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진 MBC 아나운서의 노조 비난성 글이 본인의 동의를 받지 않고 사측이 공개한 것으로 확인됐다.

MBC 내부 게시망에 게재한 글은 구성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라는 의미가 크다. 그런데 사측은 배 아나운서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해당 글을 언론에 공개하면서 결과적으로 배 아나운서 개인을 향한 국민의 지탄만 쏟아지는 결과만 가져왔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작 해당 글을 공개한 사측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 모습이다.

MBC 홍보국에 따르면 배 아나운서는 29일 저녁 7시경 MBC 내부 게시망인 사내 인트라넷 자유발언대에 해당 글을 게시했다. 그리고 MBC 시청자 홍보부는 회의를 거쳐 배 아나운서의 글을 7시 40분경 언론 보도자료로 뿌렸다.

MBC 홍보국 관계자는 "배 아나운서의 동의를 구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한 기자분이 노조가 발표한 보도자료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을 구하는 전화를 받다가 배 아나운서 글에 대해 얘기가 나왔고, 관심이 있다고 해서 전문을 개인 메일로 보냈다"면서 "기자 한 분에게만 보내는 것이 적절치 않아서 회의를 거쳐 보도자료로 뿌린 것"이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해당 글이 개인 배현진의 소회를 넘어서 MBC 뉴스 앵커라는 상징성을 있고, 프라이버시 문제가 있지만 회사 부분이 많이 관련돼 있다고 판단하고, 기자분들과 MBC를 둘러싼 시청자들의 관심사라고 판단을 해서 릴리스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보도자료로 뿌린 이상, 사측의 입장과 의도가 반영된 게 아니냐'는 질문에는 "회사의 입장이 투영돼 있다거나 그런 의도는 아니었다"며 "기본적으로 배 아나운서의 개인 소회를 자유게시판에 올린 내용인데, 그것을 가지고 회사의 입장이 (전적으로)녹아들어갔다고는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배 아나운서 글은 자신의 의도와 무관하게 언론에 공개돼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되면서 비난성 글 내용과는 별개로 파업 국면에서 또 다른 희생자가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MBC 노조 관계자는 "배 아나운서가 비난받을 짓을 했다고 해도 사측이 동의도 받지 않고 그런 글을 공개한 것은 문제가 크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개인적으로 현재 배 아나운서가 지탄을 받는 것에 대해 안타까운 측면도 있다"면서 "노조에 욕먹을 짓을 했어도 그걸 가지고 ‘옳다구나’ 해서 공개해버린 것인데 구성원에 대한 일말의 예의가 있다면 할 짓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관계자는 "배 아나운서를 훌륭한 아나운서를 평가한 사람들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온 국민에게 매도당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는 누가 책임을 지느냐"며 "언론들이 배 아나운서 개인에 대한 비난 멘트를 소개하는 것도 결과적으로 아무한테도 도움이 안된다. MBC 파업은 언론 지형에서 큰 싸움이다. 내부적으로 노-노 갈등을 부추기고 있는데 김재철 사장만 뒤에서 좋아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미디어오늘은 배현진 아나운서의 입장을 묻기 위해 통화를 시도했지만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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