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논란이 돼 왔던 '1년 시용(근무) 후 정규직 임용'이라는 채용 조건을 내건 시용기자를 뽑았다.

MBC는 지난 29일 88명 지원자를 대상으로 면접을 벌여 31일 15명을 시용기자로 최종 임용 확정했다. 당초 MBC는 17명을 최종 합격자 명단에 올렸지만 최종 임용 결정 과정에서 2명이 떨어졌다.

MBC 홍보국 송윤석 홍보부장은 "최종 합격자 명단에 17명을 올렸고, 최종 임용을 앞두고 평판 조회를 거친 결과 15명으로 확정했다"며 "떨어진 2명의 불합격 사유는 개인적인 신상 문제와 관련돼 있어 말하기 곤란하다"고 밝혔다.

MBC 노조에 따르면 최종 임용에 떨어진 2명은 전 직장에서 구설에 오르는 등 과거 전력이 문제가 됐다. 한명의 경우 안 좋은 술자리 버릇이 문제가 됐고, 한 명은 성(性)과 관련한 불미스런 소문과 전직 직장에서의 문책성 징계 등이 문제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MBC는 지난 임시직 채용 과정에서도 성추행 전력 때문에 사표를 제출하고, 또다른 한명도 스스로 사표를 제출해 최종적으로 4명이 채용된 바 있다. 성추행 전력 때문에 사표를 낸 기자는 전직 직장에서 수습 기자 교육 과정 중 동료 여직원을 성추행 했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전직 직장에서도 채용 취소가 됐다. 하지만 MBC 임시직에 최종 합격하고 계약서까지 썼고, 논란이 불거지자 사표를 제출했다.

MBC 노조 관계자는 "시용기자를 뽑는 것 자체도 논란이 되고 있지만 어떻게 시용기자 최종 합격자도 가십이 많은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시용기자 채용과 관련해 MBC 노조는 강력 반발하면서 시용기자 채용 반대 농성을 이끌었던 박성호 기자회장이 해고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MBC 노조는 지난 26일 시용기자 전형 현장인 을지로 센터원 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시용 기자 채용은 사기극이다. 김재철 체제의 연명을 위한 땜질이자 지원자들을 농락하는 무책임한 행태"라며 "1년 뒤엔 김재철이 MBC에 없을 것이고 그가 떠난 뒤 어느 누가 ‘시용 기자’의 미래를 책임지려 하겠느냐? 결국 시용 기자들은 김재철과 운명을 함께 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MBC 노조는 "우리가 생계를 포기한 채 MBC의 정상화를 위해 싸우고 있을 때 김재철의 꼭두각시라는 역할을 자처하겠다는 지원자들은 대체 어떤 기자들이냐?"라며 "밥그릇 싸움이 아니다. 시용 기자를 뽑는다고 우리들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요, 우리들 대우가 나빠지는 것도 아니다. 앞으로 시용 기자들이 겪게 될 고난과 업무 복귀 이후 벌어질 구성원간의 갈등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시용기자 채용은 파업 이후에도 조직 분란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되고, 내부 구성원의 갈등으로도 비화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라는 것이 MBC 노조의 주장이다.

MBC 논설위원들도 이례적으로 기명 성명을 발표해 "시용 기자 채용은 파업 찬반 여부를 떠나 본원적 문제"라며 "그 부작용이 몇 십년은 지속될 재앙"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MBC 취업규칙이나 인사 규정에도 계약직이 아닌 시용 채용의 근거를 찾아볼 수 없어 법적인 하자 문제도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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