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46명. 2009년 쌍용자동차에서 해고된 노동자들의 수다. 이 차가운 숫자 속에는 2646개의 삶과 이야기가, 그리고 ‘세계’가 있을 터다. 지난 3년여의 시간은 고통이었다. 22명의 노동자 및 그 가족들이 목숨을 잃었다. 남아있는 자들은 사회적 낙인과 배제를 온 몸으로 겪어 왔다. 새 삶을 시작해 보려는 의지는 ‘파업 노동자’라는 딱지 앞에 무력했다. 무엇보다 괴로운 건 ‘왜 내가 회사에서 쫓겨나야 했는지’, 누구도 설명해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회사는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를 들어 해고가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부채비율이 561%에 이르고, 당기순손실이 7천억원에 이른다는 설명이었다. 당장 현금이 없어서 임직원들에게 월급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 실제로 벌어지기도 했다. 타 업체에 비해서 수익성이 떨어진다거나 생산성 역시 뒤진다는 평가도 나왔다. 물론 그 책임을 노동자들이 모두 떠안아야 할 이유는 없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을 인정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런데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조작됐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정리해고를 합리화하기 위해 회사가 부실을 부풀렸다는 의혹이다. 애초에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는 없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에 따르면, 쌍용차가 소유하고 있던 부동산이나 건물, 구축물, 공장 설비 등의 ‘평가액’을 낮추는 방법이 사용됐다. (손상차손 과다계상) 그 차액은 5177억원에 달한다. 같은 시기 타사의 손상차손은 르노삼성 21억, GM대우 28억, 현대차 0원이었다.

금속노조법률원 김태욱 변호사는 “이처럼 손상차손이 과다하게 계상되지 않았다면 실제 부채비율은 561%에서 187%로 감소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눈에 띄는 ‘차이’다. 실제 2008년 9월말, 쌍용차의 부채비율은 168%였다. 당시 기아차는 178%, GM대우는 184%였다.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수준이었다. 그런데 2008년 말을 기준으로 작성된 보고서에서 이 수치는 불과 3개월 만에 168%에서 561%로 훌쩍 뛰어오른다.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대목이다.

김 변호사는 이 같은 계산이 부당할 뿐만 아니라 ‘위법’하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작성된 수치들은 회사 측에 의해 정리해고의 근거로 이용됐다. 다만, 쌍용차가 이를 의도했는지 여부에 대해서 김 변호사는 말을 아꼈다. 다만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게 그의 의견이다. 1심에서 패소한 해고무효소송에서도 이 문제는 쟁점으로 남아 있다. 김 변호사는 “해고회피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분명히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적인 회계용어들 속에 숨겨진 쌍용차 정리해고의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다음은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쌍용자동차 ‘기획파산’ 논란이 2010년에 처음 제기됐다. 노동자들을 해고하기 위해서 고의적으로 부실을 부풀렸다는 이야긴데, 일단 이 ‘회계조작’이 가능한지에 대해서 궁금해 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 같다. 쌍용차가 동네 구멍가게도 아니고, 실제로 그런 일이 가능하긴 한 건가.

"그 근저에는 우리나라 주식시장과 기업체계를 지탱하고 있는 회계시스템이 그렇게 엉망은 아닐 거라는 신뢰가 어느 정도 깔려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자주 있는 예는 아니지만 회계조작이 종종 있다. 회계법인들이 외부감사 역할을 제대로 수행 못해서 손해배상 청구를 당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회계법인 시장을 보면 소위 4대 회계법인(삼일, 삼정, 안진, 한영)이 거의 독점하고 있다. 전체 회계법인들이 굉장히 많은데 어느 정도 이상의 규모가 되는 기업은 거의 그 4대 회계법인이 돌아가면서 외부감사를 하고 있다. 이렇게 독과점 체계를 구축하고 있어서 그만큼 문제가 잘 드러나지 않는 점도 있다고 본다. 그런 중에도 일부 드러난 사례들이 분명히 있다. 참고로 우리나라 현재 4대 회계법인은 미국 회계법인들 하고 다 제휴를 맺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그 네 개 회계법인이 과점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어느 정도 이상의 규모가 되는 회사에 대한 회계감사가 완벽히 검증된 건지 의문이 있다는 이야기다. 어차피 검증하더라도 그 네 개 회계법인들이 돌아가면서 상호 검증하는 경우가 많다. 그 과정에서 부실이 드러나서 외부로 드러난 게 몇 가지 사례들일 뿐이다."

