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노동조합의 파업이 123일째를 맞고 있는 가운데 MBC가 자사를 퇴직하고 프리랜서를 선언했던 앵커를 중심으로 런던 올림픽 중계 해설진을 꾸렸다.

MBC는 현직 아나운서들의 파업 동참으로 런던 올림픽 불참이 예상돼 외부에서 인력을 보강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선을 곱지 않다. 사실상 파업에 참가 중인 자사 아나운서의 올림픽 중계를 배제하는 조치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상에서는 MBC 런던 올림픽 방송이 MBC 퇴사자들의 방송이 됐다는 비아냥을 쏟아내고 MBC에 복귀한 앵커 당사자들에게도 후배 기자들의 뜻을 저버린 행위라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MBC는 1일 보도자료를 통해 "김성주, 임경진, 이재용, 김민아 등 2012 런던 올림픽 중계 방송팀을 구성했다"며 "1일 '2012 런던올림픽 발대식'에서 허정무 축구해설위원 등 24명의 해설위원들과 함께 위촉장을 받는다"고 밝혔다.

김성주 전 MBC 아나운서는 축구 캐스터로 활약했지만 지난 2007년 프리랜서를 선언해 종합편성채널과 케이블 채널에서 MC를 맡아왔다. 임경진 전 MBC 아나운서 역시 스포츠 방송 진행을 맡았지만 지난 2008년 2월 음주 방송으로 물의를 일으켜 MBC를 떠났다. 박은지 기상캐스터도 올해 초 프리랜서를 선언하고 MBC를 떠나 종편 등 방송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의 MBC 복귀를 바라보는 팬들의 반응은 차갑다 못해 비난에 가깝다. 복귀한 배경과 시점이 공교롭게도 MBC 노조의 파업과 겹치기 때문이다. 전 직장 동료 아나운서들도 MBC가 공정방송이 훼손됐다는 이유로 일손을 놓고 있는데, 파업 때문에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MBC가 제안하자 이를 수락하는 것은 부적절한게 아니냐는 것이다.

트위터리안 '@photo_jjang'는 "MBC는 김성주 뿐만 아니라 임경진, 박은지 등 퇴사한 프리랜서 방송인을 이번 올림픽중계에 대거 발탁. 또한 김민아 MBC 스포츠 플러스 아나운서 역시 이번 런던올림픽 중계단에 합류" 명예도 없고 영광도 없고"라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트위터리안 'keory2009'도 "올림픽 중계를 한다고 프리랜서 아나운서 마구 영입하는 MBC 안 본다"며 "차라리 SBS나 KBS를 보면 봤지. 그리고 누구는 신의 말대로 올림픽 중계를 하게 되었네. 과정이야 어떻든 목적을 달성했네 그려"고 비난했다.

특히 김성주 전 아나운서에 대한 비난이 많다. 지난 독일월드컵 당시 스포츠 캐스터로 인기를 한몸에 받았던 아나운서라는 점에서 배신감이 그만큼 큰 것으로 보인다. 팬들은 김성주 전 아나운서의 복귀 사실을 알리면서 이번 행보는 MBC 동료들을 배신한 얄팍한 행보라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이성모(@kamja99)씨는 김성주 전 MBC 아나운서에게 "MBC로 복귀한다는것이 사실인가요? 내 나이 오십에 이시대 언론에서 가장 신선하고 정의로운 분이라고 그대를 믿고있었는데, 너무 황당한 뉴스를 접하고는 내가 세상을 너무 순수하게 보아왔는가하는 자책감을 지울수 없습니다"라는 멘션을 보냈다.

트위터리안 '@tak0518'은 "김재철의 MBC로 복귀(?)한다는 김성주 아나운서의 제고를 부탁한다. 당신의 후배들이 턱밑까지 숨차하며 싸우고 있다. 그걸 바라보는 적지않은 시청자들도 숨이 막히기는 마찬가지다"라고 적었다.

'mettayoon'도 "김성주 아나운서는 MBC 복귀를 재고해 주기 바란다. 그대의 목소리로 런던올림픽 중계를 듣는 것 보다는 힘겹게 맞서고 있는 후배들을 위한 응원의 목소리를 더 듣고 싶다. 올림픽 보다 우리에겐 공정한 방송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성주 전 아나운서 측은 논란이 예상된 듯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김성주 씨가 올림픽 중계를 맡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다"면서 "다른 방송 프로그램도 맡고 있어서 어렵게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밝혔다. 이 매체는 "그동안 스포츠 캐스터에 대한 욕심을 표현했던 그는 파업 중인 선후배들을 생각하는 마음에 결정을 내리는데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트위터리안 '@knrt24'는 "Mbc복귀하는 김성주씨, 고민 많았다는게 정상참작이 된다고 생각하신겁니까? 고민은 누구나 하죠 하지만 선택은 다 달라요 정상참작 받으려는 비겁한 수사는 그만두고 당신 갈 길 가세요"라고 꼬집었다.

MBC 노조도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이들의 복귀가 곧 파업 사태 해결에 의지가 없음을 보여주는 사측의 상징적인 조치로 받아들이고 있다.

MBC는 이날 오전 11시 발대식을 열고 오는 18일에는 선발대가, 7월 20일에는 100여명의 방송진이 런던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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