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는 이날 3면 <종북 보좌관 50명 국회로…간첩단 연루·경기동부 실세까지> 기사를 통해 “종북인사들이 대거 보좌관으로 채용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며 “최대 50여명의 ‘종북 보좌관’이 국회로 들어올 수 있다는 말”이라고 개탄했다. 이미 타 언론사에서 보도된 내용이고, 심지어 조선일보도 보도한 내용이지만 이를 복기해 되뇌고 있다.
5면 <“주사파 의원들, 헌법수호 제대로 할지 의문”> 제하 기사는 ‘헌법정신’을 강조한다. “이들(당권파 당선자)은 5일 19대 국회 첫 본회의에서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로 시작되는 취임 선서를 한다”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국가정체성 조항을 존중하고,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을 추진한다’고 국민 앞에 약속하게 된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주사파 당선자들이 과연 대한민국 헌법을 수호하고 민주적 기본 질서를 지키는 의정 활동을 할지 심각한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중앙일보도 1면 <종북 국회의원 시대> 제하 기사에서 “이들은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릴 개원식에 참석하면 기립해 국회의장의 선창에 따라 다음과 같이 선서해야 한다”며 취임선서 전문을 인용했다. 이어 “당장 (이들에게)헌법수호에 대한 의지가 확인되지 않는다”며 “이들의 보좌진에 대해서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들 세 언론을 비롯한 일부 언론에게 이번 사건은 이미 발생된 간첩단 사건이다. “이들이 국가 기밀을 빼낼 것”이며 “이를 북한에 전달할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내일 날씨는 흐리고 비가 올 예정이니 우산을 준비하라”는 형태로, 일종의 ‘예보’인 셈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들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국가보안법이다. 보편적 가치를 인정하더라도 정전상태의 남북 대치국면에서 평화를 위해 어느 정도 북한의 입장을 이해해야 한다는 정도의 표현도 ‘종북’으로 몰리는 상황에서 이들이 입을 열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이상규 통합진보당 당선자는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북핵에 대해 내가 기본적으로는 찬성할 수 없다. 하지만 북한이 세계 최강국인 미국과 관계에서 압박을 받으며 고립·봉쇄된 채 늘 군사적 대결상태에 있는 조건을 고려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고, 3대 세습에 대해 “남쪽의 시각에서 보면, 이해가 안되는 것이나 북한은 나름의 생존방식을 추구하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당선자가 핵을 찬성하거나 3대 세습을 인정하는 수준의 답변이 아님에도 이 당선자는 각종 언론에 의해 ‘주사파’로 낙인찍히고 국가기밀을 유출할 종북주의자로 지칭되었다. 그 관점에 대한 동의 여부를 떠나 이 당선자의 발언이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을 추진한다’는 헌법적 가치와 배치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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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헌법적 가치를 침해하는 것은 국가보안법이다. 헌법 19조는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보안법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통합진보당 당선자들의 등원을 눈앞에 두고 헌법 수호를 운운하고 있는 보수언론들은 이른바 표현의 자유에 대해서는 냉정하다.
또한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헌법적 가치는 수차례 무너졌다. 불법사찰이 이루어졌고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는 헌법에 보장된 재산권 까지 침해당했다.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대한민국 헌법 제1조 1항에 대한 노래가 울려퍼졌을 때, 보수언론들은 이들을 ‘폭도’로 몰았다.
통합진보당 당선자들이 보편적 가치에 대한 명확한 입장표명을 할 필요가 있지만 이를 국가보안법의 틀로 ‘간첩단 사건’으로 몰아서는 안된다. 통합진보당의 이번 사태는 진성당원제에 의한 당원 직접 민주주의가 일부 세력들에 의해 훼손된 것이 본질이지, 북한 권력이 개입해 투표한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