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파업을 둘러싼 사측과 노조의 치킨 게임 양상이 언론 보도로 확산되고 있다.

우선, 김재철 사장의 의혹이 줄줄이 터지면서 그의 행적은 자연스럽게 MBC 파업과 관련한 ‘핫뉴스’로 떠오르고 있다.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무용가 J씨와 관계 등 노조는 연일 김 사장을 둘러싼 의혹을 제기하면서 법적 처벌을 염두에 둔 자격 논란을 제기하고 있지만, 사측은 노조가 제기한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사측을 대변한 MBC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며 사퇴 요구를 확신찬 어조로 일축했다.

언론은 노조에서 제기한 관련 의혹에 대해 김 사장의 직접적인 해명을 듣고자 뒤쫓고 있지만 사측은 철저히 김 사장의 행적을 숨기면서 자연스럽게 김 사장의 일거수 일투족이 뉴스의 소재가 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5일 한겨레의 <동네목욕탕서 만난 김재철 사장 “힘들다, 죽겠다”>제하의 기사가 대표적이다. 한겨레는 장기화되는 파업 국면에서 김 사장의 복안은 무엇인지, 현재까지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지를 묻기 위해 김 사장의 단골 목욕탕을 찾아 직접 만나는 ‘특종’을 냈다.

한겨레 기사는 주요 포털에서 상위 검색어를 차지하면서 김 사장의 행적이 독자들의 주요 관심사가 되고 있음을 드러냈다. MBC 파업 국면에서 김 사장의 행적을 밝혀 인터뷰를 성사하는 것이 곧 특종이 되는 현실이 된 셈이다.

김 사장의 행적은 그의 입장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언론의 주요 타깃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재철 사장을 목욕탕에서 인터뷰했던 한겨레 최성진 기자는 “여러가지 파업 현안과 관련해 사측이 노조와 적극적으로 대화하고 협상을 하고 있지 않고 있다”며 “배임 혐의와 횡령 의혹에 대해서도 사측 해명은 제한적이고 부족한 정보만 제공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의 행적을 뒤쫓는 보도는 단순히 흥미성 보도가 아니라 국민 알권리 차원에서 언론의 당연한 책무라는 것이다. 최 기자는 “짧은 시간에 내용도 많이 불충분해서 사측에 정식으로 인터뷰를 제안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무용가 J씨의 행적도 특종 대상이다. 의혹 당사자로서 그의 말 한마디가 뉴스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논란의 당사자로 떠오른 J씨는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지만 많은 언론사들이 J씨의 행방을 뒤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자료와 ‘특보’를 통한 싸움도 치열하다. 일례로 권재홍 보도본부장의 부상과 관련해 노사 양측은 언론보도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물밑에서 공방을 주고 받았다.

지난 17일분 뉴스데스크 방송을 앞두고 노사 양측이 발표한 보도자료가 대표적이다. 공격은 사측이 먼저 시작했다. 사측은 17일 오전 <김재철 MBC 사장, 권재홍 보도본부장 출퇴근 방해 당해>라는 보도자료를 시작으로 해서 이날 저녁 2차 보도자료를 통해 권 본부장이 노조원들의 퇴근 저지 과정에서 부상을 당해 잠정적으로 뉴스를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노조는 즉각적으로 반박 보도자료를 내면서 진실 게임 양상으로 확대됐다.

MBC 노조 관계자는 “사실을 바로잡지 않으면 다음날(18일) 보수언론들이 대대적으로 노조를 폭력 집단으로 몰아갈 것”이라며 발빠른 대응이 필요한 이유를 강조하기도 했다.

언론 보도를 둘러싼 노사 양측이 치열한 싸움을 전개하는 이유는 파업이 장기화될수록 국민 여론을 붙잡기 위한 명분 싸움이 중요해진 탓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MBC 파업을 둘러싼 언론 보도를 두고 이번 파업의 본질이 자칫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파업의 본질은 방송의 공정성 훼손과 제작 자율성 침해에 있는 만큼 파업의 정당성에 관한 문제에 집중해야 하는데 김 사장의 개인 신상에 대한 비난에 그치고 무용가 J씨와의 개인적 관계에 매몰돼 조롱거리로 전락시킬 경우 오히려 파업 국면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김재영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원래 하나의 부분적 사실에 집중 조명하면서 전체 실타래를 풀어내는 것이 보수 언론들이 쓰는 전형적인 수법”이라며 “문제는 부분적 사실이 사안의 본질과 얼마나 가까이 있냐는 것이 핵심이지만 대부분 본말을 전도시키거나 핵심적인 사안과 관련 없이 말초적인 관심사를 반영하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김 교수는 “김재철 사장과 관련한 보도는 김 사장의 처신 자체가 MBC 파업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과 김 사장에 대한 정보가 차단돼 그의 행보와 생각 자체가 중요한 관심사라는 점에서 파업의 본질을 훼손한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김 교수는 “이같은 보도가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고, 사태의 심각성을 환기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지만, 한 개인의 문제에 대해서만 초점을 맞추면서 비리로 파고 들어가는 것이 오히려 극한 상황으로 몰고 가서 문제를 풀기 어렵게 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최성진 기자는 “MBC 파업은 언론 지형에 갖는 의미로 볼 때 그 의미가 결코 적지 않다. 김 사장은 방송의 공정성 훼손 측면으로 보면 백번 물러나야 할 인물”이라면서도 “(김재철 사장에 대한)패러디 비판이라는 것이 필요한 국면도 있지만 지나친 양상으로 번지는 것 같다. 김 사장의 신상적인 문제 등을 조롱거리로 삼는 것은 파업 국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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