-그럼 당시 쌍용차의 회계가 조작됐다는 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

"일단 회계기준상 손상차손은 회수가능액과 장부금액을 비교해서 회수가능액이 장부금액 보다 낮을 경우 산출을 한다. 회수가능액은 순매각가치(공정가치; 감정에 의한 시장가치, 즉 시가(市價))와 사용가치(해당 자산의 사용으로 인해 예상되는 미래의 현금 흐름) 중에 큰 금액을 말한다. 문제는 쌍용차의 경우 순매각가치가 얼마인지 산정을 안 해보고 바로 사용가치를 기준으로 회수가능액을 보고, 그걸 장부금액과 비교했다는 거다. 그게 첫 번째 문제다. 사용가치 만으로는 회수가능액을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순매각가치를 고려해야 하는데,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게 외감법(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의 핵심이다.

두 번째는 그 사용가치 자체도 부당하게 계상됐다는 것이다. 2008년 안진회계법인의 감사보고서를 보면, 유형자산에 대한 손상차손이 5177억 가량으로 (전년도 69억원에 비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온다. 건물, 구축물, 기계장치(생산설비) 등에 큰 손상이 발생한 것도 아닌데 과도한 손상차손이 잡힌 것이다. 당시 생산·판매되던 차종들의 단종 시점을 지나치게 빠르게 추산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손상차손이 과다하게 계상되지 않았다면 실제 부채비율은 561%에서 187%로 감소하게 된다."

(편집자 주: 이후 회생절차에 따라 쌍용차 측은 유형자산 평가액에 대한 재감정을 의뢰했다. 한국감정원은 2009년 2월5일을 기준으로 한 자산감정평가서를 3월10일 내놓았다. 규정대로 시가를 기준으로 작성된 한국감정원의 유형자산 평가액은 약 1조7천억원으로 안진회계법인이 작성한 것(8700여 억원)보다 두 배 가까이 많았다. 안진회계법인의 감사보고서 보다 두 달 가량 나중에 집계된 ‘최신’ 자료에 근거한 내용이었다. 그럼에도 쌍용차 측은 이를 반영하지 않고 안진의 보고서를 3월27일 그대로 제출했다. 이는 ‘기업회계기준 제6호’를 지키지 않은 사례라는 게 김 변호사의 판단이다.)



-다른 ‘위법 사례’도 있다고 주장한 걸로 알고 있는데.

"채무자회생법(채무자회생및파산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도 있다. 회사가 회생절차에 돌입하면 원래 관리인이 법원에 자산현황을 보고를 해야 한다. 그 때 시가 기준으로 보고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쌍용차는 관리인이 보고를 할 때도 손상차손이 과다하게 평가되어 있는 위법한 감사보고서의 수치들을 그대로 보고했다. 시가가 아니라 장부금액을 인용해 보고했다는 것이다. 채무자회생법(90조 내지 94조) 위반이다.

회생절차에 들어가면 법원이 조사위원을 선임하게 되어 있는데 (선임된) 삼일회계법인이 일부 수치들을 수정하긴 했다. 그러나 관리인이 처음에 보고한 것 자체가 잘못된 건 맞다. 그런 점에서 2008년도 재무제표와 감사보고서 작성에 관여했던 최형탁 당시 대표이사와 당시 외부감사법인이었던 안진회계법인은 외감법 위반이다. 또 그 자료를 기초로 관리인이 회생법원에 자료를 제출할 때 관여한 삼정KPMG도 채무자회생법 위반이라고 본다. 쌍용차 정리해고의 최초 구조조정 기준이었던 2,646명은 바로 그 삼정KPMG 보고서(2009.3.31)에서 최초로 언급이 된다. 그 보고서에서 그 인원이 나온 이후에 법원이나 삼일회계법인은 그 인원을 기초로 회생이 가능하냐 아니냐를 판단했을 뿐인지, 독자적으로 그 규모의 정리해고가 필요한지 여부를 판단한 바는 없다. 그래서 사실은 문제의 발단은 삼정KPMG 보고서였고, 그 보고서가 기초로 하고 있는 각종 경영수치들은 위법하게 손상차손이 계상된 안진회계법인의 2008년 재무제표 감사보고서를 기초로 작성됐다."

