력했다"고 밝혔다.

KBS 김인규, YTN 배석규 정권 찬양성 보도

KBS 김인규 사장은 당시 정치부 기자로 당시 집권당인 민정당 관련 리포트를 내보내면서 정권에 충실한 내용을 보도한 경우다.

김 사장은 4·13 호헌 조치에 대해 "호헌조치가 오늘의 난국을 타개하고 (중략) 현실적으로 실현가능한 유일한 길을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제시한 것"이라며 "통치적 차원의 결단"이라고 치켜세웠다. 당시에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으로 대학생들이 시위를 하다 공안사범으로 연행되고, 사회 전반적으로 정권 퇴진 구호가 퍼졌던 시기였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참석해 노태우 당시 대표위원이 차기 대선 후보로 지명된 자리인 민정당 전당대회에 대해서는 "평화적 정부 이양의 전통을 세우는 것이 우리나라 민주정치 발전의 결정적 전기가 될 것“이라는 전두환 대통령의 말을 인용하며 전당대회를 "우리나라 정치 발전의 한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당시 야당과 시민들의 항쟁을 “단순한 구호나 선동”이라고 비난했다.

시류 편승 행태, 낙하산 사장으로 와서 되풀이

김 사장의 리포트는 KBS새노조(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공개하면서 재조명됐고, 이에 부역언론인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다. 최경영 KBS 기자는 미디어오늘에 기고한 글에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에 대한 김인규 기자의 리포트에 대해 “정부여당인 민주정의당이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야당과 시민단체들이 이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맹비난하는 민정당의 보도자료를 사실상 낭독했다”고 비판했다.

87년 6월 항쟁 당시 KBS 기자였던 YTN 배석규 사장도 KBS 9시 뉴스 보도를 통해 정권에 찬양성 보도를 한 당사자다.

배 사장은 "많은 사람들을 위한다는 보람에 의사가 되려던 소년 시절의 꿈을 정치에서 펼치고 있는 노태우 민정당 대통령 후보. (중략) 그의 외유내강에서 비롯되는 결단과 추진력 또한 대단할 것으로 주위에서는 보고 있다"고 리포팅했다.

이용마 MBC 노조 홍보국장은 "87년 당시 낙하산 사장들의 행적이나 활동들을 돌이켜보면 철저히 시류에 편승했던 흔적이 역력하다"며 "지금 현재도 마찬가지로 낙하산 사장으로 내려와 정권의 입맛에 맞는 똑같은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언론인으로서 기본적인 소양이나 소신들은 전혀 없는 무자격자"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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