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배현진 아나운서의 노조 비난성 글을 공개한데 이어 보수 신문 일간지에 광고를 내고 노조 헐뜯기에 나섰다. 6월 국회 개원을 앞두고 노조의 파업 명분을 깎아내리면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MBC 사측은 30일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1면 광고를 통해 "노동조합은 파업 초기에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더니 이제 노골적으로 언론을 정치적 목표 달성의 수단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면서 "언론이 갖추어야 할 객관적인 비판자로서의 사명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 문화방송 경영진은 그동안 '공정방송협의체' 구성을 제안하는 등 다각적으로 대화와 협상을 시도해 왔으나 노조는 뜻을 굽히지 않고 파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의 파업이 정치 파업으로 변질된 반면 사측은 노조의 파업 복귀를 위해 공정방송 시스템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사측은 "이제는 파업의 양상이 김재철 사장을 퇴진시키기 위한 저급한 폭로전으로 변질되고 있다"며 "사장과 그 주변 인물들에 대한 '아니면 말고'식의 허위사실 폭로는 가히 '창작소설'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또한 사측은 "사장의 숙소에까지 기자들이 찾아와 출근길을 막는가 하면, 동료들이 일하는 사무실에서 꽹과리를 치고 소금을 뿌리면서 입에 담지 못할 욕설로 위협을 하는 사례가 벌어지고 있다. 급기야 최근에는 퇴근하는 뉴스데스크 앵커가 수십 명의 기자들에 둘러싸여 30분 가까이 차 안에 감금당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 모두가 자신들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그리고 자신들의 불법파업에 동참하지 않는다고 벌인 일들"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사측은 "시청자 여러분의 성원 덕분에 초기에 인력 부족으로 차질을 빚었던 프로그램은 이제 대부분 정상화되었다"며 "문화방송은 오는 7월, 최고의 올림픽 방송을 위해 현장 중계, 취재단을 구성하고 6월 초 발대식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광고는 파업 장기화 국면에서 노조를 부도덕한 집단으로 몰아세우고, 노조의 파업을 고립시키겠다는 노골적인 의도를 담았다는 점에서 반발이 예상된다.

시청자를 앞세우면서 공정방송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한다고 홍보하면서 국민 여론에 호소하고 있지만 노조와의 적극적인 대화 의지는 보이지 않고 노조 흠집내기에 몰두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실제 국민 여론은 사측과 반대로 기울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이강택)이 29일 발표한 '언론 파업 대국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MBC KBS YTN 연합뉴스 국민일보 등 언론인들의 파업을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지지한다"는 응답이 57.3%, "파업에 반대한다"가 28.7%, "모르겠다" 14.0%로 나타났다.

노조는 사측의 광고에서 주장은 이해한다손 치더라도 사실까지 왜곡하는 것은 비겁한 일이라고 반발했다. MBC 노조는 특보에서 "회사에 김재철의 거처로 신고된 서울 서초구 집 앞에서 그의 출퇴근과 귀가 상황을 체크하거나 따라붙은 일 역시 단 한 번도 없다"며 "파업 돌입 직후부터 회사에 출근하지 않은 김재철을 찾아 지난 2월 13일 낮 조합원들이 서초구 집 앞에서 "사장님을 뵙고 싶어왔다"는 뜻을 전한데 이어, <제대로 뉴스데스크> 취재팀이 경비원으로부터 "청주문화방송 사장으로 부임한 뒤로부터 (집에서) 못 봤다"는 증언을 청취한 게 전부"라고 밝혔다.

MBC 노조는 "마치 자신이 노동조합에 시달리고 있는 피해자처럼 보이게 함으로써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고 있는 추악한 비리에 쏠린 여론의 지탄을 피해가려는 김재철다운 저열한 꼼수이자 사기극"이라고 반박했다.

MBC 홍보국은 이번 광고에 대해 "연간 계획을 가지고 집행되는 내용은 아니고 그때 상황에 대한 경영진의 의지가 있고 시청자에 대한 안내 차원의 광고"라며 "향후 이같은 내용은 광고가 결정된 것은 없지만 다른 상황에서 이런 광고의 필요성이 있다고 하면 집행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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