-손상차손이 과다하게 계상됐다고 하지만, 당시 회사나 회계법인 측의 주장대로 경제위기의 여파나 파산신청 등의 요인으로 손상차손에 큰 변화가 있었다고 볼 여지는 없나.

"물론 사용가치 산정이 적정했는지, 과다계상 한 건지 아닌지 여부에 대해서 반론을 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과는 별개로 감사보고서 작성에서의 위법사항이 달라지는 건 아니다. 즉, 순매각가치를 고려하지 않고 사용가치 만을 고려해서 감사보고서를 제출했다는 점이 여전히 문제라는 거다. 회생절차에 들어갔다고 해서 감사보고서 작성 기준이 바뀌는 건 아니다. 과다계상 부분도 다른 사례에 비하면 지나치게 많이 (계상)됐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설령 과다계상되었다고 하더라도, 이걸 ‘고의적’이라고 볼 수 있는지 여부는 또 다른 쟁점인 것 아닌가.

"일단 과다하다는 것뿐만 아니라 위법하다는 문제가 있다. 위법하다는 이야기는 정해진 기업 회계기준에 맞지 않게 작성됐다는 거다. 그런 정도의 회계법인이 기준에 따라 작성하지 않았다면 그건 고의라고 봐야 한다."

-실제 이 같은 ‘조작’이 외감법과 채무자회생법 위반이라면, 당시 아무런 제재가 없었다는 점은 쉽게 납득이 잘 안 간다.

"외부 감사가 작성한 감사보고서에 대해서 금융감독원이나 이런 곳에서 허위공시로 제재하는 수단이 있을 수는 있는데, 당시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는 사람들이 없었다. 쌍용차지부(노조)에서도 정신없던 시기였지 않나. 내부적으로 여러 가지 의혹만 있었지 적극적으로 제기한 바는 없었던 걸로 알고 있다. 다만 최근에 쌍용차지부에서 금감원에 이 문제를 제기를 한 바는 있다. 금감원에서는 ‘위반이 아니다’라고 답변을 줬다. 근거를 제시하라고 하니까 ‘알려줄 수는 없다’고 한다. 딱 한 줄만 왔더라.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된다.’ 판결이나 뭐나 다 이유가 있어야 수긍이 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아무런 이유 제시 없이 위반이 아니라고 하니까 저희나 지부는 수긍할 수 없는 입장이다. 저희가 고발한 이 사건을 현재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 중인데, 물론 이건 수사가 끝나봐야 아는 문제겠지만 담당하는 수사관들은 상당한 혐의를 가지고 수사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회계조작을 통해서 정리해고의 ‘밑그림’을 그렸다는 이야긴데, 혹시 다른 이유가 있었을 가능성은 없나. 회계조작을 한 결과가 곧바로 정리해고의 근거로 활용됐다고 볼 수 있나.

"물론 여러 가지 ‘설(說)’ 중에 하나라고 볼 수는 있는데, 그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서 회생법에서는 회생절차를 원래의 목적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이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고, 그걸 형사처벌 대상으로까지 하고 있다. 그렇게 둔 이유는 그런 동기가 존재한다는 거다. 한 마디로 회사가 실제로 어렵지 않은데 회생절차를 이용해서 채무를 어느 정도 면제받고 기한도 좀 유예하고, 여러 가지 그런 부수적인 효과를 위해서 회생절차에 들어오는 경우가 있다는 이야기다. 쌍용차가 과연 그것을 애당초 의도해서 했는지 여부를 단언해서 말할 수는 없지만,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본다.

