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파업 타결 국면에 접어들면서 MBC 파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MBC 노사가 서로 KBS 파업 타결 의미에 대해 상이한 해석을 내리고 있는 것도 앞으로 KBS 파업 타결이 어떤 식으로든 MBC 파업 국면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단 MBC 사측에서는 노조가 파업을 접을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MBC 사측 관계자는 "KBS 파업의 원만한 해결이 MBC에게도 좋은 방향타가 될 것"이라며 "방송정상화의 나침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현재는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아 서로 협상을 진행시키지 못하고 국면이 경색된 상황인데, 노사의 유불리를 떠나 경색 국면을 마무리하고 앞으로 방향을 모색하는데 MBC에 좋은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MBC 노조는 고심의 흔적이 묻어난다. KBS 새노조가 사측에 상당한 양보를 얻어내며 공정방송을 위한 제도 개선안에 합의한 것은 맞지만 낙하산 사장 퇴진 없이 들어가는 모양새는 자칫 MBC 파업 대열을 흔들 수 있는 불씨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낙하산 사장 퇴진은 언론인 총파업의 핵심 명분이었던 만큼 파업 동지였던 KBS 새노조가 김인규 사장 퇴진 없이 파업을 접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MBC 조합원들의 박탈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깔려있다.

하지만 MBC는 KBS 상황과는 엄연히 다르다며 투쟁의 전환점으로 삼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KBS의 경우 새노조와 구노조가 양분돼 있고, 김재철 사장과 달리 김인규 사장은 도덕적인 흠결이 크게 발견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장 퇴진 없이 공정방송 약속을 얻어내며 파업을 타결 지은 것은 최선의 선택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으로는 KBS 파업 타결이 MBC 노조의 투쟁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시켰다는 분석도 나온다. 복귀한 KBS 새노조의 조합원이 만드는 뉴스를 통해서도 MBC 파업을 알릴 수 있는 보도를 기대할만하다며 오히려 KBS 파업 타결 사안을 '반격'의 발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 MBC 노조의 판단이다.

7일 노조 집행부는 정영하 위원장 등 간부 5명이 영장실질심사에 응하기 전 MBC 로비에서 열린 집회에서 KBS 파업 타결에 대한 설명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 파업 전열을 가다듬는 모습을 보였다. 

마이크를 잡은 정영하 위원장은 "KBS 파업 타결 내용에는 인사부터 제도, 프로그램까지 전방위적으로 노사가 합의해서 공정방송으로 향했다. 김인규 사장이 (낙하산으로) 내려오기 전 상태로 회복시키기 위한 것으로 합의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정 위원장은 "사장 퇴진은 수단이고, 프로그램이 바뀌어야 한다. 한달 안에 (KBS 프로그램이)바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MBC 파업도 선명하게 부각될 것이다. KBS에서 (우리 파업을) 프로그램으로 다뤄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단식 농성 중인 이강택 전국언론노조 위원장도 MBC를 방문해 "KBS 합의안에는 고소고발, 징계 문제, 방송문제를 포함해 대선공정보도위원회, 프로그램 신설문제, 유배당했던 PD나 기자 문제, 사내 작은 현안까지 10가지에 이른다"며 "내용적으로 완승을 한 것이고 김인규 체제가 식물화 과정에 있기 때문에 이렇게 합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위원장은 KBS와 MBC의 상황이 다르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사업장별로 구조가 다르고 역할 관계가 다르다. 그 상황에서 (KBS는)최선이라고 본 것"이라며 "언론사 파업의 고착 상태에서 돌파구를 열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이어 "김재철 사장에 대한 비리 문제에 대해 제대로된 리포트 한두 개만 나가도 변화가 있을 수 있다. (KBS 파업 타결은)전략적 재배치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며 "결코 싸움 대열에서 물러선 것이 아니다. 중심 전장은 MBC다. 승리하지 않고 (공정방송을)복원하지 않고 이 싸움을 끝내야 한다면 승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MBC 노조 관계자는 “KBS 파업 타결 전에는 패키지 형태로 언론인 총파업이 무겁게 움직였다면 이제는 MBC 파업이 부각되고 가볍게 움직일 수 있다”며 이번 KBS 파업 타결이 MBC 파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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