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1일 업무복귀 명령 시한을 넘기고 35명에 대해 기습적으로 대기 발령 조치를 내린 이후 추가적으로 대기 발령 조치를 내릴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인사상 조치 이외에도 사내 노조 활동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릴 것으로 보인다.

MBC 관계자는 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추가적인 대기 발령 계획이 있지만 언제, 어느 규모로 진행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대기 발령이 반드시 직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35명 대기 발령자 중 인사위에서 선별해 징계를 검토할 것이고, 35명 이외에 각 본부장이 모여 심의 과정에서 추가적으로 대기 발령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 대기 발령은 파업 가담자들의 업무 복귀를 목표로 내린 경고의 의미로써 조치가 큰데, 이에 대한 반응이 없을 경우에는 단계적으로 규모를 늘리면서 몇 차례에 걸쳐 대기 발령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번 대기 발령은 직무에 태만한 자,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직무에 종사할 수 없는 자에 대해 대기발령을 할 수 있다는 취업 규칙 65조 1항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이번 대기 발령은 엄격한 인사 규정과 기준에 따른 조치라기보다는 사실상 인사상 조치를 통해 단순가담자를 중심으로 업무를 복귀시켜 노조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MBC도 이번 조치가 단순가담자를 겨냥한 조치라는 것을 숨기지 않고 있다.

관계자는 "이번 대기발령과 추후 대기 발령은 단순가담자를 끌어올 수 있는 효과와 파업 장기화를 마무리할 수 있는 단계"라며 "파업 장기화를 해결하기 위한 회사의 조치 중 노조 집행부가 아니라 파업에 참가하면서 약간 활동이 두드러진 600명에 대해서 회사로 돌아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가 아무런 조치 없이 말로만 들어오라고 했는데 이제는 선별적으로 찍어서 업무 복귀를 안 하면 대기 발령시킬 수 있다는 것으로 경고해 구체적으로 업무 복귀를 할 수 있도록 자극을 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81년 입사해 경력 31년차로 최고참인 이우호 외주제작2부 국장부터 9년차 막내기자까지 명단에 오르고, 부서 역시 기획국, 홍보국, 경영지원국까지 총 망라했다는 점도 이번 대기발령의 성격을 말해준다.

양승은, 최대현, 배현진 아나운서가 복귀한 것도 5월 초 아나운서와 스포츠 PD, 엔지니어를 특별 선별해 올림픽 방송을 위해 업무에 복귀하도록 통보한 것이 직접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관계자는 "5월 초순경 개별적으로 이들에 대해 업무 복귀를 권유했는데 마음이 갈팡질팡해서 복귀한 사례"라며 "이번 대기발령 역시 자꾸 말로만 복귀하라는 방식이 아니라 적극적인 제스처를 통해 방송 정상화와 올림픽 방송을 할 수 있도록 하려는 의지"라고 강조했다. MBC는 스포츠 PD들이 복귀하지 않자 스포츠 케이블 방송 출신과 평사원 등 3명을 정규직으로 특별 채용하기도 했다.

MBC는 인사상 조치에 더해 직접 노조 활동을 압박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우선, MBC는 사옥 내부에 설치된 김재철 사장 비판 포스터와 걸개 그림, 노보 벽보 게시물, 사내 인트라넷 특보 등 노조 활동 선전물을 철거하고, 사옥 내에서 진행되는 출퇴근 투쟁 역시 물리적으로 막는다는 계획이다.

관계자는 "추가적으로 대기 발령을 내는 것 이외에 집회 양상을 봤을 때 관행상 묵시적으로 봐주는 것에 대해서 회사가 원칙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며 "최종 결과적으로 회사가 정상화되고 올림픽 방송을 수행하는 걸림돌이 될 만한 요소를 제거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MBC가 업무 복귀를 위한 조치로 전방위적으로 강경 조치 카드를 꺼내들면서 파업 국면이 대량 징계와 물리적 충돌로 파국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노조는 사측이 정면 충돌 프레임을 내건 의도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대기발령 조치 역시 이미 100여명이 넘은 조합원들이 중징계를 당하고 6명이 해고된 상황에서 파업 참가 전체 조합원 모두 대기발령을 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열어놓고 있다.

트위터에서도 자의적인 대기발령 기준을 조롱하며 자신도 명단에 추가해달라는 목소리도 터져나오고 있다.

<시사매거진2580> 이호찬 기자(@HOCHANRHEE)도‏ "무더기 대기발령 소식에 MBC조합원들 멘붕. 도대체 기준이 무엇인가. 왜 나는 그 대상이 아닌가. 대기발령 받으려면 얼마나 더 열심히 파업을 해야 하나. 부끄럽다. 너도나도 더 열심히 싸워야겠다 결의. 다음 대상자 선정 치열한 각축 벌일듯"이라고 꼬집었다.

나세웅 기자(@NaShoong)는 "도대체 임명현 김수진 기자가 뭐가 그렇게 미워보였길래 대기발령 명단에 올린 겁니까. 저도 열심히 했는데 왜 빠트리신 거에요? 이렇게 서운하게만 할거에요? 김재철씨?"라고 비꼬았다.

대기 발령 명단에 오른 김완태 아나운서는 자신의 트위터에 "트위터에 제 생각도 쓰고 올림픽도 이런 상황에서 갈수 없다했으니 사측의 이런 조치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하는건가요... 진정 이런식으로 흔들면 되는거라 생각하시나요?"라며 사측의 이번 조치를 비난했다.

이용마 홍보국장은 "회사 측의 일련의 움직임들을 보면 물리적 충돌과 폭력 사태를 유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권재홍 본부장의 뉴스 보도도 그렇고 배현진 아나운서의 글도 노조에서 폭력 있는 것처럼 그리면서 전반적으로 노조를 폭력 집단으로 몰고ㅍ가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홍보국장은 "노-노 갈등을 유발하고 폭력 사태를 유도하려고 하는데 특별히 우리가 말려들 이유가 없다"면서 "정치권에서 김 사장을 언제까지 보호해줄 줄 알았는데 여권에서조차 퇴진이 불가피 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니까 빨리 사퇴를 마무리 짓기 위해 폭력적인 방식으로 노조를 파괴하려고 하는 움직임이다. 그런 꼼수가 뻔히 보이고 너무 얄팍해보인다. 현재 노조는 파업 시작 이후 노조원들이 770명대로 최고치를 유지하고 있고 전체 대오도 흔들림이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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