실제로도 결과를 놓고 보면 상하이차 입장에서는 회생절차에 들어옴으로 인해서 상대적으로 안전하게 탈출에 성공했다. 물론 당시 (인수가와 비교해) 주식 가치가 떨어지면서 어느 정도 손해는 봤지만, 원래 회생절차 들어오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채무자회생법상에서는 지배주주가 회생절차에 이르게 된 주요한 원인을 제공했다고 보기 때문에, 사실은 주식 강제소각까지도 할 수 있다. 그런 건 안 당했지 않았나. 상대적으로 덜 손해보고 갔다고 본다."

-해고무효소송 1심에서 법원은 정리해고가 정당했다고 사측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나.

"판결 이유를 보면 정리해고가 도산을 피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보고 있다. 이건 회계부분에 문제가 없다는 전제 하에 판단을 한 거다. 일단 그 판단이 잘못됐다고 본다. 당시에 1심 공방 과정에서 재판부가 그 삼정KPMG의 보고서와 정리해고가 별다른 관련이 없다고 본 것 같다. 그 보고서가 (조작된 수치들이 포함된) 재무제표에 의존한 것 같지도 않고, 작성기준 위반도 아니라고 판단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그 판단의 근거가 틀렸다고 본다.

당시 이런 공방이 있으니까 1심 중간에 회사 측의 주장이 미묘하게 바뀌었다. 원래는 그야말로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 즉 순수한 의미의 정리해고였다는 식으로 주장을 하다가 재판 후반부에는 쌍용차가 원래 타사에 비해서 인력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정리해고를 해야 된다는 식의 주장을 덧붙이고 있다. 첫 번째 부분에 있어서 문제가 있다는 걸 스스로 어느 정도 인정했기 때문에 그런 이유를 덧붙인 게 아닌가 싶다. 실제로 쌍용차 정리해고를 외부에서 봤을 때 회사가 좀 더 효율성 높이기 위해 정리해고를 했다고 생각할 사람이 누가 있겠나.

쌍용차가 2009년 1월 초에 제출한 ‘회생절차개시 신청서’를 보면 회생절차에 오게 된 이유로 여러 가지를 짚고 있는데, 그 중에 제일 큰 것 중 하나가 ‘투자가 없었고, 기술개발 없었다’는 거였다. 인력구조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다. 오히려 신청서에는 ‘쌍용차의 근로자들은 고도로 훈련되고 전문적 지식과 기술을 갖춘 우수한 인재들이고, 충성심 높은 인재들이기 때문에 회생 계획대로 함께 헤쳐 나가면 빨리 회생절차를 졸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식으로 되어 있다. 삼정KPMG의 보고서가 나오기 전까지는 이렇게 대규모로 구조조정 한다는 계획 자체가 없었다. 문서상으로는 적어도 없다. 내부적으로 생각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문서상으로는 없는데, 그 보고서가 기점이 되어서 ‘회생절차를 졸업하기 위한 유일한 방안은 정리해고다’라는 식으로 돌변해 버렸다."

-1심 법원의 판단이 잘못됐다고 볼 다른 근거가 또 있나.

"쉽게 말하면, 회생법원과 조사위원들이 회사측이 제출한 회생계획안이 적정한지 판단하는 역할을 하지는 않다. 회생법원은 어디까지나 당시 쌍용차 관리인(박영태, 이유일 및 대리인 삼정KPMG )이 제출한 회생계획안이 실행 가능하냐 아니냐를 볼 뿐이다. 예컨대 실제로는 100명만 정리해고 하면 기업이 살 수 있다고 가정했을 때, 기업에서 500명을 하겠다고 하면 법원은 살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보지 않겠나. 그러면 당연히 회생절차 개시를 승인 하는 것이지, (정리해고) 인원을 더 줄이라고 얘기하지는 않는다. 그게 회생법인의 역할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맹점이 있다.

