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김재철 사장이 지역 MBC 사장 시절 차명계좌 개설을 직접 지시해 협찬비 일부를 리베이트로 받아 비자금을 조성해 썼다는 주장이 나왔다.

MBC 노동조합은 4일 총파업 특보를 통해 "김재철의 비자금 조성과 구체적 관리 수법이 확인됐다"며 관계자 증언을 통해 이같은 의혹을 폭로했다.

김재철 사장, 직접 지시해 차명계좌 개설 개인용도로

MBC 노조에 따르면 지난 2008년 김재철 사장이 청주MBC 사장으로 부임하고 있을 때 자신이 따온 협찬비의 3~5%를 판매 활동비로 받아 차명 계좌를 개설했다. 보통 지역사에서 사장이 협찬을 따와도 다른 임직원보다 법인 카드를 쓸 수 있기 때문에 판매활동비를 따로 지급하지 않았는데 김 사장은 자신이 직접 차명계좌 개설을 지시해 돈을 써왔다는 것이다.

MBC 노조는 "김재철 사장이 '울산MBC에서도 했는데 왜 안되느냐'며 담당부서의 의견을 묵살하고 '울산 MBC에서는 이렇게 했다'며 구체적 수법까지 제시해 비자금 차명계좌 개설을 밀어붙였다"고 전했다.

MBC 노조는 관계자들의 증언을 빌려 “울산에서도 ‘○○○○부장이 만들었으니 여기서도 당신 이름으로 차명 계좌를 만드시오’라는 김 사장의 지시에 따라 청주MBC도 ○○○○부장이 자신의 이름으로 차명계좌를 만들고 그 계좌를 입출금 담당 부서가 관리했다”고 밝혔다.

또한 MBC 노조는 김 사장은 주로 50만원 이하 단위로 돈을 빼내 10만원 이상의 경조사 비용과 골프 접대 시 제공할 상품권 구매용 등으로 ‘쌈지 돈’처럼 썼다고 주장했다.

MBC 노조는 "김재철의 이런 비자금 조성과 관리는 중대한 불법"이라며 "회사 수익으로 잡혔어야 할 사장 리베이트가 ○○○○부장 명의로 된 차명 계좌의 '지출'로 나갔다는 점에서 횡령 혐의가 있다"고 지적했다. MBC 노조는 ○○○○부장이 차명 계좌의 명의로 돼 있어 소득세를 내야 했고, 소득세를 회사에서 보전해주는 회계부정과 세법 위반 등의 불법도 있었다고 전했다.

김 사장의 지시로 개설된 차명계좌는 한 언론사의 취재가 들어오자 ○○○○부장이 입출금 부서에서 직접 가져와 해지하고 폐기했다고 덧붙였다. MBC 노조는 "○○○○부장은 폐기 직전 통장을 직접 확인해보니 입출금 기록 옆에 연필로 '○○○ 골프 접대' 식의 사용내역이 적혀 있었지만 구체적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며 "○○○○부장은 이 비자금 사용 내역으 지우개로 다 지운 뒤 차명 통장이 개설된 은행을 찾아가 계좌를 해지했다. 폐기 직전 확인 결과 차명계좌로 입금된 총액은 6~7천만 원 정도였다는 게 ○○○○부장의 기억"이라고 전했다.

MBC 노조 관계자는 "이같은 비자금 조성 행태는 다른 지역사 사장이 결코 할 수 없었던 일"이라고 강조하면서 "김재철 사장의 비리가 극에 달해 있다"고 말했다.

김재철 사장, 공동비용 사용한 것일 뿐?

이에 대해 송윤석 MBC 홍보정책부 홍보부장은 "원래 협찬 활동을 재고시키기 위해 임직원들이 협찬금을 유치해오면 3~5% 정도의 인센티브를 지급하도록 각 사별로 규정을 두고 있다"며 "그런데 김재철 사장의 경우 MBC 일을 하면서 각 개인이 협찬금을 가져가는 것은 맞지 않다고 하면서 그 돈을 회사에 유보시켜놓고 영수증으로 처리할 수 없는 소요 경비로 쓰자고 한 것이다. 차명계좌는 회사 공동 비용을 사용하기 위한 창구다. 회사를 위해 CEO로써 놀라운 행보를 보인 것"이라고 반박했다.

청주MBC 경영관리부 신명식 부국장도 지난 18일 사내 게시판에 게시한 글에서 "MBC 노조는 김재철 사장님이 청주MBC 재직 시 사용한 자금에 대해, 조작해서 형성한 부정한 비자금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한 바 있다.

신 부국장은 "당시 청주MBC 채권관리내규 제6조(영업활동비 지급)에 따르면, 영업활동을 하면 영업활동비를 지급(지역내 3%, 지역외 5%)해 주도록 되어 있었다"며 "김재철 사장의 경우, 본인이 직접 영업활동비를 가져가지 않고 회사의 경리·회계 담당자(노조가 ‘차명 통장’이라고 주장하는 부분)에게 맡겨 회사 업무나 행사때 선물비 등으로 사용했다. 주로 광고주 및 대행사 관계자들과의 모임 시 선물비용으로도 지출하였고, 축·부의금으로도 사용했다"고 반박했다. 노조가 의혹을 제기한 비자금은 회사 광고수익 증대를 위해 순수하게 사용했고, 횡령을 하거나 개인용도로 사용한 적이 없다는 것이 신 부국장의 주장이다.

송윤석 홍보부장은 “지난 18일 이미 제기된 의혹인데, 또다시 그 의혹을 가지고 반복한 것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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