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가 7일 카카오톡의 ‘보이스톡’을 전면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무임승차’라며 반발해왔던 업계 1·2위 SKT와 KT는 당혹감을 내비쳤다. 보이스톡 출시로 촉발된 무료 모바일음성통화(mVoIP)에 대한 논란에 LG유플러스의 이번 조치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LG유플러스 이상민 홍보실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음성통화가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고 감성 전달 등(의 문제여서) 품질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오늘부터 보이스톡 등 무료 모바일음성통화에 대한 제한을 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SKT와 KT 등 이동통신사들이 요금 인상을 거론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과 상반된 방침이다.

이 실장은 “지금까지 통화 품질의 문제 때문에 mVoIP에 제한을 둔 것은 사실”이라면서 “LG유플러스는 3위 사업자다.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를 놓고 고민이 많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갑론을박이 있었지만 이상철 부회장이 결단을 내렸다”며 “우리가 선도적인 입장을 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전격적’으로 이뤄졌다는 게 업계 안팎의 평가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7일 발표 직후 “우리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주요 언론들도 이 같은 소식을 속보로 전하며 깊은 관심을 드러냈다. 그동안 LG유플러스는 mVoIP 접속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이를 약관에 명시해 왔다.

SKT와 KT는 공식 반응을 자제하면서도 당혹감을 드러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눈 앞의 이익을 위해 대의를 저버린 게 아닌가 싶다”며 “통신사업자들이 공동으로 대응을 모색하고 있는 시점에서 (그런 논의와) 완전히 상반되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또 “과연 득보다 실이 많을 텐데 (전면개방 정책으로) 계속 갈 수 있겠냐”며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 다른 통신사의 관계자는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서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면서 “통신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은 고려하지 않은 것 아니냐”고 비슷한 의견을 전했다. LG유플러스의 이날 조치를 ‘돌발행동’이자 ‘꿍꿍이’로 본 셈이다. SKT와 KT 등 통신사들은 지난 5일 '(보이스톡이 서비스 되면) 통신사는 수익 악화로 요금 인상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KT 김철기 홍보팀장은 이날 아침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익을 얻기 위해서 사업을 하면서 그 과정에서 발생시킨 데이터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같이 책임을 분담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카카오톡 등 서비스 사업자가 통신사들이 깔아놓은 망에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는 기존 주장을 재확인 한 것이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LG유플러스 관계자는 “그동안 약관상으로 (mVoIP를) 원칙적으로 제한해 왔는데, 그걸 푼 것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나섰다. 이 관계자는 또 “요금제 등을 통한 추가 과금 방식에 대해서는 데이터 이용량 추이를 지켜본 뒤 결정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LG유플러스는 일단 오늘부터 mVoIP 접속을 전면 개방했다.

일각에서는 LG유플러스의 이날 조치가 어느 정도 예견된 것 아니었냐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날 조치를 사실상 결정한 것으로 알려진 이상철 부회장은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영상이 차세대 음성이다. 2012년 하반기엔 통신시장 판도가 크게 변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VoLTE 시장 선점을 예고한 대목이다.

이동통신 3사는 올해 10월 상용화를 목표로 LTE 망을 이용한 인터넷전화(VoLTE)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이는 데이터 전용 망을 통해 음성과 동영상까지 전송하는 서비스다. 본격적인 ‘데이터 통신’의 신호탄인 셈이다. LG유플러스는 3사 중 가장 먼저 지난 3월 VoLTE 시연 행사를 개최하며 시장 선점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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