1심 정리해고 판결을 보면 회생법원과 조사위원이 (정리해고 안이 포함된) 이 회생계획을 인가했다는 걸 ‘정리해고가 정당했다’는 근거로 들고 있는데, 그건 이런 이유에서 당연히 근거가 될 수 없다. 회생법원과 그 조사위원은 이게 적정한 규모인지, 혹은 해고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동일한 효과를 달성할 수 있는지 판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리해고를 판단하는 민사법원은 그 적정성을 판단해야 할 의무가 있다. 현재 근로기준법상 정리해고는 ‘최후 수단’으로 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른 수단으로 똑같은 효과를 달성할 수 있다면 그걸 채택해야 한다. 그런 민사법원이 회생법원의 판단을 근거로 삼은 것은 잘못 됐다는 거다.

쌍용차는 다른 수단이 있는지 검토를 안 했다고 본다. 해고 회피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은 거다. 대신 우리 법원이 정리해고 자체에 반대하는 파업은 거의 다 불법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에, 노조가 파업을 하더라도 오래 못할 것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회사는 그냥 밀어붙이면 정리해고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거고, 그게 다른 방식보다 더 손쉬운 방법이라고 생각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판사들이 그런 점들을 짚어내지 못했다는 걸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회계법인들이 일종의 권위를 독점하면서, 일종의 지식권력을 형성하고 있다. 법원 판사들도 잘 모른다. 조사위원들이 작성한 조사보고서에 법원이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회생절차 관련 워크숍 같은 데서 나오는 얘길 보면, 조사위원들이 채무자(회생 대상이 되는 회사)랑 짜고 회사의 부실을 부풀려서 평가하는 경우가 있다. 판사들은 그걸 받아들이지 않을 수가 없는 거다. 받아들이지 않으려면 또 다른 회계법인에서 나온 어떤 반대의견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도 없다. 신문에도 종종 조사위원들이 작성한 보고서의 정확성이 떨어져서 회생절차의 성공률이 낮아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회생절차의 문제점인 셈이다."

-만약 조작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어떻게 문제를 풀 수 있을까. 이제 와서 책임을 묻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

"아까 말씀드린 대로 외감법과 채무자회생법 위반으로 고발을 해서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다. 또 정리해고 무효소송 항소심에서도 이런 주장을 하고 있기 때문에 법원이나 검찰에서 합리적인 판단을 할 거라고 생각한다. 1심 정리해고 소송을 맡았던 건 아닌데, 공방 과정을 살펴보면 이 문제를 주장을 안 한 건 아니다. 다만 일부만 주장이 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예를 들어 부당하게 손상차손이 과다계상 됐다는 얘기만 했지, 위법했다는 이야기는 많이 안됐다. 저희가 보기에는 부당할 뿐만 아니라 위법하기 때문에 1심 판단을 잘 못했다고 생각하고, (판결을) 이끌어낼 계획이다."

-이런 의혹이 공식적으로 처음 제기된 게 2010년 이었는데, 이후 언론들의 보도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그 이유를 어떻게 보나.

"일단 처음에 쌍용차지부에서 이 문제를 제기할 때 워낙 당시 경황이 없던 상황 탓에 정리된 상태로 주장하지 못했던 게 하나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니까 보는 입장에서도 그야말로 ‘의혹제기’ 수준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두 번째로는 사실 저도 이 문제를 다루면서 여러 분들한테 자문을 얻어가면서 했는데, 이게 언뜻 봐서는 맞는지 틀린지 잘 모른다. 더군다나 당사자인 회계법인도 부정하고 있고, 공적 기관의 판단도 명확히 나온 게 없기 때문에 기사로 쓰기가 좀 그랬을 수도 있다. 아마도 (노조의) 일방적 주장으로 생각을 했던 게 아닌가 싶다."

-승소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열심히 해야죠. (웃음) 보통 정리해고 사건에서 이렇게까지 노동조합 측에서 문제제기 했던 건 사실 없었다. 보통 문제제기를 하는 경우는 기존의 자료가 적법하게 작성됐다는 걸 전제로 해서 다툼을 하게 된다. 이번 사례처럼 정리해고의 근거 자체를 완전 부인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또 뭐 정리해고 사건 일반에 대한 특수성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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