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진 MBC 아나운서가 업무 복귀 후 심경을 밝히는 글에서 노조와 동료 아나운서를 비난하자 냉소를 넘어 자기합리화를 위해 사실까지 왜곡하고 있다는 동료들의 쓴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배 아나운서의 파업 복귀 의사는 존중돼야 하지만 복귀 후 사실까지 왜곡하며 파업을 벌이고 있는 동료들을 비난하는 모습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배 아나운서와 같은 연차인 이남호 기자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폭력 행사가 있었다는 부분은 도대체 누가 어떻게 했다는 건지. 저는 배현진 씨와 같은 연차지만 이번 파업을 겪으면서 한 번도 그런 일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며 "그런 일이 있었다면 인사위에 부치든 형사적 처벌을 하든 해결책을 찾으시기 바란다. 이런데서 이런 식으로 언급해서 그게 마치 노조 전반의 문화인 것처럼 악용하시지 말고"라고 반박했다.

배 아나운서의 노조 내부에 폭력이 있었다는 주장은 노조를 음해하기 위한 마타도어식 폭로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배 아나운서 스스로 폭력과 관련한 사실이 있다면 명확히 밝혀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기자는 "도대체 어느 선배를 이야기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 선배가 그랬다고 칩시다. 그러나 왜 그 선배와 노조가 동일시 되어야하는지 모르겠다. 굳이 파업이 아니라 일상 업무 중에도 선후배간 트러블은 빈번한 일. 때로는 그게 납득이 안갈 때도 있지만 그건 드러내놓고 해결하면 될 일"이라며 "그것이 마치 노조가 그런 지시를 내린 것처럼 쓰신 것은 대단히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노조의 총파업 돌입을 결의하면 노조원은 따르는 게 순리입니다. 말그대로 노조원이니까요. 아니라면 노조를 탈퇴하면 될 일이지요"라며 "마치 배현진 씨가 처음에 제대로 생각도 안하고 파업에 들어갔던 일을 상황이 그래서 어쩔 수 없었다는 식은 언론인이 보일 자세는 아닌 것 같군요. 비겁합니다"라고 지적했다.

동료로서 배신감을 드러나고 날선 각을 세우는 의견도 나왔다.

김수진 기자는 자신의 트위터에 "뒤늦게 배현진을 보며 자기합리화와 나르시시즘이 폭력이 된다는 걸 ‘실증적’으로 목격 중"이라고 냉소를 드러냈다.

김 기자는 이어 "‘내가 주인공이고 내 생각이 다른 사람에게도 가장 중요하다’는 유아적인 의식만 버려도 세상을 깔끔하게 살 수 있는데. 배현진의 주인공 정신은 참 안쓰럽군요"라고 밝혔다.

김 기자는 "‘주인공 정신 = 공주병’.. 정신적으로 어른이 된다는 건 인간 본성에 자리잡은 이 질환을 극복하는 것이 아닐까. 당신은 이기고 있나요?"라고 배 아나운서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조능희 PD도 "권재홍 앵커의 '허리'우드 액션이 들통 난 후에 이번에는 배현진 아나운서가 언론의 전면에 나서게 됐다"며 "입사한지 4년도 안된 후배 뒤에서 김(재철) 사장 권(재홍) 앵커 이(진숙) 홍보는 오늘 잠깐 한 숨 돌릴 수 있을까? 잘 되기를 빈다. 근데 애처롭다"고 밝혔다.

곽승규 기자(@heartistmbc)도 "배현진씨는 MBC노조 집회현장에 소위 진보적인 정치인과 시민단체만 오는 게 위태롭게 보인다고 말한다"며 "나도 보수성향의 인물들이 집회에 와줬으면 좋겠는데 그들이 안 오는 걸 어쩌나. 파업 120일 넘게 수수방관하는 집권여당의 인사들을 납치라도 해 와야 하나"라고 꼬집었다.

MBC 동료에 더해 타사 기자들의 성토도 이어졌다.

노종면 전 YTN 노조위원장은 자신의 트윗에서 "배현진은 메인뉴스 톱이며 쌍방이 엄연히 존재하는 '권재홍 신체 충격' 기사를 일방이 써 주는대로 읽었고 결국 저질 조작 보도임이 드러났다"며 "정직? 중립? 배현진이 언급할 자격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도성 한겨레 PD는 "배현진씨 글을 읽으니 왠지 쌍차 파업 때가 떠오른다"며 "산자'들 다수는 처음엔 파업대오에 미안해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회사의 구사대화됐다. 경찰의 폭력 진압보다 그와 동시에 이뤄진 '산자'들의 집단폭력이 더 살벌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배 아나운서의 글에는 사실관계를 왜곡해 노조를 폭력 집단으로 매도하려는 일련의 움직임이 보인다는 점에서 노조원의 신체적 접촉으로 인해 권재홍 보도본부장이 부상을 입었다는 허위 보도의 연장선상으로 사측의 '노조 죽이기'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배 아나운서의 글이 29일 밤 MBC 시청자 홍보부를 통해 기자들에게 보도자료 형식으로 뿌려지자 배 아나운서의 일방적인 주장을 담아 '노조 내 선배들 폭력 있었다'는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로 도배가 됐다.

이같은 분석과 관련해 시사인 고재열 기자는 자신의 트위터에 "나는 배현진의 발호 혹은 도발이 이진숙 등 김재철 떨거지들의 작품이라고 본다. 권재홍 껀처럼 배현진을 부추겨 독이 오른 노조를 자극하려는 것"이라며 "특히 배현진같은 연약한 여자가 공격 받는 모습을 연출하면 팩트 싸움과 별개로 이미지 싸움에 유리하니까"라고 밝혔다.

MBC 노조는 조합원들간 갈등을 유발하려는 것이 사측의 의도라며 공식 대응을 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히면서도 서운한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MBC 노조는 공식 트위터에서 "1000명이 넘는 직원들 가운데 파업 참여자만 750여명, 김재철 퇴진에 뜻을 같이하고 있는 사람들이 1000여명. 12일, 그리고 네달이 넘어갑니다. 김 사장이 나가면 저희가 벼락부자라도 될까요? 그녀 마음의 평안을 기원합니다"라며 "그녀가 김재철의 아바타가 아니듯 우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모두 자기 욕심을 위해 사는거죠. 그녀의 욕심은 모르겠지만 저희 욕심은 분명하죠. 자랑스러운 회사에 부끄럽지 않게 다니고 싶은 것, 그것 뿐입니다. 마음의 평안을 빕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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